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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영화제가 법무부에 간 이유
국내사업
2022.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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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최근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들을 마주하며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여러차례 도움의 신호를 보냈던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무력감과 지키지 못했다는 미안함, 아동을 보호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분노로 혼란스러웠습니다.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된 후 정부의 아동학대 대책은 계속 마련되고 있지만, 우리의 일상 속엔 아동을 향한 폭력과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 아동의 권리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 세이브더칠드런의 아동권리영화제는 절묘 했습니다. 2015년 시작한 영화제는 그동안 아동권리를 담은 다양한 소재의 상업 영화를 통해 아동권리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왔습니다. 그리고 2020년부터 보다 넓은 시선으로 아동의 권리를 바라보고자 공모전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공모전의 작품으로만 2021 아동권리영화제가 열렸습니다. 이는 비단 팬데믹이라는 상황에서 온라인 영화제라는 변화만을 의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아동 감독 혹은 아동의 시각에서 창작하는 감독들이 어떤 작품을 만들었고 어떤 선택을 받았느냐 있습니다. 영화제를 담당한 주순민 매니저는 지난해 이뤄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동권리영화제는 '아동의, 아동에 의한, 아동을 위한 영화제'이다. 지금까지 아동권리를 다룬 작품을 큐레이션해 소개했으나 이번엔 '아동에 의한'에 방점을 찍어 직접 출품을 받았다. 영화제가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창구가 없는 아동을 위한 플랫폼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아동권리영화제를 담당한 주순민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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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브이로그, 단편영화 등 모든 장르의 공모전을 개최했고, 영화 <우리집>의 윤가은 감독과 씨네21 이다혜 기자, 9명의 아동심사위원들이 오롯이 작품으로만 평가했습니다. 특히 단편영화 공모전 수상작 다섯 편 중 대상을 포함한 세 편이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 감독의 작품이었습니다. 윤가은 감독과 이다혜 기자는 완성도나 숙련도는 성인 감독에 비해 아쉬움이 있을지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돌려 말하지 않고 자기 세계를 독창적으로 표현해내는 방식이 돋보였다고 전했습니다. 아동심사위원들 역시 나의 권리가 무엇인지, 삶을 되돌아보거나 앞으로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2021 아동권리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윤가은 감독, 이다혜 기자, 아동심사위원 수민, 민규, 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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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영화제 작품들은 사회고발적 성격을 드러내는 여타의 아동학대 소재의 영화들 속에서 아동의 시각과 목소리를 담아 그 틈새를 열어젖혔습니다. 단 10분 남짓한 영화는 거칠지만 진정성이 돋보였고, 군데군데 배려와 공감의 시선이 담겨있었습니다. 학대 장면을 직접적으로 시각화 하지 않더라도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가닿길 바라는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어린 시절의 상처로 아파하던 주인공이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성찰하는 '최선의 삶'과 토마토 화단에서 소원을 비는 청소년들의 학교생활을 담은 '토마토 정원', 아동학대의 피해아동이 기관에 의해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내지는 내용의 '아이',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듣는 딸과 재택근무 중인 아빠의 소통과 희망을 찾아낸 '가족 2020', 부당해고로 삭발 시위 중인 아빠를 찾아간 아이가 느끼는 외로움과 위로를 다뤄낸 '머리가 자라면' 등 총 5개의 작품이 관객을 만났습니다.


2021 아동권리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김서진, 반예림, 조아혜 감독의 <최선의 삶>,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형남 감독의 <토마토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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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를 침해하는 상황은 비단 현실과 영화의 구분이 없습니다. '아이'를 연출한 이성경 감독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보통 사람들이 아동학대가 일회성으로 발생하고 그치는 줄 아는데, 영화를 통해 대부분의 아동학대 사건은 재발되고 반복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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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동권리영화제가 아동권리에 대한 인식 개선을 뛰어넘어 참여의 폭을 넓히는 데에 의미가 있었다면, 올해는 한발짝 더 나아가 정책 개선에 힘을 싣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 1월, 법무부는 새해를 맞아 ‘법무부와 함께 하는 아동인권 이야기’라는 주제로 2021 아동권리영화제 수상작들을 관람하고 아동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법무부 여성·아동 인권 관련 담당자, 검찰의 여성·아동범죄전담부서 관계자 등이 참석했습니다. 더불어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과 강미정 권리옹호부 부장, 지난해 영화제의 심사를 맡은 윤가은 감독과 수상한 감독들, 법무부 블로그 기자단 등이 함께 했습니다. 조항리 KBS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간담회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아동권리영화제 상영회와 함께 법무부와 아동인권 이야기 간담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   인권보호를 관장하는 법무부에서 아동권리영화제 작품들을 보니 감동입니다. 아동의 시각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게 됐습니다. 우리 모두는 한 때 아동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의 시각에서 세상을 보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아동의 인권보호에는 우리(성인)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아동의 목소리를 듣고, 아동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아동이 권리를 잘 누릴 수 있도록, 아동보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확산될 수 있도록 법무부가 그 역할을 많이 해주시길 바랍니다.



