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고등학교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영화 찍는데도 엄마 아빠 화 안 내고 절 응원해 주셔서 고마워요” 김태유 감독의 수상소감에 모두 웃음이 터졌습니다. 청소년 감독 김태유 학생은 아동권리 단편영화 공모전에서 <하이 채플린!>이라는 작품으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아동이 직접 아동권리 영화를 출품했다는 점에서 이번 아동권리영화제가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틱장애를 앓는 근섭과 운동부 가은의 첫사랑은 이면에 담긴 이야기는 무엇인지 김태유 감독과 <하이 채플린!>의 가은 역을 맡은 김가은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태유 |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하이 채플린!> 연출을 맡게 된 서운고등학교 2학년 김태유라고 합니다.
김가은 | 안녕하세요. <하이 채플린!>에서 가은 역을 맡은 서운고등학교 2학년 김가은입니다.
아동권리 단편영화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떠셨나요?
김태유 | 처음에 본선 진출했다고 연락 왔을 때 침대에서 방방 뛰었거든요. 좋아서요. 그런데 또 최우수상이라고 해서 정말 행복했어요.
김가은 | 저는 태유한테 소식을 전해들었는데요. 믿기지 않더라고요.
출품하신 영화 <하이 채플린!>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김태유 | <하이 채플린!>은 따뜻한 로맨스 영화가 될 수 있었지만 성장 영화로 변하는 비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틱장애가 있는 근섭에게 운동부 가은이 다가와서 첫사랑이 이루어지는데요. 가은이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첫 만남을 고대하는 순간, 가은이 불운의 사고를 당하게 되어 못 만나게 됩니다.
▲(왼쪽부터) 영화 <하이 채플린!>을 연출한 김태유 청소년 감독과 출연한 김가은 학생
어떻게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되셨나요?
김태유 | 당시 관심 있었던 찰리 채플린과 세월호 참사를 시나리오에 녹여봤는데요. 두 주제가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더 효과가 있어 보이더라고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우연성, 그리고 비극성을 강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김태유 | 채플린을 좋아하는 근섭과 가은이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잖아요. 근섭과 가은은 많이 만난 사이는 아니지만, 마지막에 근섭이 상상 속에서 가은을 추모하면서 가은을 정말 사랑했다는 마음이 드러나도록 찍어보려고 했어요. 어떤 사람들에게는 사소한 이별일 수 있겠지만, 가은이 첫사랑이었던 근섭에게는 그 이별이 엄청 크게 다가오고 큰 상처와 아픔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회에서 아동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아동의 민감한 마음을 더 이해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영화 <하이 채플린!>의 한 장면. 틱장애를 앓고 있는 주인공 근섭.
의도적으로 배치한 소품이라든가 상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김태유 |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고 싶은 마음에 노란색 물품을 최대한 배치했고요. 가은과 근섭의 순수하고 깊은 사랑을 순간적으로 잘 나타나게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뜬금없이 일어난 사고를 보여줘서 세월호 참사가 이렇게 일상에서 갑작스럽게 일어났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김가은 | 가은이 근섭한테 전하는 상자도 자세히 보면 노란색이에요. 암시같은 거죠.
감독과 배우의 시선으로 조금 더 설명해 주고 싶은 영화의 한 장면이 있다면요?
김태유 | 마지막 장면에서 가은이 오지 않았을 때 흑백으로 장면이 바뀌면서 근섭이 가은을 만나게 되는데요.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를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근섭의 상상을 판타지적으로 그린 뒤에 다시 화면에 색과 소리가 들어오면서 가은의 영정사진과 꽃이 나와요. 결국 가은의 죽음이 현실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김가은 | 세월호를 암시하기 위해 마지막에 물에 젖은 채로 출연했는데 영상에서 잘 드러나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어요. 촬영할 때 엄청 추웠거든요(웃음).
▲아동권리 단편영화 공모전 시상식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김태유 청소년 감독
청소년 감독으로서, 아동권리영화제가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김태유 | 영화라는 매체가 다양한 주제로 재미를 주는 매력적인 예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동권리를 주제로 한 영화들을 모아서 보니까, 이런 영화가 많이 나오면 사회가 아름다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 사회가 아동을 어떻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김태유 | 어른들의 작은 날갯짓으로 큰 폭풍이 일어나는 나비효과를 경험하는 존재가 아동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동의 관점에서 생각해주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올바른 가치관과 따뜻한 마음을 지닐 수 있도록 존중해주면 좋겠어요. 그래야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아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잖아요.
김가은 | 아동도 어른과 같은 한 사람으로 봐주면 좋겠어요. 어른들이 보기에는 세상을 잘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들도 어른들처럼 똑같이 상처받는 존재거든요.
글 한국화(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