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펀딩] 10화. 진짜 '노는 터'가 되려면 필요한 것은? | 작성일 : 2015-08-25 조회수 : 11818 |
10화. 진짜 '노는 터'가 되려면 필요한 것은? “놀 때 필요한 게 장소와 시간, 친구인데 이중 저희가 만드는 것이 ‘놀’ 터잖아요. 예쁘게만 지을 것이 아니라 친구가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놀 권리를 생각해보지 않은 주민들도 매력적이어서 찾고 싶은 공간, 그렇게 왔다가 놀이가 시작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성주은 연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세이브더칠드런 농어촌 놀이터 설계 공동담당) 세이브더칠드런이 아이들의 놀 권리 회복을 위해 진행하는 ‘놀이터를 지켜라’ 캠페인의 연재가 오늘로 10화를 맞습니다. 그간 세이브더칠드런이 해온 일도 전했지만 ‘앞으로 이렇게 할 겁니다’라고 말한 일도 있었는데요. 그 중에 정말로 실현된 일도 있고,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들도 일어났답니다. 농어촌 아이들의 사랑방, 곧 시작합니다 지난 4화(링크)에서 농어촌 아이들이 원했던 놀이공간 기억하시나요? ‘나무, 물, 트램폴린과 미끄럼틀이 있는 곳, 특이하고 새로운 느낌의 놀이터, 함께 모여 올라가고 미끄러지고 숨고 통과하며 노는 곳’이었습니다. 또한 달리 갈 곳이 없는 농어촌의 아이들이 날씨와 상관없이 언제든 모여 놀 수 있는 사랑방도 필요하지요. 아이들과 주민들이 참여한 여러 차례의 워크숍에서 모인 다양한 바람이 담긴 경상북도 의성의 농어촌 놀이터는 9월 14일 개소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바라던 대로 고만고만한 놀이터가 아니라 ‘특이하고 새로운’ 놀이공간처럼 보이지 않나요? 놀이터의 모양을 이렇게 짓는 이유는 뭘까요? 성주은 교수와 공동으로 이곳 놀이터를 설계한 건축설계사 오피스53427 고기웅 소장이 답했습니다. “여기는 미끄러지는 곳 저기는 매달리는 곳이라고 정하지 않고 여러 행동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서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려 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부모님의 바람대로 전형적이지 않은 놀이 시설이 된 것 같아요. 아이들이 놀 때 하는 행동은 참 다양해요. 행동을 어떻게 조합하고 아이들이 서로의 관계를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무궁무진한 놀이가 생기죠. 그런 여러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곳이 좋은 놀이터라고 생각해요." ‘거기 가서 놀자, 재미있대!’ 입소문 난 동네 놀이터 세이브더칠드런이 벤처기부펀드 C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만든 서울 중랑구의 상봉어린이공원과 세화어린이공원은 문을 연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이곳에선 뭐가 달라졌을까요? “전에는 너무 재미 없어서 놀이터에 거의 안 갔는데 지금은 자주 와요. 새로 이사온 친구랑도 숨바꼭질을 하면서 친해졌어요.” “그냥 심심할 때 나와서 놀 데가 생겼어요.” 세화어린이공원은 ‘놀이터를 지켜라’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미끄럼틀을 타 본지 2년이 넘었다"고 말하는 아이를 만났던 곳입니다. 이제 이곳에서도 매일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근처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주민 이희정 씨는 "동네 분위기가 정말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여기가 폐쇄된 뒤 누구도 찾지 않던 곳이거든요. 동네에 놀이터라 할만한 곳이 없었죠. 제 아들만 해도 다른 동네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 쫓겨나면 20~30분을 걸어 학교 운동장까지 가서 놀다 오곤 했어요.” 이곳에서 만난 열두 살 남자 아이도 "노는 게 180도 달라졌다"고 합니다 “이제 여기서 지옥탈출 놀이도 하고 그네도 타고 놀아요. 하루에 3~4번도 와요. 학교 친구들 사이에도 입소문이 퍼졌어요. ‘거기 가자, 재미있어’라고요.” 다 같이 놀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길 서울 중랑구와 경북 의성을 비롯해 전북 완주, 강원 영월까지 세이브더칠드런은 ‘놀이터를 지켜라’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와 농어촌에서 아이들,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들에게 어떤 놀이공간이 필요한지를 묻고 그 바람을 반영한 놀이터를 짓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할 책임을 궁극적으로 짊어져야 할 주체는 정부입니다. 그래서 세이브더칠드런은 도시와 농어촌에서 직접 놀이공간을 만드는 일과 함께 광역자치단체와 의회를 대상으로 정책 개선을 촉구하는 활동을 병행해왔습니다. 1월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따라 전국의 놀이터 1천여개가 무더기로 폐쇄된 직후에는 17개 광역자치단체와 의회에 ‘공동주택 내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 지원 조례’를 제정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의회와 부산시의회 의원들을 만나 해당 조례 제정을 위한 논의를 함께 진행해왔습니다. 그 결과 지난 6월 서울시의회에서는 ‘서울특별시 공동주택 내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 지원 조례안’이 발의됐고, 부산시의회에서도 조례안을 발의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또한 놀이터를 더 안전하고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놀이터 관련 법령 개정작업을 법률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놀이터가 진짜 노는 터가 되려면 필요한 것? 주민의 애정! 정책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법령이 물리적 공간을 바꿀 수는 있지만 그 공간에 숨결을 불어넣어 가꾸는 주인공은 결국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죠. 이제 중랑구의 상봉어린이공원과 세화어린이공원 인근 아이들은 틈이 나면 놀이터에서 나와 친구와 놉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온 엄마는 아기의 손을 잡고 놀이터를 찾습니다. 동네 어르신들은 입구 쪽 벤치에 앉아 아이들을 지켜봅니다. 덕분에 식수대에 물이 제대로 나오는지, 아이들이 비가 오면 어디로 피하는지도 훤히 꿰뚫고 있습니다. 또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원하는 놀이 운영 프로그램 외에도 매주 수요일 오후에는 두 곳 놀이터에서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놀이터 활동가들이 아이들과 함께 놀며 새로운 놀이를 익히고 친구를 만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세화어린이공원에서는 주민 잔치가 열렸습니다. 마을공동체를 꾸리는 주민들 몇 명이 낸 아이디어에 중랑구청과 다른 주민들이 화답해 이루어진 자리였습니다. 아이들은 합창을 선보였고 주민들은 텃밭에서 기른 농작물을 가지고 나오고, 수박 화채를 만들어 오고 풍성한 잔치를 치렀습니다. 한때 '아무도 찾지 않던 곳’이었던 공간에 이제 아이들의 웃음 소리와 주민들의 애정이 담겨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놀기 좋은 마을은 어른들에게도 살기 좋은 곳입니다. 그런 사회는 이렇게 더디지만 꾸준한 변화를 조금씩 만들어가는 와중에 앞당겨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글 |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 제충만(권리옹호부) 아이들의 놀이터를 지키기 위한 세이브더칠드런의 활동을 응원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