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출동하면 놀이터가 생긴다 | 작성일 : 2015-10-12 조회수 : 11360 |
우리가 출동하면 놀이터가 생긴다 “쉬는 시간 안 주셔도 돼요, 계속 할게요!” 김해 봉황초등학교. 4~6학년 아이들 25명이 모였는데 4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는 아이가 없습니다.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화장실도 끝까지 참다가 달려갔다 옵니다. 이 아이들을 사로잡은 것은 새로운 놀이 기구도, 신기한 오락물도 아닙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종이와 크레파스, 가위, 종이테이프였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놀이터 = 놀이 + 터 ≠ 놀이 시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해부터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실컷, 맘껏 놀 수 있도록 ‘놀이터를 지켜라’ 캠페인을 펼쳐서울 중랑구의 폐쇄된 놀이터를 지역 아이들, 주민들과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모여 놀 곳이 없는 농어촌 아이들과 함께 지역에 꼭 맞는 놀이 공간을 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놀이터를 만들면서 수 차례 들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 때는 별 게 없어도 골목에 모여 재미있게 놀았는데.......,’ 물론 아이들에게는 언제든 와서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놀이터가 필요합니다. 미끄럼틀이나 시소는 일상과 다른 높이에서 새로운 운동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놀이 공간이 반드시 이런 놀이 시설이 있는 놀이터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놀이 시설이 없어도 아이들이 노는 터가 곧 놀이 ‘터’일 수 있습니다.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 것은 세이브더칠드런이 벤처 기부 펀드 C Program의 지원을 받아 중랑구 세화어린이공원을 만드는 도중 시도했던 바닥 놀이 워크숍입니다. 버려져 있던 빈 공간에 그려진 그림만으로 아이들은 멀리 뛰기를 하고 땅따먹기와 기차놀이를 하며 추운 겨울날에도 땀을 흘려가며 실컷 뛰어 놀았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방자치단체와 국회를 다니며 관련 법령에서 놀이터를 ‘놀이 시설이 설치된 곳’이 아니라 ‘아동이 놀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으로 바꾸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놀이터 = 놀이 시설’이란 등식을 깨지 않으면 높은 놀이 시설 비용 때문에 폐쇄된 놀이터를 개선하는 일도, 다양하고 참신한 놀이터를 만드는 일도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놀이터를 지켜라 × 바닥놀이 프로젝트: 모이면, 놀이시작! 그러던 지난 8월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학교 주차장을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곳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김해 봉황초등학교의 남성곤 선생님이었습니다. 올해부터 하루 30분 중간 놀이 시간을 마련한 이곳 학교에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는 바람이었습니다. 찾아간 학교는 ‘아이들은 잘 놀아야 행복하다’는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지지 덕분에 놀이 ‘터’를 만들기 더 없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이 공간의 개선을 위해 세이브더칠드런과 중랑구 어린이공원 개선 프로젝트를 함께 하면서 바닥놀이의 확산을 고민해온 C Program,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등에서 바닥놀이 프로젝트를 펼쳐온 놀공발전소가 의기투합했습니다. 이 공간을 아이들이 직접 자신의 놀이'터'로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었기 때문입니다. 9월 7일과 14일 봉황초등학교에서 8시간에 걸친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바닥 놀이 개발의 선구자인 놀공발전소가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놀이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신청한 4~6학년 아이들 25명이 참여했습니다. 