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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보건 위기 '하마터면 아이를 잃을 뻔 했어요'
긴급구호
202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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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프면 대신 아프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라고 하죠. 코로나19 소식으로 마음 놓기 어려운 요즘, 추운 날씨에 혹여 열이라도 나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우리 모두가 따뜻한 봄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 중 누구보다 간절히 희망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나긴 추위 속에 하루하루를 견디는 아프가니스탄의 가족입니다.


전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정치적 변화 이후 6개월.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셋째 딸 와즈마(9살, 가명)의 폐렴을 가까스로 치료한 아버지 사미르 씨와 어머니 브레슈나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세이브더칠드런의 보건의료팀장이자 의사인 사다트 선생님의 인터뷰를 통해 아프간의 의료 현황을 알아보았습니다.





▲ 아프가니스탄 카불 지역에 거주하는 사미르 씨(50세, 가명)와 브레슈나 씨(40세, 가명)의 가족 사진.


Q. 요즘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어떤가요?

사미르 : 정말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지난 주에는 온 가족이 제대로 먹지를 못했어요. 저희 가족뿐만 아니라 마을에 사는 대부분이 형편이 좋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사거나 난방을 할 돈이 없습니다. 다들 생존을 위해 애쓰고 있어요. 저는 아내와 여섯 아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집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안심인 상황입니다. 요즘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 저도 현재 직업이 없습니다. 겨우내 난방조차 땔 수 없는 상황이에요. 아침에 한시간 데워 놓은 열로 하루 종일 버텨야 할 정도로 연료를 감당할 돈이 없습니다. 


Q. 최근 아이가 많이 아팠다고 들었습니다.

사미르: 셋째 딸 와즈마가 무척 아팠어요. 처음에는 기침을 하더니 침대 밖으로 나오질 못했고 기운이 없었어요. 몇일이 지나니까 숨을 잘 못 쉬더라고요. 약을 살 형편이 안돼서 아내와 제가 치료해보려 했어요. 생강을 따뜻한 물에 타서 줬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심각해졌고 병원에 데려가야 했습니다. 돈이 문제였죠. 다행히도 이웃에서 병원비와 여비를 좀 빌릴 수 있었어요. 그 돈이 아니었으면 와즈마는 살지 못했을 거에요. 아이가 숨을 못 쉬니까 어찌나 두렵던지.


브레슈나: 살면서 겪어본 최악의 경험이었어요. 딸에게 도움을 못 준다는 무력감이 컸습니다. 병원에 데려가야 한단 걸 알았지만 사정이 어려웠고요. 하마터면 아이를 잃을 뻔 했습니다.


▲ 어머니를 도와 빨래를 걷는 와즈마와 아브리샴 남매.


Q.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을 수 있었나요?

사미르: 처음 병원에 도착했더니 와즈마에게 산소호흡기가 필요하다고 했어요. 하지만 산소통에 남은 양이 많지 않아서 30분 정도만 산소호흡기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 사람이 무척 많아서 침대 하나에 아이 셋이 누워야 했습니다. 의사 수가 적어서 모든 사람들을 진찰하기 어려워 보였어요. 빌린 돈으로 약을 처방 받았고 와즈마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후로 2주를 더 앓더니 회복했어요.


브레슈나: 몇일이 지난 뒤 둘째인 아브리샴(11살, 가명)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또 다른 악몽의 시작이었죠. 이번에는 돈을 더 빌릴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아이들이 아픈데 도울 수가 없다는 건 엄마로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감정이었어요. 더군다나 감자 같은 채소 밖에 없어 잘 먹이지 못하니 아이들이 건강하게 크기에 충분치 않아요.


사미르: 아브리샴은 기침과 열이 심했습니다. 이번에는 물약을 구해 먹이고 병이 악화되는지 지켜봐야 했습니다. 다행히 푹 쉬고 나니 낫더군요. 겨울이 시작되면서부터 아팠던지라 다른 아이들까지 병에 걸리진 않을까 노심초사입니다. 단 돈 100 아프가니(한화 약 1200원)가 없습니다. 앞으로 3주 동안 석탄 3kg으로 버텨야 해요. 아이들이 추위 속에서 잠들고 있습니다.



▲ 와즈마와 아브리샴이 집에서 숙제를 하고 있다.


