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의 만남] 소아정신의 서천석 소장 | 작성일 : 2015-07-14 조회수 : 10259 | |
Q. 아이들에게 놀이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놀이가 두뇌발달에 굉장히 중요하다’ 혹은 놀이의 두뇌발달에 대한 연구들은 많이 있어서 어릴 때 충분히 놀이 시간을 가진 아이 그리고 충분한 놀이 시간을 못 가진 아이가 3년 뒤 6년 뒤 아이의 지능 발달의 차이에 대해 많은 연구가 되어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어떤 암기에 의한 지식이 아이들의 두뇌 발달에 중요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암기한 것들은 대부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고요. 그리고 또 그렇게 나온 기억은 암기한 기억은 머릿속에 일정한 공간을 제대로 차지하지 못하고 머리에 의미망을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거의 의미 없는 지식으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놀이과정에서는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기 때문에, 그 나이에는 구체적인 사물과 경험을 통해 배워야만 그것이 머릿속에 하나의 지식으로 완벽하게 자리를 잡을 수가 있거든요. 그렇게 때문에 그 나이 때에 아이의 두뇌발달, 인지발달에는 놀이가 너무나 중요한 부분이에요. 꼭 인지발달에만 중요한 것도 아니죠. 정서적인 면에서도 아주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들은 굉장히 많은 두려움을 갖고 있어요. 또 인간관계에서 갈등도 많고, 그런 걸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자체는 아주 부족한 시기죠. 그 시기에는 자기 능력으로 뭔가를 해결할 능력이 없거든요. 그러면 그때 오는 마음속에 심리적인 부담감이나 갈등이나 두려움이나, 이런 불편한 감정들을 어떤 식으로 아이들이 처리할 수 있을까요? 그런 불편한 감정이 계속 있으면 그 불편한 감정을 처리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니까 발전적인 에너지는 거의 사용할 수 없거든요. 그럼 아이가 그런 불편한 감정을 잊는 방법으로 아이들은 즐거운 놀이를 합니다. 아이들에게 굉장히 많은 괴로운 일들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더 놀이에 집착을 해요. 놀이를 통해서 자기의 불편한 마음을 잊고 새 출발을 하기 위해서 아이는 놀이를 아주 많이 필요로 하는 거죠. 만일 그게 없으면 아이는 불편한 감정에 휩쓸리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요즘 많이 나오는 소아 우울증이나 이런 게 오는 경우도 많고, 우울증이라는 어떤 질병 범위까지는 가지 않아도 전체적으로 의욕도 없고, 재미도 없고, 뭐든지 귀찮고, 짜증도 많고, 이런 약한 수준이에요. 우리가 임상까지 오지 않는 약한 수준의 우울한 감정들이 전반적인 생활에 깔리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아이들의 어떤 여러 가지 감정을 살릴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놀이라고 생각하고, 놀이가 아이한테 있어야만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만들 수가 있습니다. 또 중요한 문제가 있죠. 사회성 아니겠습니까? 친구들하고 놀이를 하면서 부딪히고 같이 활동해야지 인간 관계에서 어떻게 나의 주장을 하고, 어떻게 남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타협을 하는지 배울 수 있어요. 그리고 상대를 아껴주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고, 나를 아껴달라는 말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도 배우죠. 이 모든 것을 관계 속에서 배워야 해요. 이런 관계는 어린 시절에만 배울 수 있다고 해요. 사람과 비슷한 보노보 원숭이에 대한 연구를 봐도 어릴 때 또래들과 레슬링 놀이를 하면서 뒹굴고 큰 보노보 원숭이와 그런 경험을 하지 않은 원숭이들은 차이가 엄청나게 나요. 그런 경험을 하지 않은 원숭이는 나중에 자기 자식과도 관계를 못 맺고, 다른 사람들 돌볼 수 있는 역할을 못하고, 다른 원숭이의 감정을 이해하는 게 안 됩니다. 놀이가 부족한 아이들은 실제로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고, 타인에게 자기 주장을 하는 것도 어려워요. 인간 관계에서 복잡한 문제가 생겼을 때 그걸 처리하지 못하니까 뒤로 도망가요. 자기 공간 속에 들어가게 되죠. 그런 아이들이 할 수 잇는 일이라는 것은 제한적이고, 그런 아이들이 모여 우리 사회를 만든다면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는 사회가 될 지도 몰라요. 참 암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Q. 전문가로서 부모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A. 저는 요즘 보면은 아이들이 틈틈이 자기 놀이를 많이 만들어 가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 아이들이 살아남는 거예요. 그런데 부모님들은 그것도 좀 못마땅하죠. 애들이 게임을 할 때 보면 막 뭔가 부수고 아주 강하게 자기 주장만 하는 것 같지만 잘 보면 그 안에서 채팅도 하고 옹기종기 모여서 노는 걸 볼 수 있어요. 게임 공간, 사이버 공간에서 하나의 놀이터를 형성해서 별 의미 없는 무의미한 여러 가지 말장난도 하고 그러면서 놀이를 하는데, 사실 그 공간 보다는 몸을 부딪히면서 놀 수 있는 현실 공간에서 아이들이 놀 수 있다면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많이 안타까워요. 어떻게 보면 우리가 현실에서 이 현실의 땅은 어른들이 다 차지해야 되니까 현실의 땅에서 애들을 다 내쫓고 어른들이 다 차지하고, 아이들은 사이버 공간 속에 유폐를 시킨 다음에 거기서 노는 모습도 마땅치가 않아서 그 애들을 또 뿔뿔이 흐트러뜨리고 거기서도 못 놀게 하면서 애들에게 놀이를 다 박탈하게 하는 게 요즘의 어떤 문화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자라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정신적으로 안정적인 어떤 심리상태를 유지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아이들은 놀아야 됩니다. 더 많이 놀고. 부모님들은 ‘얼마나 놀게 해야 되냐, 할 일도 많은데…’ 이렇게 이야기를 해요. 그런데 저는 꼭 해야 할 일이 아닌 모든 시간에 놀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놀이는 조금 더 다양한 놀이가 이루어 질 수 있다면 그 아이에게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아이들이 놀 방법이 너무 없어서 그저 게임만 하죠. 어떤 부모님들은 아이한테 여러 가지 놀이도 가르치고 놀이터에 가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게도 하는데, 그게 정말 중요한 겁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놀 때 아이들이 건강한 어른으로, 자기를 사랑할 수 있는 어른으로,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자녀는 친구와 함께, 실컷, 맘껏 놀 수 있는 환경인지 지금 아이의 놀이 상태를 테스트해 보세요. 관련 글 아이들의 놀이터를 지키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