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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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의 캄보디아 현장 이야기 ① 어린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세상
사람들
201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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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내일 크라체 가는데, 정혜 너도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아!
캄보디아에 와서 친해진 동료 사피, 사피는 이곳 세이브더칠드런 캄보디아의 유일한 홍보팀 직원입니다. 작년 태국 긴급구호 훈련에서 만난 인연과, 같은 홍보팀에서 일했던 경력(?) 덕분에 제법 친해진 동료인데요, 그런 사피가 갑자기 그것도 내일 당장! 출장을 같이가자고 합니다. 게다가 저는 바로 어제 프레이벵이란 프놈펜 남부 지역에 2박 3일간의 출장을 막 다녀온지라 여독은 물론 여행가방도 아직 풀지 못한 참이었지만 다시금 프놈펜을 떠나 크라체로 향했습니다.

캄보디아의 수도인 프놈펜에서 북동쪽으로 약 340km 떨어진 크라체!
그렇지만 버스로는 (놀라지마세요!) 무려 7시간이 걸립니다. 2차선 밖에 되지 않는 도로에 온갖 가축(소, 말, 돼지, 심지어 버팔로까지!)과 오토바이는 물론, 자전거와 차들이 함께 달리는 열악한 도로사정 여기에 한국에서 수입된 10년도 넘은 것 같은 오래된 버스의 조합으로 최고 속력이 고작 50Km 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강남에서 수원으로 가는 한국의 중고 시내버스를 타고, 캄보디아를 달리는 기분! 참 묘하더라구요. 

하지만, 앞으로도 전 이 오묘한 버스여행이 익숙해져야만 할 것 같습니다. 바로 이 곳, 크라체가 제가 앞으로 1년동안 참여하게 될 프로그램인 캄보디아 쳇보리지역 고아 및 취약아동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크라체라는 province안에 쳇보리라는 district가 속해 있고, 쳇보리 지역 중에서도 4개의 commune - Dar, Kantout, Thma Andaeuk, Thmei에 속한 17개의 마을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 사업은 2008년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와 한국국제협력단 (KOICA)의 매칭펀드로 시작되어 올해로 3년차, 그리고 아쉽게도 마지막 해를 맞게 되었습니다. 

800명의 고아 및 취약아동, 그리고 그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의 기본 권리인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및 참여권 실현을 통해 아동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 2년동안 세이브더칠드런과 이 곳 캄보디아 현지 파트너 KAFDOC이 열심히 노력한 만큼, 그동안 이 지역의 아동권리의식과 아동참여는 다른 지역과 비교하여 놀랄만큼 발전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동클럽과 또래교육자라는 독특한 세이브더칠드런만의 방식으로 어린이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프로그램에 아동의 참여를 높인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쳇보리지역에서 사업을 진행중인 17개 마을에서 각각 2명의 또래교육자(peer educator)를 선발했습니다. 선발된 또래교육자들은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아동권리, 아동참여와 아동보호에 대한 훈련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훈련을 받은 또래교육자들은 자신들의 마을로 돌아가 또래 친구들을 만나 훈련 받은 내용을 함께 공유하고 가정폭력이나 다른 아동권리 침해와 관련된 고민들을 함께 이야기 하게 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또래교육자들과 마을 어린이들이 나눈 이야기가 단순한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안건이 되어 마을회의에도 참석하게 됩니다.


사진/ 책상에 앉아 공부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찬따

이번 방문의 목적은 바로 또래교육자중 한 명인 찬따와 찬따의 가족을 만나고 찬따와 다른 어린이들이 면위원회 모임(commune council meeting)에 참여하는 것을 직접 관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올해 16살인 찬따는 6형제 중 4째입니다. 찬따가 13살때 찬따의 아버지는 찬따와 가족들을 버리고 집을 떠났다고 합니다. 찬따의 큰언니와 큰오빠는 학교를 가보지도 못했고, 둘째언니는 학교에 다니다가 7학년째에 그만 중단하고 집안일을 도와야만 했습니다. 찬따역시 5학년때 언니와 같은 이유로 학교를 그만둘 뻔 했지만 2008년 세이브더칠드런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뒤 찬따의 생활엔 큰 변화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사진/ 찬따의 재산목록 1호 교과서

찬따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생활에 필요한 학용품을 지원받게 되었고 뿐만 아니라 찬따의 가족은 소득증대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되어 소규모의 자본을 지원받아 조그만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진/ 당당하게 또래 친구들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찬따의 모습

같은 해에 찬따가 마을의 또래교육자로 뽑힌 뒤에는 아동권리와 아동참여, 아동보호에 대한 교육도 받게 되었고, 매달 마을의 다른 친구들과 함께 찬따가 배운 것들을 함께 나누고 토론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친구들과 가족, 이웃과 관련된 문제들을 함께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정기적으로 찬따 마을의 어려운 친구와 가족을 방문하여 어려운 상황에 놓인 친구들과 친구가족들에게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마을의 지도자들과 프로그램 스탭들에게 전하는 일도 찬따가 맡은 중요한 임무중 하나입니다.

찬따는 마을 문제점들을 친구들과 함께 토론하기도 하고 때로는 마을의 어른들에게 친구들 대신 이야기 하여 해결책을 찾거나 한 달에 한 번 있는 마을회의에 직접 참여하여 친구들을 대표해 의견을 제출하기도 합니다.

술이나 도박에 중독된 부모들, 가정에서 아동들을 때리는 부모들, 아이들에게 온갖 집안일을 떠맡겨 결국 학교에 가지 못하도록 하는 부모들, 학교에 오지 않고 수업을 빼먹는 선생님들, 마을회의에서 주로 보고되는 이러한 문제점들은 마을 지도자, 학교교장선생님, 교육부 담당자들을 거쳐 시정되고 심각한 사안의 경우 경찰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찬따의 마을에 어린이들이 직접 마을회의에 참여하게 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집안일과 가정폭력등의 문제들로 학교에 가지 못하던 학생들의 출석률도 올라갔고, 온갖 핑계로 학교 수업을 게을리하던 선생님들도 이제 학교에 좀 더 규칙적으로 와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진지하게 찬따의 의견을 듣고 있는 마을 어른들

찬따마을이 속해있는 Kantout Commune의 대표인 소폰씨도, 또래교육자와 아동클럽 멤버들의 참여를 매우 기뻐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마을회의에 어린이들이 참석해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게 된 후로 어린이를 통해 새로운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배우는 것이 마을회의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소폰씨는 단순히 회의에 아동들이 참여하는 것을 넘어서 내년 혹은 후년쯤에는 마을의 계획을 세우는 일에도 아동들의 참여를 고려중이라고 합니다. 어른들의 일로만 생각했던 마을회의에 참여하게 되고,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대표하여 내게되어 무척 자랑스럽다는 찬따. 

2년전이라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이 곳 쳇보리지역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배우는 세상을 위해 일합니다. 이 곳 캄보디아에서도 세이브더칠드런이 꿈꾸는 세상을 향한 작은 변화가 조용히 시작되고 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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