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체인지더놀이공간 결과발표회
아이들은 놀이터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몸으로 뛰었고 생각을 모아 제안서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은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공원에서 놀이터를 관찰했고 집에 갈 시간을 훌쩍 넘도록 교실에서 머리를 맞대고 의논했습니다. (중략) (차일드클럽은) 아이들이 놀이터 주인공으로 권리를 존 중받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참여하여 자신들의 생각과 마음이 수용되는 의사소통의 힘을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김계희 안산광림지역아동센터장 |
경기도 안산에 흰 눈이 펑펑 내리던 지난 13일. 안산 단원구청 대회의실에 아이들 21명, 3곳 지역아동센터의 책임자와 권오달 단원구청장, 박영조 도시주택과장이 모였습니다. 지난 한 해 세이브더칠드런과 동네 놀이터를 함께 고쳐온 안산 지역 ‘차일드클럽’ 아이들과 단원구청 사람들이 그 성과를 돌아보는 자리였습니다. 차일드클럽은 아이들이 직접 주변에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보는 세이브더칠드런의 자치 활동입니다.
여기에 참여한 아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동네 놀이터를 자신의 눈높이에서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의견을 모아 구청에 제안해왔습니다. 꼭 필요한 제안을 하기 위해 꾸준히 놀이터를 관찰하고 그곳에서 직접 놀기도 하고, 동네 친구들과 어르신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도 펼쳤습니다. 세계 곳곳의 놀이터를 꼼꼼하게 조사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만들어낸 제안서를 따라 부서진 놀이터 입구 계단과 담벼락이 고쳐지고 줄이 삭아가던 그네가 새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여름철 날벌레를 잡아줄 기기가 생겼고 비닐봉투 주변으로 흐트러져 있던 쓰레기를 담을 단단한 쓰레기통도 생겼습니다. 조은지역아동센터에서 차일드클럽에 참여해 그 변화를 목격해온 홍수연(12) 어린이는 해가 바뀌었어도 그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얘기대로 진짜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우리 생각을 들어주는 정도일 거라고만 생각했죠. 그런데 정말 바뀌는 것을 보고 신기하고 뿌듯했어요.”
어쩌면 어른들의 눈에는 사소한 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놀이터의 주인공인 아이들에게는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고인 빗물은 미끄럼틀을 포기해야 할 이유가 되고 헐어버린 그네 줄에는 손이 쉽사리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사소한 오점이 주변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을 용인한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훼손된 채 방치된 놀이터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곳’, 그래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곳’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랬던 공간이 아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구청의 ‘힘 있는’ 어른들의 관심을 이끌어냈고 아이들이 바라는 ‘쾌적하고 재미있는 놀이터’에 한걸음 가까워졌습니다. 그래서인지 꾸러기마을지역아동센터에서 차일드클럽에 참여했던 박건희(10) 어린이가 발표한 소감에는 관심이라는 단어가 유독 많았습니다.
“놀이터가 고쳐져 가는 모습을 보고, 다른 아이들이 안 다치고 재미있게 놀이기구를 타는 생각을 하니 기쁘고 뿌듯했다. 점점 이 활동이 끝나가니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이 활동을 하며 자신감이 생겼고 다른 놀이터 또한 고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 활동에 다른 지역아동센터가 많이 참여해서 놀이터가 더 안전하고 재미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른들도 어린이가 노는 놀이터에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면 지금보다 사람들이 놀이터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 같다. 기회가 또 온다면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서 안산 시민들이 어린이 놀이터에 더 큰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이 자리에서 권오달 단원구청장도 “놀이터의 주인공은 어린이이기 때문에 어린이 여러분이 진정 원하는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힘쓰겠다”고 아이들에게 답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역시 더 많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더 많은 어른들이 그 이야기에 응답하도록, 그래서 아이들이 놀이터의 진짜 주인공이 되도록 아이들 곁에 함께하겠습니다.
글 | 고우현 사진 | 고우현, 안산 차일드클럽(광림지역아동센터, 꾸러기마을지역아동센터, 조은아동지역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