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아동권리영화제에 아동이 빠질 수 없죠! 전문심사위원 두 명 외에도 아동심사위원 9명이 함께 아동권리영화제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들을 살펴봤습니다. 모든 심사위원이 함께 모여서 영화를 감상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각자 심사하는 것으로 대체했는데요. 아쉬운 마음에 심사위원으로 함께한 틴세이버* 멤버 중 수민이와 민규, 사홍이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틴세이버는 세이브더칠드런이 운영하는 청소년 동아리 활동으로, 아동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10대 아동권리지킴이를 말합니다.
▲아동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틴세이버 수민이
어떻게 아동심사위원에 참여하게 됐나요?
▪️수민 틴세이버 하면서 아동권리에 관심이 더 많아지기도 했고요. 영화가 보통 성인에 맞춰져서 많이 나오는데, 아동을 위한 영화가 많을 것 같아서 신청했어요. 처음에 심사위원으로 활동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진짜 내가 해도 되나’ 이런 마음도 들었어요. 영화를 보면서는 저한테서 나오지 않는 아이디어가 많아서 좀 놀랐어요.
▪️사홍 심사위원이 된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기도 하고, 아동권리에 관한 영화가 뭔지 궁금해서 신청했어요. 막상 되고 나니까 심사 기준에 맞춰서 잘 평가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어서 한 번 본 것도 또 보고, 이해 안 되는 건 세네 번 보기도 했어요.
▪️민규 평소에 영화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요. 이번 기회에 단편영화도 좀 보고 심사하는 것도 해보고 싶어서 참여한다고 했어요. 영화 퀄리티가 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만들어져서 놀라면서 봤어요.
▲아동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틴세이버 민규
심사위원으로서 영화를 볼 때 어떤 점을 주목해서 봤나요?
▪️민규 저는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봤어요. 어떤 내용을 어떻게 전달하는지요.
▪️사홍 아동권리영화제니까 아동권리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서 평가하려고 했어요.
▲아동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틴세이버 사홍이
아동심사위원의 마음에는 <아이>가 대상 작품인 것 같아요. 사홍이랑 수민이처럼 많은 아동심사위원이 <아이>에 가장 좋은 점수를 줬거든요. 어떤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게 됐나요?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사홍 아동학대가 심각하잖아요. 영화를 볼 때 아동학대의 문제를 알려주려는 기획의도가 잘 드러난 것 같아요. 아이가 집으로 다시 돌려보내진 후에 아동학대에 관한 뉴스 멘트가 나오잖아요. 그 점이 인상깊고, 기억에 잘 남는 것 같아요.
▪️수민 아동학대가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부모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아동이 다시 학대하는 부모 밑으로 들어간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렇게 되면 학대가 재발하기도 쉽고, 더 심각해지잖아요. 영화에서 아동학대가 점점 더 큰 사건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데, 이런 문제점이 계속 드러나면 아동학대도 없어지지 않을까 해서 좋은 점수를 줬어요.
▪️민규 처음에 어른들이 아이를 잡으려고 할 때 긴박한 느낌이 들었고, 아이가 얼마나 무섭게 느껴졌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캐리어에 숨은 아이를 찾는 모습만 보면 조폭이잖아요. 스릴러 영화같고. 아이 입장에서 저렇게 무서운데 어른들은 너무 아이 입장을 생각 안 하고, 자신들이 옳다는 생각만 하는 건 아닌지 싶었어요. 평가할 때는 여러 작품을 같이 봐서 그런지 점수를 높게 주지 않았는데, 지금 다시 보면서 얘기하니까 <아이>에 점수를 조금 더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영화 <아이>에서 틴세이버가 꼽은 기억에 남는 장면
민규는 어떤 영화에 가장 좋은 점수를 줬나요?
▪️민규 저는 <가족 2020>이요. 부모님과 거리가 멀어진 사춘기 청소년에 관한 영화였어요. 보면서 나도 이렇지 않은가 생각하게 되는 영화라서 제일 감명 깊게 봤어요. <머리가 자라면>은 해고당해서 복직 운동을 하는 아빠랑 아들 이야기인데요. 지금 코로나 시대니까 아르바이트나 직장에서 잘리는 경우가 많잖아요. 마냥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니고 우리 가족이나 내 주변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쉬운 점은 아동의 이야기라기보다 사회 문제에 더 초점을 맞춘 것 같았어요. 그래도 당장 우리 주변이나 나에게 생길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두 작품에 점수를 높게 준 것 같아요.
