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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 놀이터를 지켜라 : 놀 권리 회복 캠페인 - 대한민국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실컷, 맘껏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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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노느냐고 물으니…‘화장실’이요 작성일 : 2015-11-13 조회수 : 9232



어디서 노느냐고 물으니…‘화장실’이요



“새들은 날아다니고, 물고기는 헤엄을 치고, 아이들은 놀이를 한다.” 


미국의 상담전문가 개리 랜드리스가 한 말입니다. 아이들에게 노는 것이 새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놀려면 그럴 수 있는 공간과 시간, 같이 놀 친구가 필요한 법인데,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학원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아이들에게 이 셋이 한 번에 생기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친구들이 이미 한 곳에 모여있는 곳, 하루 4~7시간을 함께 보내는 이곳에서 논다면 어떨까요? 바로 학교 말이죠.




학교에서는 놀면 안 될 것 같아요



학교에 놀 시간이 많은 적은 없었지만 아이들은 늘 학교에서 놀았습니다. 지금은 초등학교 3학년과 6학년 자녀를 둔 어머니인 경기도 시흥의 김성숙 씨도 한 때는 쉬는 시간이면 말뚝박기를 했던 놀던 활기찬 소녀였습니다.

“저희 때는 화장실이 밖에 있었잖아요. 그래서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화장실을 오가면서 말뚝박기 같이 몸으로 노는 때가 많았어요. 지금은 그런 게 없는 것 같아 아쉬워요.”


그러나 학교에서 이런 추억을 쌓는 일이 허락되지 않은 아이들이 많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만난 초등학생 남매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드문드문 놀아요. 학교가 끝나고도 운동장에서 놀 수 없어요. 점심 시간에도 선생님이 허락한 한 두 반만 빼면 나가서 놀 수 없어요. 쉬는 시간에는 우리가 조용하게 책을 읽기만을 바라시는 것 같아요.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정도로도 소란스럽다고 혼나요.”




놀 권리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곳, 학교!

 


누군가는 “학교는 놀러 가는 곳이 아니라 공부하러 가는 곳”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학교, 특히 초등학교에서 공부해야 할 것은 교과만이 아닙니다. UN 아동권리위원회는 2013년 아동권리협약 일반 논평을 통해 이러한 점을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반드시 익혀야 할 삶의 기술에는 식자 능력과 수리 능력만이 아니라 균형 잡힌 결정을 내릴 능력, 비폭력적으로 갈등을 해소할 능력, 건강한 생활 방식, 바람직한 사회 관계와 책임감, 비판적 사고, 창조적 재능 및 삶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 때 필요한 능력을 개발할 능력을 포함한다.”


딱딱한 글을 찬찬히 들여보자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글 읽고 수학 문제 푸는 것뿐 아니라 건강하게 살면서 다른 사람과 어울릴 줄 알고,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좋은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는 이야기를 발견하실 텐데요. 눈치 채셨나요? 여기에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뛰어 놀면서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합니다.




시흥초등학교와 시작하는 ‘잘 노는 우리 학교’



변화는 시작되고 있습니다. 혁신학교나 행복학교처럼 아이들의 창의성과 주도적인 학습에 관심을 갖는 학교에서 놀이를 더 이상 ‘공부를 방해하는 소란스러움’이 아니라 배움의 한 과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잘 노는 우리 학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경기도 시흥초등학교도 그런 학교 중 하나입니다. 경기도 지속가능발전교육 시범학교인 이곳에서는 이미 중간 놀이시간을 도입해서 아이들이 놀 시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방과 후에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놀아도 꾸짖는 선생님이 없습니다. 그래서 학교가 끝난 뒤 노는 아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에게 놀 기회가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직접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학교 안팎을 살펴본 이곳 선생님들은 ‘천편일률적인 놀이터 외에는 놀이 공간이 없다’고 아쉬워했습니다. 11살 혜빈이는 학교 놀이터에서 그네 타며 놀 때도 있지만 전교생이 그네 4개를 나눠 써야 하니 쉬는 시간 동안 줄만 서다 들어가는 날이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복도나 교실은 친구와 부딪히니 뛸 수 없고, 놀이 기구는 만원이고, 운동장에서는 축구를 하는 아이들에게 밀려나기 일쑤입니다. 12살 가연이는 ‘어디에서 노니?’라고 물음에 ‘화장실’이라고 답했습니다.


“졸업하고 나면 학교 화장실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마음 편히 놀 데가 화장실밖에 없거든요. 재미있었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놀 수 있는 데가 그곳뿐이었다라는 게 슬플 것 같아요.”


세이브더칠드런은 시흥초등학교와 ‘잘 노는 우리 학교’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놀이터와 운동장처럼 특정 공간만 ‘노는 곳’인 학교가 아니라 곳곳이 자유롭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학교로 바꿔보려는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시흥초등학교 아이들 25명이 디자이너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학교 구석구석을 꿰고 있는 이 아이들은 친구들이 어디에서 뭘 하며 노는지, 어떤 공간을 싫어하고 좋아하는지 건축가에게 소개하고, 어느 공간을 어떻게 바꿀지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는 이렇게 바꿀 공간이 이곳 아이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기록하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시흥초등학교의 변화가 시흥초등학교에서 머물지 않고 더 멀리 퍼져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한 리서치인데요. 내년 여름까지 관찰과 아이들의 기록, 설문조사, 심층면담 등을 통해 연구가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렇게 나온 연구 결과를 다른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는 근거 자료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가연이가 냄새 나는 화장실 대신 아늑한 놀이공간에서 친구들과 웃고 장난치고, 혜빈이가 그네만큼 재미있는 다양한 놀이로 쉬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학교. 세이브더칠드런이 꿈꾸는 ‘잘 노는 우리 학교’의 모습인데요, 시흥초등학교만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학교가 ‘잘 노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보내주세요.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  |  사진 양호상, 김흥구,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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