Q. 마을 전체가 비슷한 상황이라고요

사미르: 많은 아이들이 기침, 고열, 호흡 곤란을 겪고 있어요. 추운 날씨에 난방을 하지 못해서 종일 춥게 지내니 벌어지는 일입니다. 개인 병원에서 치료받을 형편이 되는 사람이 몇 없어요. 대부분 공공 병원에 가야하는데 많은 의사들이 그만뒀거나 제대로 급여를 받지 못하는 곳이죠. 차로 30분이나 걸려서 많은 부모가 교통비가 없어 병원에 가질 못합니다. 한 아이의 아버지는 병원까지 걸어갔다고 해요. 또 아이들이 피부병을 앓고 있어요. 두드러기가 난 아이들이 많습니다. 깨끗한 물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Q.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가요?

사미르: 우리 마을에는 학교나 보건소가 없어요. 세이브더칠드런이 수업을 운영해줘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 곳이 아니면 아이들이 읽고 쓰는 법을 배울 데가 없습니다. 아들과 딸이 세이브더칠드런 교실에 참여하고 있어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 줍니다. 아이들이 낮 동안 안전한 곳에 있다는 안심이 들고, 저는 배울 기회가 없었던 지식을 채워가고 있으니까요. 수업이 충분하지 않아서 더 많은 아이들을 위해 수업을 늘리면 좋겠습니다.






사미르 씨와 브레슈나 씨 부부의 이야기처럼 현재 아프가니스탄은 추위로 인해 아동의 폐렴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가족들을 더욱 혹독한 환경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최근 지역사회에서 진행한 수요조사에 따르면 80%의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이 지난 몇주간 폐렴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취약한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소외된 지역에 이동식 보건소를 파견해 아동과 가족의 생명을 살리는 활동을 진행합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동식 진료소를 이끄는 의사 사다트 팀장에게 현지 상황을 간략히 들어봤습니다.


 사다트 보건의료팀장이 피라쉬(9개월, 가명)의 영양실조를 검진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9kg 정도는 되어야 하지만 피라쉬는 영양 부족으로 6kg에 불과하다.


Q.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보건 상황은 어떤가요?

최근 몇 달간 폐렴으로 진료소를 방문하는 환자의 수가 두 세배로 늘었습니다. 매일 폐렴 환자가 늘고 있는데 올해 들어 부쩍 심해졌습니다. 가족들이 병을 고치러 갈 곳이 없습니다. 어떤 날은 보건의료팀이 도착하기도 전에 백 명도 넘는 어머니와 아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때도 있습니다. 식료품이 부족하고 난방이 어려워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Q. 현장에서 폐렴을 치료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영양실조와 폐렴은 죽음의 조합입니다. 중증 폐렴에 걸린 아이들은 심한 기침과 함께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빠르게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아이들의 얼굴도 변합니다. 얼굴이 붓고 안색이 어둡게 변하거든요. 진료소에서 이런 아이들을 너무나 많이 만나고 있습니다. 증상이 심한 아이들은 산소 치료와 긴급 처치를 위해 바로 병원으로 이송합니다. 최근 진료소에 온 아기 하나가 버티지 못했어요. 차례가 돼서 어머니를 불렀더니 아기가 죽었다는 겁니다. 상상이상으로 최악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 세이브더칠드런이 아프가니스탄 지역사회에서 운영하는 이동식 진료소. 아동과 어머니가 기초적인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Q.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있을까요?

환자가 너무 많아 모든 사람을 치료할 수 없습니다. 펄스옥시미터*나 네뷸라이저** 같은 장비도 더 필요합니다. 이동식으로 진료를 보니 한 번에 한 장소 밖에 가지 못하는 한계도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지 못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한밤중에 잠에서 깬 채 누워있곤 합니다.

*혈액의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기구 **약물을 작은 입자로 만들어 기관지에 직접 투여하는 기구






아프가니스탄의 경제 붕괴로 인구의 95%가 빈곤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에 따르면 의료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때문입니다. 아프간 전역에서 의료진의 급여 지급이 어려워져 병원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개발 기금이 유보되고 자산이 동결되면서 아프간이 겪게 된 여파 중 하나입니다.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꽁꽁 닫힌 병원문과 텅 빈 약국에서 발걸음을 뒤로 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주요한 자금의 사용을 허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보건의료팀은 2021년 37만 5천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진행했으며 아동 1만 2천명의 영양실조를 치료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가장 취약한 지역사회의 가족에게 현금, 동절기 의복과 연료를 지원해 차가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신지은 (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세이브더칠드런은 지역사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프간 아동의 보호받을 권리를 지켜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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