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보일러가 들어오지 않는 산기슭의 단칸방에서 민규(가명)와 외할아버지는 작은 난로로 겨울을 나야 했습니다. 얼굴조차 모르는 아빠와 정신질환으로 함께 살 수 없었던 엄마 대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민규가 태어났을 때부터 자식처럼 돌봐왔습니다. 3년 전,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할아버지 혼자서 민규를 돌보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적은 돈이라도 벌 수 있었던 고추 농사까지 망했던 작년. 민규의 겨울옷을 사기도 버거운데, 집주인의 사정으로 당장 집까지 비워줘야 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민규와 할아버지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전세보증금과 이사비용, 난방용품을 지원했습니다. “그 집은 보일러가 안 되고 난방장치도 없고 그래서 추웠죠. 이사한 집에 도배랑 장판도 다 해주고, 침구도 해주고, 집수리도 해주고, 옷장도 사주고. 많이 받았어요. 난방장치가 잘 되어있으니까 편해요. 민규 목욕시키기도 쉽고.”
▲이사하기 이전 집에서 난로를 때기 위해 장작을 패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초등학교 1학년이 된 민규가 씩씩하게 커가는 게 기특하기만 합니다. “지 혼자 세수도 잘하고 양치질도 잘하고, 다 해. 담임선생님이랑 한번 전화를 해보니까 학교에서도 애들하고 잘 논다고 해요. 친구들 보러 학교 가야 한다고 아침에도 늦잠 자는 법이 없어요. 민규는 밥만 먹어도 얘기를 무척 잘해요. 하루는 ‘오늘 밥 맛있는 냄새가 푹푹 난다’고 하더라고요.”
▲(왼쪽) 민규와 할아버지가 살던 예전 집. 화장실은 거의 쓸 수 없고 물을 받아서 집 안에서 씻어야 했다. (아동보호를 위해 민규는 대역으로, 할아버지는 실제로 촬영했습니다.) / (오른쪽) 이사한 집의 화장실
일찍 철이 들어버린 민규는 뭐 하나 사달라고 투정부리는 법이 없지만,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은 티가 납니다. “민규가 얼마나 장난꾸러기인지. 나를 막 간지럽히고 그다음엔 숨바꼭질하자고 하고, 태권도 하자고 하고. 내가 늙어서 힘이 없어서 그렇죠. 나랑 같이 학교 가면서 처음 만나는 친구들한테도 ‘안녕’하고 인시하더라고요.”
▲새로 이사한 집에서 인터뷰하는 할아버지
요즘 민규는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면서 부족한 부분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직 한글을 읽고 쓰는 게 서툴지만 할아버지는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오히려 민규를 믿어줍니다. “예비소집일에 가서 민규가 선생님한테 아직 한글을 잘 모른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선생님이 학교에서 배우면 된다고 했대요. 공부야 다 때가 되면 하는 거죠. 밥 잘 먹고, 학교 잘 다니고. 건강하기만 하면 돼요.”
고추 농사를 짓기 위해 1월부터 부지런히 고추 모종을 키웠다는 할아버지는 세이브더칠드런 덕분에 한시름 걱정을 덜었습니다. 다시 또 농사를 지을 힘도 생겼습니다. “다들 민규를 많이 생각해주시고, 도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배고픈 사람 밥 주고, 없는 사람 도와주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하지만, 막상 그게 또 쉽지 않잖아요. 얼굴도 모르지만 먼 이웃이 생긴 것 같아요. 민규도 커서 받은 도움을 갚아나가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겨울이 추위를 견뎌야만 하는 시간이 아닌,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후원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어려운 시간을 헤쳐나갈 힘을 얻고 실제 아이들의 삶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도록, 세이브더칠드런은 저소득 조부모가정을 계속해서 지원해가겠습니다.
※지원내역
항목 |
세부내역 |
금액 |
주거비 |
전세보증금 15,000,000원 입주청소비 330,000원 |
15,330,000원 |
난방용품 |
이불,
전기매트, 겨울의류, 커튼 |
670,000원 |
합
계 |
16,000,000원 |
취재 이예진(커뮤니케이션부) 글 한국화(커뮤니케이션부) 사진 권홍일 /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