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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 놀이터를 지켜라 : 놀 권리 회복 캠페인 - 대한민국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실컷, 맘껏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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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펀딩] 5화. 민준 엄마 박경림 씨의 바람, 이루어질까요? 작성일 : 2015-07-14 조회수 : 8312



[뉴스펀딩] 5화. 민준 엄마 박경림 씨의 바람, 이루어질까요?



‘놀이터를 지켜라’ 5화는 세이브더칠드런의 홍보대사 박경림 씨가 보내온 글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박경림 씨는 18년 차 방송인이면서 동시에 7년 차 엄마이기도 한데요. 경림 씨는 아들 민준이의 노는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요?




2주 전 주말, 민준이에게 뭘 하고 싶은지 물으니 “놀이터에 가서 놀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동네엔 공원밖에 없다. 아무래도 아파트단지가 아니다 보니 놀이터를 찾기가 쉽지 않다. 아이에게 공원에 가는 건 어떠냐고 물어보니 꼭 놀이터에 가고 싶다고 했다. 공원과 놀이터는 엄연히 다르다. 공원이 어른들의 장소라면 놀이터는 철저히 아이들의 장소다. 하는 수 없이 아이와 한참을 걸어 근처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에 갔다. 들어서는 순간, 예상과 달리 놀이터엔 아무도 없었다. 주말 낮이었는데도 말이다. 뉴스에서 요즘 ‘놀이터에 뛰어 노는 아이들이 없다’라는 얘기를 본 것 같은데 이렇게 직접 겪게 될 줄은 몰랐다. 더 놀라운 건 그곳에서 한 시간 가까이 놀았는데......그때까지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로지 민준이와 나 둘뿐이었다. 


갑자기 민준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엄마가 재미있게 놀아줘도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못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계속 아이를 조심시키려 하고, 체력이 현저히 떨어지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놀이가 점점 재미가 없어졌다. 나도 이런데......아이는 어떨까?


내가 민준이만 할 때가 떠올랐다. 나는 구파발에서 태어나서 고등학생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동네에 놀이터는 없었지만 당시엔 굉장히 크게 느껴졌던 공터가 있었다. 그곳에서 하루의 반 이상을 보냈던 것 같다. 비석치기부터 고무줄 놀이, 술래잡기, 얼음 땡,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을 하며 시간가는 줄 몰랐다. 땀으로 온몸이 젖을 쯤이 되면 엄마가 밥 먹으러 오라고 소리쳐 부르셨다. 공터 구석에 그네 두 개가 생긴 뒤로는 동네 아이들 사이에 그네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졌다. 줄도 서보고, 가위바위보로 정하기도 했고, 그네를 높이 타는 사람이 더 타기도 했다. 그러면서 난 그곳에서 질서를 배웠고, 억울해서 울어보기도 했고, 추억도 만들었다.


요즘 아이들은 각자 집에서 공부를 하고, TV를 보거나 게임을 한다. 그게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점점 함께 노는 방법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길을 걷다가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면 그곳에 놀이터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속에 우리 민준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단지 민준이 엄마 경림 씨만의 고민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 아이 어떻게, 얼마나 놀아야 할까?’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맞닥뜨리는 질문이지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좀 놀려고요”


여덟 살 딸을 둔 은정 씨도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습니다. 하루는 딸 재영(가명)이가 “엄마, 내일 6시 50분에 좀 깨워주세요.”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유를 묻자 재영이는 말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좀 놀려고요.” 

은정 씨는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재영이에게 놀이가 부족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재영이가 다니는 학원은 피아노 학원과 영어 학원, 태권도장. 이중 피아노 학원과 태권도장은 친구들과 놀라고 보내는 거였는데, 재영이에겐 그 두 곳이 ‘놀이터’가 아니었던 거죠.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재영이는 산책을 하고 돌아온 뒤 평소 좋아하는 만화를 봤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 마음껏 놀려면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상황, 3명 중 1명의 아이는 하루 30분 이상 놀지 못한다고 응답하는 현실, ‘영양실조’와 비견될 만큼 심각한 이 ‘놀이실조’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요? 은정 씨는 왜 아이를 놀이터 대신 피아노 학원과 태권도장에 보내게 되었을까요?




‘놀이실조’의 범인은 누구인가


세이브더칠드런은 ‘놀이터를 지켜라’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11명과 함께 아이들의 놀이를 이야기해보는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들이 놀이의 필요성을 모르고 학업경쟁에 밀어 넣기 때문에 아이들이 놀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아빠의 말을 들어볼까요?

“우리 딸 나이 때는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이견이 생겼을 때 조율하고 합의해가는 과정을 배우는 게 굉장히 필요한 시점이에요. 그 과정은 부모와의 관계에서는 해결되지 않아요.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모여 놀면서 규칙도 만들어보고 갈등도 해소해보는 과정이 되게 필요한데, 그 대안이 사실 지금 없는 상태인 거죠. 그런 점이 아쉬워요. 안전한 놀이 인프라가 주위에 없으니까 학원을 보내게 되고, 답이 없어요.”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엄마는 “바깥놀이가 좋은 건 다 알지만 현실이 뒤따르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아이 학교에도 30분 놀이시간이 있는데 실내에서 떠들면 안 되고 뛰어서도 안 된다고 하니, 아이들이 매일 앉아서 공기놀이 리그전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진짜 놀이를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못하는 상황이니까 답답하죠. 그런데 놀이터를 못 보내는 데에는 환경적 요인이 커요. 안전 문제도 있고, 여자애들은 특히 겁이 나고, 맞벌이 부부는 놀이터에 따라갈 형편도 안 되니까 집안에서 놀게 하는 거죠.”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아빠도 “키즈 카페에 가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며 “항상 놀이기구를 유지보수하고, 안전요원이 있고, 부모가 아이를 계속 주시할 필요가 없이 안정적이니까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모두가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바깥 놀이터가 그렇게 안정적일 수는 없는 걸까요? 한국이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놀 권리를 위한 “적절하고 균등한 기회의 제공”을 정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준이가 엄마와 한참을 걸어야 놀이터에 갈 수 있고, 가도 놀 친구가 없고, 재영이는 피아노학원과 태권도장에서 ‘노는 것 같지 않게’ 놀아야 한다면, 과연 우리 정부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적절하고 균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할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래서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이들이 놀게 해주어야 한다’는 말을 대한민국 정부에, 의회에, 지방자치단체에 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6화에서는 놀이터 폐쇄부터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 놀이 헌장에 걸쳐 세이브더칠드런이 그 동안 진행해온 정책개선 활동과 놀 권리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방안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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