영화를 보고나니 우리에게 숙제를 많이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아동 인권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이야기해도 중요성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현장에는 안타까운 피해아동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우리는 작금의 불편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목도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아동권리영화제 작품들을 함께 보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큽니다. 이 자리를 빌어 아동인권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법무부는 아동학대처벌법의 소관 부처로서, 2021년 2월 아동인권보호특별추진단을 출범했습니다. 가정에서 파편화된 문제들이 아동학대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아동학대가 발생하고 사법, 행정절차가 진행된 이후 아동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사후 재발이 되지 않도록 함에 있어 주체가 빠져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법무부는 아동인권보호특별추진단을 통해 아동학대 대응 체계의 중심에서 학대피해아동을 적극 모니터링하고, 국선변호제도를 활성화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피해아동을 도울 전담 변호사를 배속시키는 등 사후관리는 법무부가 맡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동인권보호특별추진단에서는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안성희 아동인권보호특별추진단 팀장   영화 상영에 앞서 팀원들과 함께 아동권리영화제 작품들을 보고 토론하며 아이들의 인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죠. 아동을 보호함에 있어 각 영역의 대응 인력과 민간이 협력해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협력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동인권보호특별추진단의 역할입니다. 학대피해아동 사건을 접할 때 단순히 범죄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 인권의 측면에서 '무엇이 아동의 삶에 좋은 방향이 될 것인가' 고민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자리에는 실제 사건을 처리하는 검사분들도 참석하셨습니다. 현장에서 아동 인권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요?

김정진 수원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검찰의 입장은 가해자에게 어떤 처분을 하는 게 재발을 방지하고 아이들을 보호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가를 고민합니다. 가해자를 구속하고 재판을 통해 실형을 내리며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정작 아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피해자 지원을 통해 아이들의 상담, 교육, 주거에 대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결정은 무엇일지, 더욱 더 따뜻한 시선을 갖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권현유 대전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지난 7월 중대아동학대 사건을 처리하면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됐는데요. 아동학대 사건에 있어 위기아동의 단초를 초기에 발견해 적절히 조치를 취하고 다양한 보호 방안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소 외에도 세이브더칠드런과 같은 유관기관과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의 협업 역시 중요할 것입니다. 더불어 아동 인권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한데, 아동권리영화제가 그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손명제 안양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  2016년부터 아동학대, 성폭력, 가정폭력을 전담해왔습니다. 그동안 법조인으로서 너무 유무죄 판단만을 우선시하지 않았는지, 영화를 보면서 '아동 인권에 대해 다르게 볼 수 있구나' 느꼈습니다. 대개 극단적인 사건들이 내게(검찰한테) 오는데, 다양한 시간에서 아동 인권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신임 검사들도 다 함께 보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올해는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이한 해입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활동했던 천도교소년회는 1922년 어린이날을 정하고 아동을 국가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바라보며 소년 운동을 펼쳤습니다. 아동을 현재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이자 사회구성원으로의 역할을 부여한 것이죠. 그럼에도 100년이 지난 지금, 영화에서도 우리 사회에서도 아동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수많은 갈등과 문제가 있는데, 대부분은 어른들이 만들어내고 매듭을 풀지 못해 생긴 것들이에요. 문제를 풀지못하는 시간 속에 아이들은 방치되었거나 외면당했거나 나이에 맞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있죠. 아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간담회에 참여한 '머리가 자라면'의 장현호 감독의 이야기처럼, 아동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 아동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 것, 바로 아동권리영화제의 역할이 아닐까요?





취재.글 나상민 (커뮤니케이션부)   사진  법무부, 세이브더칠드런, 허수임 (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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