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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 놀이터를 지켜라 : 놀 권리 회복 캠페인 - 대한민국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실컷, 맘껏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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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펀딩] 2화. 아동을 위한, 아동에 의한, 아동의 놀이터 만들기 작성일 : 2015-06-23 조회수 : 7955



 아동을 위한, 아동에 의한, 아동의 놀이터 만들기



“꿀~꺽”하고 아이들을 삼키는 놀이터?


지난달 말 경북 의성군의 한 초등학교 강당. 방과후 놀이터를 짓기 위한 워크숍에 참여한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놀이터를 그려보았습니다. 승원(가명)이는 자기 조에서 그린 놀이터를 설명하느라 신이 났습니다.


“동굴, 여기를 사람 입으로 만들어주세요, 거기 들어가면 ‘꿀~꺽’ 소리도 나는 거에요.”

“혈소판 모양의 방방(트램폴린)이고요.”,

“미끄럼틀은 창자 모양, 의자도 폐 모양이요.”

“수영장은 적혈구랑 백혈구랑 막 떠 있는 피 수영장이에요. 히히”


괴기스러운 설명에 놀란 친구들과 선생님을 보며 짓궂게 웃는 승원이. 과연 승원이가 원하는 놀이터를 만드는 게 가능할까요?





황당무계하다고요? 들여다보면 달라요


세이브더칠드런은 현재 도시와 농어촌의 놀이터 없는 지역에 놀이공간을 새로 만들면서 무엇보다 아이들의 의견을 듣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워크숍을 열어 어떤 놀이터에서 놀고 싶은지 묻고, 놀이터를 함께 그리거나 모형을 만들고, 아이들의 놀이 방법도 오래 관찰했습니다.


아이들은 마치 자신이 놀이터 디자이너라도 된 양 다양한 의견을 냅니다. 그 의견이 승원이의 아이디어처럼 황당무계하고 비현실적일 때도 있지만 잘 들여다보면 아이들의 마음이 읽힙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놀이터에 악어를 넣어달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그럴싸한 악어 모형을 갖다 놓는다거나 반대로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치부하는 건 아이들에게 정말 귀 기울이는 일이 아닙니다. 아이가 악어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알아보아야 합니다. “놀이터에 물이 있었으면 하는구나?” “스릴이 있는 곳을 바라니?” 하고 아이의 마음을 읽고 한번 더 되묻는 것이 그 시작입니다. 


승원이의 인체놀이터도 들여다보면 물놀이 공간, 미끄럼틀, 벤치와 트램폴린이 있는 놀이터에 대한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단, 그 공간이 기존과 달리 신기하고 맘껏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마음이 보입니다.


“썬더 놀이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버튼을 누르면 엄청 속도가 빨라지는 그런 미끄럼틀이 있어야 해요.”

“놀이터를 더 크게 해주세요. 지구만큼, 우주만큼요.”

“여긴 물고기 놀이터에요. 삼치, 오징어, 상어, 잠수함, 거북이가 있어야 해요.” 


자, 이제 아이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감이 잡히시죠?




“놀이터는 내가 전문가에요”


“여긴 생각보다 많이 흔들릴 거 같아요. 올라가는 곳이 모두 흔들거리면 못 올라가는 아이도 있어요. 하나는 계단으로 놓아주세요.”

“이 공간은 술래잡기가 가능한 공간인가요?”

“미끄럼틀은 지금보다 1/3정도 길이가 더 길고, 더 높아야 해요.”

“모래는 좋긴 하지만 신발에 들어가고, 냄새가 나요. 자전거도 탈 수 없고요. 모든 공간을 모래로 하기보다 더 어린 아이들을 위해 따로 한 쪽에 만들어주세요.”


놀이터 디자인을 검토하러 모인 조경 전문가의 평가…… 같지 않은가요? 아닙니다. 모두 아이들의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아이들에게 놀이터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묻다 보니 어느 순간 놀이터만큼은 아이들이 가장 전문가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터를 만드는 거니까 어른들이 그냥 알아서 마음대로 하는 것보다 우리와 생각을 한 번 같이 해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경북 의성에서 놀이터 디자인 워크숍에 참여했던 아이의 말입니다. 어떤 어른들은 ‘디자인은 전문가가 하는데 아이들에게 뭘 그리 많이 묻느냐’ ‘아이들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할 게 뻔하다’고 했지만,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 아이들의 생각을 담는 것은 당연할 뿐 아니라 더 좋은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서도 필수적입니다.



아이들의 목소리로 바뀌는 놀이터


아이들의 의견은 놀이터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을 바꾸기도 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서울 중랑구에서 놀이터를 설계한 디자이너의 고백을 들어볼까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디자인하고 놀기까지 하다 보니, 아이들의 의견을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을 넘어 한 명 한 명 떠올리며 놀이터를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재민이(가명)는 몸으로 노는 걸 좋아하니까 여기서 이렇게 놀 것 같다’, ‘수아(가명)는 무서움을 많이 타니까 발 받침대를 놔줘야겠다’ 이런 식으로 말이에요. 아이들이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별 고민 없이 했을 디자인을 아이들 입장에서 계속 살피게 되더라고요.”



아이들도 디자인 워크숍에 참여해 의견을 낸 놀이터를 ‘내가 만든 내 놀이터’로 여기게 됩니다. 서울 중랑구에서 놀이터 디자인 위원단에 참여했던 한 여자아이는 슬며시 다가와 귓속말로 속삭였습니다. 

“이건 다 끝나고 이야기하려고 했는데요. 내 놀이터를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는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2조가 다음과 같이 정한 기본권을 지키는 것이기도 합니다. 

“아동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결정할 때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어른들은 아동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찍어내듯 천편일률적인 놀이터를 아이들이 진짜 원하는 놀이터로 돌려주는 것,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글  최선아(국내사업부), 제충만(권리옹호부)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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