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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6월 3일 가정 내 학대로 의식을 잃고 세상을 떠난 천안 아동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숨이 멎고 나서야 아동과 조우한 어른들은 이제서야 아동의 비극적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이 죽음의 원인이 비정한 부모에게만 있는지 우리 사회는 통렬히 성찰해야 할 것이다.
비극의 반복은 가속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그 해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의 숫자는 28명으로, 4년 만에 두 배 증가하였다.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서 가해자의 83.3%가 부모이다. 죽음의 문턱 전까지 사망 아동은 부모의 지속적인 체벌에 시달렸는데, 경찰은 온몸의 멍과 상처로 아동이 보내는 구조 신호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 주검으로 목도한 이 아동들을 진정으로 추모하는 일은 금새 사그라들 분노가 아니라 ‘학대 사례를 철저히 확인∙보고∙조회∙조사∙처리∙추적(유엔아동권리협약 제19조)’해 다시는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이에 세이브더칠드런은 정부가 아동학대 예방과 대응을 위한 철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며, 다음의 사항을 요구한다.
1. 민법의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가정 내 체벌금지 법제화를 조속히 실현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아동학대 사망의 원인에는 “아이의 바른 지도와 교육을 위하여”, “ 거짓말을 해서 훈육 목적으로”와 같은 가해자의 변명이 통하는, 아동에 대한 체벌을 용인하고 폭력을 방조하는 우리 사회의 견고한 통념과 제도가 한 몫을 했다. 지난 달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의 권고 중 20대 국회에서 발의조차 안된 유일한 권고가 가정 내 체벌을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민법 제915조 징계권을 삭제하고, 민법에 가정 내 체벌금지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아동의 권리를 강화하고 성인과 동일하게 안전할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를 개선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이에 관련 부처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가정 내 체벌금지 법제화를 위한 민법 개정에 조속히 나서기를 촉구한다.
2. 정부는 천안 아동학대 사망사건 전 과정을 재검토하여 아동보호체계 전반에 대한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사망 아동의 경우 경찰은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도 아동학대전문가의 판단과 아동의 요구 등에 의해 아동을 집으로 돌려 보냈다고 한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 후 원가정 보호 결정에 이르기까지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에 있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아동보호체계에 있어 공적 책무성을 강화하고 아동학대 사건에 대응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아동방임, 경미한 아동학대 등에 대한 조치를 강화하고 아동학대 대응 관련자의 전문적 협업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3. 코로나 19 대응에 있어 아동보호체계를 모니터링하고 개선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아동은 가정폭력과 학대의 위험에 더 노출된다. 대다수의 아동들은 아동보호서비스 접근이 어려워졌으며, 전화나 온라인으로 아동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아동을 직접 관찰하고 살피던 사회적 네트워크가 차단되면서 아동들은 잊혀지고 학대의 위험에 더 노출되었다. 비단 사망 아동 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에 코로나 19 등을 포함한 재난상황에서 아동보호체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살피고, 재난 상황에서 아동의 생명 및 신체적∙정서적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작년 10월 세이브더칠드런 등 15개 시민사회단체는 아동학대 대응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통해 국가가 아동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하는 아동보호 체계개선에 앞장 설 것을 요구하였다. 그때도 수많은 방관자와 직무를 다하지 않은 국가가 한 아이를 외로운 죽음으로 몰았고 사건은 금새 잊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슬픔과 분노의 목소리를 넘어, 기억의 목소리로 체벌 및 학대 등 아동에 대한 모든 폭력을 근절하는 데 필요한 대책들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2020년 6월 5일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