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펀딩] 7화. '밖에 나가 놀지 않고 공부만 하면 바보가 된다' | 작성일 : 2015-07-30 조회수 : 13424 | |||
7화 '밖에 나가 놀지 않고 공부만 하면 바보가 된다' 놀 시간도, 공간도 부족하고, 함께 놀 친구도 없다, 놀라고 해도 잘 놀 줄 모른다...... 아이들이 놀지 못하는 이유도 여럿, 해결 방법도 갖가지입니다. 하나의 원인과 대안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여러 이유와 대안 중 현재의 놀이실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핵심 요소는 뭘까요?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이들의 놀이 실태를 분석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으면서 놀이의 핵심을 다음의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함께 · 실컷 · 맘껏" 친구들과 ‘함께’ 놀고, 충분한 시간 동안 ‘실컷’ 놀고,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아이들이 주도권을 갖고 ‘맘껏’ 놀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이 세 가지 키워드는 세이브더칠드런의 ‘놀이터를 지켜라’ 캠페인을 구성하는 핵심 개념입니다. 함께, 실컷, 맘껏 노는 게 중요한 까닭은 아이의 발달과 바른 성장에 필수적이기 때문이지요. 궁금해하실 부모들을 대신하여 저희가 전문가들께 자문을 구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만난 전문가들 중 소아정신과 전문의, 자연과학자, 놀이치료 전문가의 의견을 함께 들어볼까요? 함께: 놀이 친구, 나와 다른 사람을 아끼는 방법을 배우는 관계
“친구들하고 놀이를 하면서 부딪히고 같이 활동해야 아이들은 인간 관계에서 어떻게 자기 주장을 하고, 남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타협을 하는지를 배울 수 있어요. 상대를 어떻게 아껴줘야 하고 나를 아껴달라는 말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도 배우죠. 이 모든 것을 어린 시절에, 관계 속에서 배워야 해요. 사람과 비슷한 보노보 원숭이에 대한 연구를 봐도 어릴 때 또래들과 레슬링 놀이를 하면서 뒹굴고 큰 보노보 원숭이와 그렇지 않은 원숭이들 간엔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또래와의 놀이 경험이 없는 원숭이는 나중에 자기 자식과도 관계를 못 맺고, 다른 원숭이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돌보는 역할을 하는 게 어렵습니다. 놀이가 부족한 아이들도 실제 타인을 이해하거나 자기 주장을 하는 것을 어려워해요. 인간 관계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문제를 처리하지 못하고 뒤로 도망가서 자기 공간 속에 들어가 버리죠. 그런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제한적인 것밖에 없고 그렇게 자란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만든다면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는 사회가 될지도 몰라요. 아이들을 가만 보면 틈틈이 자기 놀이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그래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겁니다. 게임을 할 때도 뭔가 부수기만 하는 거 같지만 잘 보면 게임 공간 안에서 채팅도 하고 하나의 놀이터를 형성해서 별 뜻 없는 말장난도 하고 옹기종기 놉니다. 그렇게 놀이를 하는데, 사실 그 공간보다는 몸을 부딪히는 현실 공간에서 놀 수 있다면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안타까워요. 아이들에게서 놀이를 박탈하는 지금 상태로는 건강하게 자라기도 어렵고 정신적으로 안정적인 심리상태를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놀아야 합니다. 부모님들은 ‘얼마나 놀게 해야 되냐’고 묻는데, 저는 꼭 해야 할 일이 있는 때가 아닌 모든 시간에 다 놀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놀이터에 가서 친구들과 어울려 다양하게 놀아야 아이들이 건강한 어른으로, 자기를 사랑할 수 있는 어른으로,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컷: 위험 감수를 통해 자신을 배우고 창의력을 키우는 놀이
