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펀딩] 3화. 'PC방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놀이터' | 작성일 : 2015-06-29 조회수 : 12942 |
'PC방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놀이터' 지난 2화에서 놀이터만큼은 아이들이 가장 전문가라는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이런 아이들의 의견이 반영된 놀이터는 어떤 모습일까요? 지난 12일 세이브더칠드런이 아이들과 주민의 참여로 완성한 서울 중랑구의 놀이터 두 곳, 상봉어린이공원과 세화어린이공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놀이터 곳곳에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이 어떻게 반영됐는지 한 번 볼까요? 중앙의 넓은 공간과 바닥그림 놀이터 대형 기구가 놀이터 중앙에 있고 보호대가 동선을 끊는 여느 놀이터와 달리, 아이들이 거침없이 뛰어다닐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놀이터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조합놀이대(미끄럼틀과 2층 구조로 이루어진 놀이기구) 등을 놀이터 한 켠으로 빼고 중앙의 ‘빈 공간’ 일부에는 삼각형, 원형 모양의 울퉁불퉁한 바닥을 만든 뒤 놀이 그림을 그려, 아이들이 맘껏 뛰어다니되 밋밋하지 않고 적당한 모험을 즐기도록 했습니다. 널찍한 바닥이 놀이터의 중심을 차지하게 된 것은 아이들의 놀이를 관찰한 결과입니다. 상봉어린이공원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친 워크숍에서 아이들이 일단 놀이터에 들어서면 반경 9.5m 이내를 빙빙 돌며 잡기 놀이를 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바깥에서 노는 것을 흔히 ‘뛰어 논다’고 할 만큼 뛰는 것을 좋아하지요. 동네 골목에선 오가는 차량들 때문에 걷기도 불안했던 아이들이 놀이터의 널찍한 바닥에서만큼은 실컷 뛰어 놀 수 있도록 동선을 끊지 않는 너른 바닥을 만들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세화어린이공원의 바닥놀이터는 놀이 관찰을 위한 실험에서 비롯됐습니다. 3년 전 놀이기구가 철거되어 방치된 놀이터 바닥에 기찻길, 땅 따먹기 등의 도안을 그려보았는데, 아이들이 새로운 규칙을 정하고 그림을 따라 뛰는 등 바닥 그림만으로도 다양한 놀이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PC방보다 뛰면서 노는 게 훨씬 재미있다”던 아이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새로 문을 연 세화어린이공원에도 바닥 그림을 입혔습니다. 상봉어린이공원에는 아이들이 직접 바닥에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흑석을 깔았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선 어떤 바닥놀이가 탄생하게 될까요? 나무를 품고, 동네에서 제일 높은 미끄럼틀 원래 있던 나무를 옮기거나 베는 대신 조합놀이대가 울창한 나무를 감싸 안은 모양새로 들어선 숲 놀이터도 있습니다. 이 공간이 방치된 상태였을 때에도 종종 들르던 아이들이 울창한 나무를 만지고 껴안으며 놀던 모습에 주목한 결과입니다. 이 곳에 오르면 아이들은 그 동안 올려다 보기만 했던 나무의 줄기를 가까이에서 보고 만질 수 있습니다. 볕이 따가울 한 낮, 나무는 아이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선물하겠지요. 국내 안전검사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높은 미끄럼틀도 있습니다. 상봉어린이공원의 디자인 위원단에 참여한 아이들은 설계팀과 함께 지역 내 다른 놀이터들을 비교하고 의견을 수렴한 결과, 다른 놀이터에 없는 “높고” “긴” 미끄럼틀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대신 더 어린 아이들도 이용하도록 낮은 미끄럼틀도 함께 두었습니다. 여럿이 타는 그물망 그네 그네는 설계팀이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대상입니다. 아이들은 그네를 좋아했지만 혼자 타는 기구인 탓에 그네를 둘러싼 싸움이 잦습니다. 아예 그네를 없애달라는 주민의 요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린이 디자인 워크숍과 관찰 과정에서 설계팀은 아이들은 바라는 게 꼭 기존의 그네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여럿이 함께 타는 그물망을 설치했을 때 아이들은 그네보다 더 큰 관심을 보였고, 놀이 관찰을 위해 함께 소풍을 간 서울숲에서도 아이들은 흔들 다리 하나에 다 같이 올라타 웃고 떠들며 한참을 놀았습니다. 세화어린이공원에 설치된 그물망 그네는 그렇게 여럿이 함께 타서 흔들거릴 수도 있고, 더 어린아이들은 엄마의 보조를 받아 혼자 탈 수도 있는 다목적 그네입니다. 모래 놀이터와 소꿉놀이대 모래 놀이터를 둘러싸고 디자인 위원단에 참여한 아이들의 의견은 팽팽했습니다. 모래 놀이터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는 반면, “발이 빠져 제대로 뛸 수 없다”는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결국 “어린 아이들을 위해 놀이터 한 켠에 별도의 모래놀이터를 만든다”로 의견이 모아졌지요. 모래놀이터 뒤편에는 어린 아이들이 도구와 놀이 재료를 진열하며 소꿉놀이도 하고 흙을 퍼다가 역할 놀이도 할 수 있도록, 상상으로 채울 수 있는 모호한 공간인 소꿉놀이대도 들어섰습니다. 아이들의 시선과 이야기가 담긴 놀이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행동을 관찰하며 그 안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 놀이터 설계에 적용하는 일은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놀이터에는 아이들의 시선과 이야기가 담기게 됩니다. 그래야 놀이터가 비로소 아이들의 것이 될 수 있겠지요. 세이브더칠드런은 서울의 두 놀이터에서처럼 경상북도 의성, 강원도 영월, 전라북도 완주에서도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놀이터를 만들 예정입니다. 농어촌 아이들이 바라는 놀이터는 서울과는 또 다른 모습일 텐데요. 다음 화에서는 그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글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 제충만(권리옹호부)_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