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생후 5개월 때 할아버지에게 맡겨진 준호(가명). 지체장애 3급의 불편한 몸으로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지난 6년간 할아버지는 준호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손주를 향한 넘치는 마음과는 다르게 적은 생활비를 쪼개고 쪼개도 준호가 먹고 싶다는 음식을 사주기는 어려웠습니다. 말이 느린 준호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습니다.
▲준호와 할아버지
세이브더칠드런은 준호가 안전한 환경에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통합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저소득 조부모가정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를 누리도록 힘을 모아주신 후원자님 덕분입니다.
이제는 준호 좋아하는 과자도 사줄 수 있죠
오랜만에 준호와 할아버지를 다시 만났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갈 때부터 준호는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않고 방방 뛰어다닙니다. 할아버지도 전과는 다르게 그늘이 걷힌 표정입니다. 새 책상을 놓고, 도배도 새로 해서 환해진 준호 방만큼 할아버지 얼굴도 밝아졌습니다.
“준호가 아주 기분 좋아했어요. 이제 자기 방이라고. 책상도 예쁘고 탄탄하니까 준호 고등학교 될 때까지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침대도 바꿔주셨는데, 전에 쓰던 건 나사가 다 빠져서 고치려고 했는데 안 되겠더라고요. 새로 받아서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말할 수가 없죠. 세탁기도 너무 오래됐었는데 새로 받고요.”
▲도배와 장판을 교체하고 준호에게 필요한 책상과 의자, 서랍장을 지원했습니다.
적은 수급비에 한 달 살기가 빠듯했던 준호네는 오래된 가전이나 가구를 바꾸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준호를 키우기 위해 생활습관까지 바꿨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금전 나오는 거 뻔하잖아요. 있는 돈을 쪼개고 쪼개도 그때는…. 오죽했으면 내가 술과 담배를 다 끊었겠어요. 이렇게 해서는 애를 못 키우겠다고 생각해서, 손자를 위해서 내가 뭔가 해내야겠다 싶어서 다 끊어버렸어요. 제 건강도 좋아지고, 애 앞에서 담배 피우거나 술 먹는 모습 안 보여서 좋고요. 근데 그랬는데도 준호 좋아하는 걸 사주기는 어려웠어요. 햄버거 하나 사주려고 해도 보통 5천원 7천원 하고. 자꾸 짜장면 먹고 싶다고 하는데…. 집에서 짜장라면 끓여주고 그랬죠. 준호가 좋아해요. 되게 잘 먹어요.”
▲준호와 할아버지가 같이 쓰는 침대가 낡아 새 것으로 교체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준호네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 외에도 매달 식재료와 어린이집 비용을 지원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덕분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고 합니다.
“엄청 큰 도움이에요. 준호가 좋아하는 음식이랑 고기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젠 준호랑 밖에 나가면 호주머니에 돈이 좀 있으니까 과자도 사줄 수 있는데 그럴 때 명백하게 (경제적으로) 나아졌다 싶어요.”
비용 때문에 미뤄두었던 치과 치료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준호 이가 계속 안 좋았어요. 병원에 가니까 이 두 개를 덮어씌워야 한다고 하는데 돈이 상당히 들어가더라고. 근데 한 달 생활비가 얼마 안 남잖아요. 20만원도 수중에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만 했어요. 이달 살기 바쁘니까 치료받는 데 엄두를 못 내고 생각뿐이었죠. 그런데 이렇게 치료받을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첫째로 애가 안 아파하잖아요. 얼굴이 밝고. 우는 것보다는 웃는 모습이 낫죠.”
▲준호네에 지원한 식료품과 옷
치료센터를 안 가도 될 만큼 좋아졌어요
할아버지가 준호를 아끼는 마음은 매일의 일상에서 드러납니다. 할아버지는 활발한 준호와 더 오래 시간을 보내기 위해 4시간씩 꾸준히 운동한다고 합니다.
“디스크가 튀어나와서 두 번이나 수술했는데, 그 후에는 더 수술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하면 큰일 난다고. 준호 어린이집 보내고 매일 운동합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제가 어느 정도 준호를 따라가지 아니면 준호한테 못 맞춰요. 요새는 준호랑 밖에 나갈 때 손을 꼭 잡는데, 준호가 손 놓고 신나서 도망가 버리면 잡지도 못해요. 찻길에 큰일 날 수도 있고. 그래도 같이 자주 나가요. 그래야 애가 정서적으로 좋고 그러니까요.”
