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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5일은 로힝야 사태가 1주기를 맞는 날이었습니다. 지난 해 미얀마 정부의 유혈 탄압으로 수천 명의 로힝야족 아동이 살해를 당하거나 성폭행, 방화, 고문, 납치 등으로 신체 장애와 정신적 외상을 입었고, 잔악 행위를 피해 방글라데시로 피난한 약 37만 명의 아동 생존자들은 열악한 캠프 생활과 불투명한 미래라는 또 다른 고통과 직면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아동 위기 상황’이고 유엔에서도 ‘인종 청소의 교과서적 모습’이라고 규탄했을 만큼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지만, 국제사회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유혈 탄압과 피난 행렬에서 부모를 잃거나 가족과 헤어진 아동들은 특히 식량 부족, 착취와 학대 위험이 높아 더욱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보고서 ‘로힝야 사태 1년,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Time for Action: The Rohingya Crisis One year On)’에 따르면, 현재 콕스 바자르(Cox’s Bazar) 캠프 내 로힝야족 ‘부모 미동반, 가족 분리 아동(Unaccompanied and Separated Children)’의 수는 약 6,000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대상자 로힝야족 아동 139명 중 절반 이상이 미얀마의 유혈 탄압과 피난 중 살해 등 폭력으로 부모를 잃어 ‘요보호 아동(Orphan)’이 됐다고 응답했습니다. 부모가 살해 당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아이들은 여전히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홀로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가혹한 현실을 온몸으로 견디고 있습니다.
잔악한 범죄 행위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응이 필요합니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 책임자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라는 공동 대응을 통해 ‘반인도주의 범죄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야 합니다. 국제사회가 이번 사태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유사 사태 발발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이번 유혈 사태의 책임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국제법의 정의 앞에 세울 것을 촉구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오는 9월 10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 39차 유엔 인권이사회는 국제사회의 결집된 대응 의지를 통해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국제아동권리기관’이자 콕스 바자르 캠프에서 인도적지원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국제구호개발 NGO’로서, 이번 제39차 유엔 인권이사회가 로힝야 사태의 책임자 조사와 처벌에 대한 국제사회의 결집된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며 한국 정부 대표단에 ‘Time for Action: The Rohingya Crisis One year On’ 브리프와 함께 아래의 제안을 전달합니다.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체없이 로힝야 사태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에 회부하도록 강력히 촉구해야 합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를 반인도적 범죄, 인종청소로 규정하고 있지만, 미얀마 정부는 여전히 책임을 부인하며 책임 규명과 처벌 등 진정성 있는 조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유야무야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유엔 진상조사단 보고서(Independent International Fact-finding Mission)의 제언과 같이 국제법 위반 범죄 책임자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한 새로운 유엔 국제중립독립기구(International, Impartial and Independent Mechanism, IIIM)를 설립해야 합니다. 국제법 기준에 따라 이번 유혈사태에 대한 사법권이 있는 법정 또는 재판소에서 공정하고 독립적인 형사 소송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미얀마의 로힝야족 인권 유린 증거 수집과 보존이 필요합니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 시절 미얀마를 방문해 노예상태에 가까운 로힝야족의 거주 실태 등을 직접 확인하고 박해 상황을 비판한 바 있습니다. 또한 위안부 문제로 '여성과 함께하는 평화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면서 ‘전시 여성 성폭력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인권 유린 문제’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제 39차 유엔 인권이사회는 로힝야족에 대한 유혈 사태가 위안부라는 우리의 아픈 역사처럼 진정성 있는 조치 없이 오랜 세월 방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엄중한 자리입니다.
국제사회는 지난 27일 유엔 진상조사단 보고서를 통해 ‘미얀마 군이 인종청소 의도로 로힝야족을 대량 학살하고 집단 성폭행하는 등 반인도주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제는 유엔 진상조사단 보고서의 제언에 따라 미얀마의 최고위 군관료와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집단학살(Genocide)’로 처벌하기 위해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한국 정부가 이번 회의에서 관련 논의 진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2018년 8월 31일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