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를 지켜라’의 출발, 놀이 스터디 UNCRC31 ①: 사내 스터디에서 프로젝트까지 | 작성일 : 2015-04-28 조회수 : 8066 | |
‘놀이터를 지켜라’의 출발, 놀이 스터디 UNCRC31 ① “요즘 아이들 너무 못 놀지 않나요?” 2014년 2월 어느 날 점심을 먹던 세이브더칠드런 직원 3명의 대화가 이 한 마디로 불붙었습니다. ‘나 어릴 때는’으로 시작하는 추억담, 학원 가느라 바쁜 아이들과 마땅히 놀 데가 없는 동네에 대한 토로...... 그러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아예 제대로 한 번 공부해보죠!” 그렇게 우연히 시작된 사내 스터디 모임이 세이브더칠드런의 ‘놀이터를 지켜라’ 프로젝트의 전신 ‘UNCRC31’이었습니다. UNCRC31? 암호 같은 이름에 담긴 뜻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사내 스터디 모임이 꾸려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UNCRC31은 여느 스터디와 달랐습니다. 보통 스터디는 어떤 사업을 기획하기 위한 사전 조사를 위해 이루어진 활동이었지 이렇게 즉흥적으로, 어떤 특정 사업을 목표에 두지 않고 시작한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구성원의 소속 부서도 서로 달랐습니다. 그날의 밥상에 앉아 있던 직원 3명과 자발적으로 혹은 그 3명의 꼬임에 넘어가 모인 영세이버, 인턴으로 2014년 2월 11일 UNCRC31가 시작되었습니다. 소문을 듣고 국내사업부 직원까지 합류하면서 스터디는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제각기 다른 부서와 직책의 구성원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라는 믿음을 가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스터디 모임의 이름인 UNCRC31에는 그 믿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이름이 가리키는 것은 아동의 놀이와 휴식의 권리를 규정한 유엔 아동권리협약(UN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제31조이기 때문입니다.
읽고 듣고 만나고....... 놀고! 지난해 2월 11일부터 10월 21일까지 놀이와 휴식에 관한 스터디는 매주 화요일 오후 6시부터 7시까지 총 34회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스터디는 보통 한 명씩 돌아가며 주제와 참고 자료, 같이 고민해보고 싶은 질문을 사전에 공지하면 다른 구성원들이 모임 전까지 자료를 읽고 생각해와서 함께 토론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책과 논문, 다큐멘터리, 기사 등을 넘나들며 세계 각국 아이들의 놀이 현황, 여러 언어에서 ‘놀다’라는 단어가 가진 어감, 셧다운제나 안전 규정으로 보는 놀이와 보호의 관계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토론의 주제로 삼았습니다. 때로는 만남과 놀이가 토론을 대신하기도 했습니다. 외국에서 학교와 유치원을 다닌 경험이 있는 남매와 어머니를 초대해 다른 나라와 한국의 놀이 환경을 비교해 듣는 ‘아동초대석’을 시작으로, 서울시 마을공동체 산별아의 놀이 모임이 열리는 동작구 새싹어린이공원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고, 놀이활동가인 오명화 씨와 최재훈 씨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 다른 놀이활동가 편해문 씨를 세이브더칠드런에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인근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에서 아이들에게 요즘 가장 ‘핫한’ 놀이터를 물어가며 놀이터를 탐방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봄과 여름, 가을을 놀이 생각으로 보내던 때 UNCRC31이 단순히 스터디에 머무를 수 없는 이유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내 스터디에서 ‘놀이터를 지켜라’ 프로젝트까지 2014년 3월에서 6월까지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는 한국 아동의 삶의 질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한국 아동의 삶의 질에 관한 종합지수 연구’ 연구를 진행하면서 포커스그룹 인터뷰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여기에 참여한 초등학교 5학년~중학교 1학년 아이들은 “놀이터가 많아서 친구들과 놀기 좋다”라거나 “놀 데가 없어서 먼 곳까지 가서 놀아야 한다”, “놀이터에서 담배 피는 형 누나들을 보고 무서웠다”며 놀이 공간과 자신이 지역사회 안에서 느끼는 행복감 또는 안전감을 연결 지어 대답했습니다. 농어촌 아이들에게 필요하고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해 진행한 ‘농어촌 아동권리 상황분석’에서도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금세 통학버스를 타고 각자 마을로 뿔뿔이 흩어져야 하기에 놀 곳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농어촌 마을 곳곳에 있는 마을회관에도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록 ‘놀이’와 ‘놀이공간’이 아이들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UNCRC31 구성원들의 믿음은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그리고 아동의 놀 권리를 증진할 방법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그러던 지난 7월 국토교통부는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규칙’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놀이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했던 150세대 이상 주택단지에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놀이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입주자의 동의를 얻으면 기존의 놀이터도 다른 주민공동시설로 바꿀 수 있다는 안이었습니다. 입주자 논의 과정에 설 자리가 없는 아이들로서는 그나마 있던 놀이시설마저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세이브더칠드런은 국토교통부에 이 예외규정의 삭제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하였고, 국회의 국정감사 기간에 국토교통부에 서면질의를 보냈습니다. 그 결과 국토교통부로부터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개정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 놀이터 등 주민 공동시설 설치 예외 규정을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키로 하였으며, 아이들의 놀 권리 등에 대해서도 계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라는 공식 답변을 받아 사라질 뻔한 아이들의 놀이터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또 UNCRC31에서 숙성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세이브더칠드런의 권리옹호부는 어린이 놀이시설 설치검사 불합격으로 폐쇄 위기에 놓여 있던 상봉어린이공원과 세화어린이공원을 안전하고 즐거운 놀이 공간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서울시 중랑구와 손을 잡고 진행하는 이 활동을 통해 아이들과 주민들의 의견을 묻고 함께 궁리하며 아이들의 시각과 바람이 담긴 놀이 공간과 문화를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UNCRC31의 또 다른 한 축인 국내사업부에서는 농어촌에서의 놀이공간을 주요 활동 과제로 삼아, 지역사회 안에 방과후 놀이공간을 조성하고 2년간 운영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진행하는 이 사업에서도 공간 구축과 운영 전 과정에 아이들과 주민이 함께할 예정입니다. 글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 관련 글 · ‘놀이터를 지켜라’의 출발, 놀이 스터디 UNCRC31 ②: 놀이터를 지키는 UNCRC31 구성원 인터뷰 ▶ · [정책개선] ‘놀이터를 지켜라’ – 작지만 소중한 변화를 알려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