“놀이는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게 된 가장 결정적 이유입니다. 마지막 빙하기에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고 호모사피엔스는 살아남았는데, 운명을 가른 가장 큰 차이가 저는 놀이라고 봐요. 호모사피엔스는 모든 동물 가운데 유년기가 가장 깁니다. 긴 유년기에 놀면서 사회를 배우고, 스스로 규칙을 만들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호모사피엔스의 장점인 거죠. 놀이는 기본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거에요. 길을 가다 보면 부모들은 그냥 넓은 길로 가는데 아이들은 굳이 난간 위를 올라가거나 하잖아요. 구석기 시대부터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은 위험을 감수하는 시기라고 각인돼 있어요. 위험 감수를 통해 자기 능력을 시험할 수 있거든요. 어릴 때 보면 정글짐 같은 데에서 뛰어 내리잖아요. 처음에는 낮은 데에서 뛰어 내리고, 조금 크면 더 위에서 뛰어 내리고, 그렇게 점점 높이를 더해가면서 뛰어 내릴 수 있는 내 위치가 어디까지인지, 내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계속 시험해 볼 수 있죠. 놀이를 통해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배웁니다. 이 경험이 없으면 어디에도 도전할 수 없어요. 또 놀이에서 중요한 것은 ‘해껏 논다’는 거에요. 해껏 논다는 게 뭐냐 하면 해가 떠 있는 동안 마음대로 놀게 해주는 거죠. 예컨대 ‘30분만 놀다 와’라고 하면 아이들은 일단 아는 놀이를 해야 해요. ‘이걸 얼른 하고 가야 된다’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사람에게 창의성은 약간 지루할 때 생깁니다. 놀다 지쳤을 때, 약간 뻔하고 재미가 없어졌을 때, 아이들은 털썩 앉아서 ‘뭔가 재미있는 것 없을까?’하고 궁리할 시간을 갖게 되거든요. ‘한번 시험해보자’며 이렇게도 해보고 저런 규칙도 만들어 볼 수 있는 시간을 줘야 창의성도 키울 수 있는 거죠. 시간이 적으면 창조적으로 놀지 못해요. 짧은 시간에 노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놀이의 복습에 불과할 수도 있어요.” 맘껏: 자기주도적 놀이 속에 다지는 ‘인간의 기초’
“‘놀지 않고 공부만 하면 바보가 된다’는 외국 속담이 있습니다. 이 말의 뜻은 인간으로서 발달시켜야 할 기본 요소의 습득은 놀이를 통해 가능하다는 거예요. 인지능력과 창의성, 자기 주도성, 감정에 대한 인식과 표현, 자존감, 사회성 등을 발달시키는 과정의 기초공사가 놀이입니다. 놀이는 아이가 생각나서 하고 싶을 때 해야 훨씬 재미있고 아이도 활기를 얻습니다. 그래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기초, 즉 자율성과 주도성을 익힐 수 있어요. 자율성과 주도성은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는 능력인데 한 마디로 요약하면 ‘스스로 생각해보고 스스로 시도해보는 능력’입니다. 스스로 계획하려면 스스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런데 아이들의 계획이 100% 성공할까요? 아닙니다. 실패하지요. 그런데 이렇게 실패하고 다시 시도해보는 과정을 통해 좌절을 견디는 심리적 힘이 생깁니다. 이건 말로 가르치기 어려운 능력이에요. 놀이를 통해 몸도 움직여보고, 실패도 해보고, 다시 열심히 해서 성공해보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야만 스스로 자율성과 주도성을 형성하게 되는 거죠. 부모나 어른이 아이들의 놀이에서 주도성을 인정해주지 않고 자꾸 개입을 한다든지, 놀이를 교육으로 만들려 한다든지, 놀이시간을 쓸 데 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자꾸 제한하고 책만 보게 한다면 아이들이 스스로 자율성과 주도성을 익히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충분히 실패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고 성공할 수 있는 기회도 주는 게 필요해요.” 글 서영진(후원개발부),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 여러분 자녀는 친구와 함께, 실컷, 맘껏 놀 수 있는 환경인지 지금 아이의 놀이 상태를 테스트해 보세요. 관련 글 · [뉴스펀딩] 6화. '잘 노는 아이' 키우려면 온 나라가 필요하다 ▶ 아이들의 놀이터를 지키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