서로 다른 학년이 섞여 데면데면하던 것도 잠시, 워크숍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놀이를 만드는 데 빠져들었습니다. 잭과 콩나무, 시골쥐와 서울쥐, 헨젤과 그레텔 등 익숙한 이야기를 인물과 행동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다시 이야기로 조립했습니다. 경찰과 도둑, 눈 가리고 술래잡기, 땅따먹기 등 익숙한 놀이를 이야기에 맞춰 변형했고 여기에 맞게 바닥 도안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술래가 많아지면 도망 다니기가 더 어려워지니까 공간이 넓어져야 할 것 같아요.” “멀리 뛰기 대신 다리를 넓게 벌려 움직이는 걸로 하면 어떨까요?” 아이들의 아이디어는 그 자리에서 바로 놀이 규칙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만든 규칙으로 두어 판 놀이를 해보고 다시 모여 어떤 점이 너무 어렵고 쉬운지, 어떤 규칙을 넣거나 빼면 더 재미있을지 머리를 맞댔습니다. 규칙이 바뀌면서 종이테이프로 그린 바닥 도안에도 새로운 금이 생겼다 없어지길 반복했습니다. 아이들의 의견이 수 없이 오가고 그만큼 다양한 시도와 실패가 쌓여가는 사이 아이들의 놀이는 정교해지고 재미있어졌습니다. 워크숍이 끝나고도 계속할 만큼 아이들은 직접 만든 놀이를 즐거워했습니다. 친구들과 ‘빨간모자와 늑대’ 이야기로 새로운 땅따먹기 놀이를 만든 황서연(12) 어린이는 우리에게 ‘놀이가 재미있어지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놀이가 재미 있으려면 놀이를 만드는 사람들의 의견이 합쳐지는 게, 협동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또 규칙을 지키고, 잘하지 못해도 친구들이 응원해주면 훨씬 재미있게 놀 수 있어요.” 방금 놀이를 하나 완성한 이재희(12) 어린이는 벌써 새로운 놀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꺼내놓기도 했습니다. “’잭과 콩나무’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를 바탕으로 놀이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신기한 일을 많이 겪잖아요. 그걸 표현해보고 싶거든요. ‘잭과 콩나무’의 잭은 나무에 기어 올라가니까 우리도 어디에 올라가면 이긴다거나 도착하지 못하면 벌칙을 수행하는 놀이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바닥 놀이의 핵심? 노는 사람이 규칙을 만든다는 것!
이날 워크숍을 진행한 놀공발전소의 임애련 씨에게 진행자의 역할을 물었습니다. “아이들끼리 놀이를 만들 수 있게 거드는 것이에요. 오늘도 놀이를 만든 사람은 아이들이었어요. 진행하다 보면 놀이의 구조에 익숙한 저에게는 놀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규칙이나 요소가 보여요. 그런데 그것이 소용 없다는 것을 아이들이 직접 겪어봐야 하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하죠. 여러 번 해보고 나서 ‘어땠어?’라고 물어봄으로써 아이들이 스스로 규칙을 바꿔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놀공발전소의 대표 피터 리 씨는 이렇게 ‘아이들이 규칙을 바꾸는 것’이 바닥 놀이의 핵심이라며 말합니다. “예전에 우리는 규칙을 만들면서 놀았어요. 요즘 아이들은 놀 때조차 이미 규칙이 정해져 있는 비디오 게임을 해요. 옛날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라 ‘놀이를 하는 사람이 규칙을 스스로 만든다’는 가치를 지금 상황에 맞게 되살리고 싶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규칙을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만들며 공감하는 걸 많이 겪으면 좋겠고요. 우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우리가 없어도 아이들이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놀이를 만들어 노는 거예요.” 서울 한복판으로 출동! 하이서울페스티벌에서 만나요 수십 차례 아이들이 직접 몸으로 달리고 뛰고 미끄러지며 검증하며 만든 놀이. 궁금하시죠? 김해 봉황초등학교 아이들과 광주 한울초등학교 아이들이 만든 바닥 놀이가 서울 세종대로에서 펼쳐집니다. 하이서울페스티벌이 열리는 10월 4일 자동차가 사라진 도로에서 테이프로 만드는 놀이터에 놀러 오세요. 신나는 놀이로 맞이하겠습니다! <놀이터를 지켜라 × 바닥 놀이 프로젝트: 모이면, 놀이시작!> ․ 일시: 2015년 10월 4일 오후 1시~ 6시 ․ 장소: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하이서울페스티벌 행사장 내 (서울도서관 옆) . 함께 판을 벌이는 사람들: 세이브더칠드런 X C Program x 놀공발전소 아이들의 놀 권리를 지키기 위한 세이브더칠드런의 활동을 응원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