▲준호와 자주 시간을 보내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놀고 싶어하는 준호와 밖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집에서 책을 읽어주기도 했지만, 또래보다 말이 느린 준호를 가르치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전에는 숫자도 모르고, 글자도 못 읽었어요. 말도 잘 못해서 장애가 있는 게 아닐까 많이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소리하는 센터(언어치료센터) 다니다 보니까 애가 조금씩 나아지더라고요.”
준호가 성장하면서 꼭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도록 세이브더칠드런은 준호의 학습도 지원했습니다. 이제는 언어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 만큼 무척 말을 잘하는 준호는 쑥스러워하면서도 곧잘 숫자도 세고 글자도 읽었습니다.
“애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공부가 중요하잖아요. 학습지 배울 수 있게 해주셔서 준호가 많이 달라졌어요. 요새는 공부한 거 물어보면 준호가 대답도 하고, 같이 복습도 하고 책도 읽어요.”
▲준호가 학습지를 보며 한글을 읽고 있습니다.
캄캄했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밝은 생각이 들어요
잘 웃고 표현도 잘하는 준호는 할아버지가 해준 음식을 먹을 때면 종종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할아버지 최고!”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돌도 안 된 손주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한 마음에 준호를 안고 한참 울었던 날도 있었지만, 요새는 준호 덕분에 웃는 날이 더 많습니다. 할아버지는 마음의 부담이 많이 덜어졌다면서, 이제는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앞이 너무 캄캄했어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싶어서 나쁜 생각을 할 때도 있었어요. 지원받기 전까지만 해도 많이 괴로웠어요. 그런데 지금은 밖에 나가도 손자 좋아하는 거 뭐 하나 사줄 수 있잖아요. 준호가 먹는 것도 만족스러워하고, 생활하면서 더 밝아지니까 저는 그 이상 바랄 게 없어요. 세이브더칠드런에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또 전국에 계신 수많은 분들께 어떻게 감사해야 하나. 내가 일일이 답도 못하고. 너무 많이 받아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밖에 제가 드릴 말씀이 없어요.”
▲준호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들고 있습니다.
준호가 잘 자라기를 바라는 할아버지의 마음 한구석에는 끝까지 손자를 키워내겠다는 의지와 사랑이 가득합니다.
“‘할아버지 등 좀 긁어달라’고 말해서 준호가 긁어줄 때, ‘할아버지 양말 벗겨줄까?’ 하고 손으로 제 발을 잡을 때, 할아버지 사랑한다고 말할 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엄청 보람이 있어요. 바라는 건 준호가 안 아프고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좋겠어요. 성인 될 때까지만 크면 또 지가 알아서 하지 않겠습니까. 성인 될 때까지 제 밑에서 안전하게 크면 좋겠다 싶어요. 제 손자니까, 제가 할 수 있을 때까지 힘들더라도 견뎌내면서 뒷바라지해야죠. 하나밖에 없는 손자니까요.”
고생스러운 기억들이 준호의 웃음 앞에 희미해지는 것처럼, 할아버지의 지친 마음이 많은 분들의 따뜻한 도움으로 조금씩 회복됩니다. 준호가 성인이 되기까지 앞으로 12년. 키워온 시간의 두 배가 남았지만, 할아버지가 힘을 잃지 않도록 함께해주신 후원자님께 감사드립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거나, 부모의 손에 자라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세이브더칠드런은 저소득 조부모가정 아이들의 권리를 계속해서 지켜나갑니다.
※지원내역 (2021.01-2021.12)
구분 |
사용내역 |
금액 (원) |
주거환경개선비 |
도배∙장판 교체, 가전 및 가구 지원 |
5,300,000 |
의료비 |
준호 아동 치과 치료비(충치) |
250,000 |
생계비 |
기저귀 및 영양제, 식료품, 아동 의복 구입 |
3,950,000 |
교육비 |
어린이집 활동비 및 차량비, 방문학습지비, |
2,518,000 |
합계 |
12,018,000 |
*준호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조부모 저소득가정 아동을 비롯해 준호네 가정도 2022년에 계속해서 지원합니다.
글 한국화(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