▲영화 <머리가 자라면>의 한 장면
사홍이랑 수민이는 <가족 2020> 보면서 어땠어요?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수민 저는 아빠랑 딸이 점점 친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코로나19가 단점만 있는 게 아니라 장점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그런데 아빠랑 딸이 친해지는 계기가 여러가지일 수 있는데 너무 갑자기 친해진 것 같더라고요. 그게 좀 아쉬웠어요.
▪️사홍 저는 스팸전을 부치는 게 기억에 남아요. 집에서 스팸전을 많이 부치는 이유가 딸이 제일 좋아하기 때문이잖아요. 아버지가 딸을 사랑한다는 마음이 잘 표현된 것 같았어요. 근데 아동권리라는 주제보다는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자’는 내용 같았어요.
▪️민규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는데요. 부모님과 아이가 잘 지내는 것도 아동권리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부모님과 잘 지내는 건 아이가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니까 아동권리라는 주제와 연관성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 <가족 2020>에서 사홍이가 꼽은 기억에 남는 장면
이번 영화제 대상 작품인 <최선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수민 영화가 시작할 때 배우가 나오는 게 아니라 그림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더 눈길을 끌었어요.
▪️사홍 저도 애니메이션으로 영화가 시작돼서 더 좋았던 것 같고, 어두운 분위기가 잘 표현됐더라고요. 애니메이션이 무척 잘 그려져서 좀 놀랐어요.
▪️민규 영화를 보면서 제가 나중에 성인이 된 후에 부모님의 장례식장에 갔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 생각해봤어요. 후회할 것 같다는 마음에 앞으로 부모님 속 썩이지 말자는 생각이 딱 나더라고요.
▪️사홍 그런데 저 어른이 된 주인공은 장례식장에서 안 울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보통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슬퍼하면서 울잖아요. 과거가 최선의 삶이었지만 그 아픔 때문에 슬프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수민 누군가가 죽었을 때 그 사람에 대해 회상하게 되잖아요. 영화가 그 느낌을 잘 살려낸 것 같아요.
▲영화 <최선의 삶>의 한 장면
최우수상을 받은 <토마토의 정원>은 어땠어요?
▪️민규 토마토가 학교에서 죽은 학생이 남기고 간 식물이잖아요. 토마토의 의미가 그 죽은 학생이라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청소년이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수민 저도 학생들의 생활의 많은 부분을 녹여냈다는 게 좋았어요.
▪️사홍 학교의 일상이 나오는데 제목은 토마토의 정원이잖아요. 토마토도 나오긴 하는데…. 사실 잘 모르겠어요. 주제가 약간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거 세 번 봤거든요. 아쉬웠던 점은 학교 건물 공사하는데 거기 건축 노동자를 밀어서 죽이고 싶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게 좀 심한 말인 것 같고, 대사가 과격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토마토의 정원>의 한 장면
이번 아동권리영화제 출품작 전반에 대한 평가를 듣고싶어요.
▪️수민 어떤 영화는 의미 전달이 쉽게 됐는데, 어떤 영화는 약간 꼬는 게 많았던 것 같아요. 나중에 보니까 어른들이 만든 영화는 조금 더 꼬아서 얘기했더라고요. 저는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작품들이 더 좋았어요.
▪️사홍 아동권리영화제인데, 아동권리에 관한 내용이 잘 안 드러나는 작품이 많았던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아동이 겪는 문제나 괴로움에 포커스를 더 많이 맞춘 작품이 늘어나면 좋겠어요.
▪️민규 저도 비슷해요. 의미를 좀 꼬아서 만든 작품을 해석하는 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어요. 하지만 아동권리에 관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 나름의 의미를 붙일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 2020>처럼요.
전문심사위원과 아동심사위원의 평가가 다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민규 아무래도 영화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랑 저희랑 평가 기준이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싶었어요.
▪️수민 저희는 영화에서 주고 싶은 메시지라든가 내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많이 봤다면 전문심사위원은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내용을 전달하고 싶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신 것 같아요.
▪️사홍 저희는 사실 영화에 많은 관련이 없으니까 영화의 해석이라든가 내포되어있는 내용을 풀어내는 지점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기도 해요. 살아온 시대가 다르니까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요.
아동권리영화제가 공모전 형태로 바뀌었는데요. 어떤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수민 아동권리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영화로 더 쉽게 다가가는 그런 느낌이 들어요.
▪️민규 청소년으로서 아동권리에 관한 영화를 보면서 자기 삶을 되돌아보거나 앞으로의 삶을 생각해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나의 당연한 권리는 뭐였지 생각해보기도 하고요.
▪️사홍 영화계에서 이렇게 아동권리에 대해 다룬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사람들이 보통 아동권리를 캠페인이나 광고로만 접하잖아요. 그런데 영화라는 매체로 아동권리를 알린다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글 한국화 (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