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사업 실패로 진 빚을 갚아나가며, 집을 떠난 아내의 몫까지 보라(가명)를 돌봤던 아빠. 3년 전 전 일용직으로 일하다 팔을 크게 다쳤지만 비용 때문에 제대로 치료할 수 없었습니다. 아픈 팔을 부여잡고 망치질을 하다 통증이 심해 더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되고 난 후, 아빠에겐 하루하루가 막막했습니다.
▲수술받기 전, 팔을 찜질하면서 일을 나가던 아빠
“가스비부터 시작해서 대출이자까지 그땐 모든 게 다 밀려 있을 때니까요. 감당이 안 됐을 때였어요. 하루는 일 끝나고 집에 가는데 은행에서 전화로 ‘내일 10시까지 집행 들어가니까 짐 빼세요’라고 얘기하고는 딱 끊더라고요. 다시 전화했는데 아예 안 받아요. 수백 통을 했을 거예요. 문자도 남겼어요. 일하는 데에서 가불해왔는데 100만원만 먼저 내면 어떻게 안 되겠냐고. 내일 9시까지 700만원 만들면 봐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온갖 곳에서 또 돈을 빌렸죠.”
삶을 포기하고 싶다가도 딸들을 생각해서 겨우 다시 힘을 내던 아빠에게 세이브더칠드런과의 만남은 삶의 큰 전환이었습니다. “그땐 속이 잔뜩 썩었어요. 안 좋은 생각을 많이 했었으니까. 지금은 스트레스가 없어요. 여기 선생님(사회복지사)이랑 세이브더칠드런 만나서 마음이 엄청 편해졌죠. 가스비부터 해서 다 일사천리로 저를 엄청 도와주셨어요. 내 생명의 은인이에요. 진짜로 어떻게 보답할 길이 없어요.”
▲다시 만난 보라 아빠. 팔 수술이 잘 끝나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아빠의 무릎에 놓인 것은 보라의 새 옷.
세이브더칠드런은 밀린 가스비 외에도 생활비와 가구 구입비를 지원했습니다. 집을 옮기고 파산 신청을 하면서 빚 독촉에서도 자유로워졌습니다. “이전 집에서는 아무래도 체납이랑 빚 독촉 이런 것들이 막 징글징글했으니까요. 이사하면서 속이 시원했어요. 뭔가 팍 뚫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보라도 자기 방이 생겨서 좋아하더라고요. 언니는 고등학생이니까 방 따로 썼는데 보라는 저랑 계속 같이 썼거든요. 처음에는 무섭다고 문 열어놓고 자더니 이제는 방문 닫고도 잘 자요.”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보라의 언니는 처음으로 친구들을 집에 데려왔다고 합니다. “전에 쓰던 가구는 정말 낡아서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지 않았었나 봐요. 근데 침대랑 책상이랑 옷장까지 새로 받은 후에는 친구들을 처음으로 집에 부르더라고요. 방이 이렇게 깔끔하잖아요. 보라도 친구들을 집에 데려왔어요. 얘들이 학교에서 엄청 인기도 많고 친구들도 많고 그렇더라고요.”
▲새로 받은 책상에 앉아 있는 보라
아빠를 닮아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보라에게 입힐 옷이 없어서 마음고생하던 시간에서도 벗어났습니다. “지원해주신 거 다 좋았지만, 특히 애들 먹이고 옷 사준 게 제일 좋았어요. 아무리 없는 옷이라도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다른 옷을 입혀서 보냈어요. 그런데 애가 크면서 맞는 옷이 없었을 때는 제 마음이 오죽했겠어요. 신발도 그렇고, 애들이 원하는 옷으로 많이 사줬어요. 풍족하게 먹일 수도 있었고요. 처음으로 소고기 등심 같은 것도 한번 먹여봤어요."
▲보라와 아빠 (대역으로 촬영했습니다)
아빠는 아침에는 보라를 데려다 주고, 저녁에는 학교가 늦게 끝나서 집에 오는 보라 언니를 마중 나갑니다. “내리막길이기도 하고 차도 많아서 아침마다 보라 데려다 줘요. 큰애는 저녁 9시 반쯤이면 버스 타고 오는데 정류장에서 내리는 거 보고 같이 오고.” 딸들 이야기를 할 때 사랑이 뚝뚝 묻어나는 표정입니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걸 해주고 싶어서 여전히 식사부터 간식까지 아빠 손으로 직접 해 먹입니다.
지자체의 지원으로 팔 수술과 재활치료도 받았습니다. 전에는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심했는데, 이제는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전에 하던 것처럼 망치질을 하면 여전히 손이 다시 아파서 새로 일자리를 찾으려고 합니다. “수술하고 다시 일했는데 또 아프더라고요. 병원에 갔더니 일하라고 수술해주는 게 아니라 평상시에 아프지 말라고 수술해 준 거라고 얘기하는데, 먹고 살아야 하니까. 안 아프면 지금 일을 계속 하고 싶긴 한데, 애들 챙겨주면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으면 좋겠어요.”
초등학생인 보라가 성인이 될 때까지 아빠는 계속해서 어려운 시간들을 견뎌야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전처럼 무거운 마음만은 아닙니다. 함께해 주신 후원자님들 덕분입니다. “다 고맙죠.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특별히 누구누구를 떠나서 다 감사해요. 진짜요. 나중에 저도 기부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그럴 날이 오면 좋겠어요.”
갑작스럽게 가정에 닥치는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들은 구김살 없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경제적인 문제가 아이들 삶에 너무 큰 여파로 몰아치지 않도록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지원내역
항목 |
세부내역 |
금액 |
생계비 |
생필품 및 식료품 800,000원 * 7개월 = 5,600,000원 아동 2명
의류 지원 (여름, 가을, 겨울) = 1,603,010원 |
7,203,010원 |
주거환경개선비 |
침대,
책상, 의자, 책꽂이, 옷장 |
1,127,460원 |
교육기기 |
태블릿 PC |
156,000원 |
합
계 |
8,486,470원 |
글 한국화(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