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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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날이 어린이날' 어린이가 쓰는 어린이날 선언문
캠페인
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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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어릴 때는 매일 일기 쓰는 것이 숙제였는데요, 5월 5일 어린이날이 다가올 때면 하고 싶은 것이나 갖고 싶은 것들을 바라는 내용으로 일기를 가득 채웠었죠. 사실 어린이날의 역사나 의미에 대해선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어린이라면 이 날을 즐길 자격이 있고, 언젠가 어른이 되면 이 날을 무척 그리워할 것은 분명했죠. 왜 어린이날은 단 하루뿐인지, 365일 매일이 어린이를 위하는 날이 될 수는 없는 지 의문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언젠가 어른이 되겠지만, 우리 모두는 이미 어린이인 적이 있었죠.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실제로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아는 것과는 무관하게, 이미 어른이 된 우리의 틀 안에 아이들을 가두고 판단하고 결정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경험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알고 이해한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아야 아이의 존재 자체를 존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어린이의 뜻을 가볍게 보지 마십시오.’ 

100년 전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시절, 아이 역시 인격을 가진 독립된 사회 구성원으로 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어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새싹이 돋아난다는 의미로 5월 어린이날을 선포하며 어린이날 선언문을 배포했다고 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창립자인 에글렌타인 젭 역시 1919년 영국에서 아동권리를 위해 활동을 시작해 1923년 아동권리선언을 작성했으니, 동시대에 살면서 한국와 영국에서 아이들의 권리를 위한 선언문이 발표됐다는 점이 꽤 신기합니다. 

*함께 읽기 :  [2022 봄 소식지] 방정환 × 에글렌타인 젭이 들려주는 어린이날 권리 이야기  ☞ 바로가기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2022년, 우리 시대의 어린이는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어린이가 쓰는 어린이날 선언문' 캠페인을 통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총 401명의 아이들이 참여해 오늘날의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문장들 913개가 모였습니다.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에는 공부라든지 놀 권리, 아니면 코로나19와 같은 키워드가 가장 많지 않을까 예상했는데요. 하지만 놀랍게도 아동학대와 체벌, 무시와 차별, 존중과 배려 순으로 인권에 대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죠. 


1. 때리는 걸 사랑의 매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김규나 어린이) 

1. 어려도 나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다 알아요. 아무렇게 대하지 말아 주세요. (박예슬 어린이)  

1.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공부하라고 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저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공부 못해도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나재영 어린이) 

1.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우리의 마음을 들어주세요. 어른들과 달라도 들어주세요. (성비 어린이) 

1. 어린이도 이름이 따로 있어요. '야' 라고 하지 마세요. (하연&도경 어린이) 

1. 전 세계 모든 어린이가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주세요. (연규리 어린이) 

1. 기후 위기가 심각해요.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지켜주세요. (허아인 어린이) 

- 어린이가 쓰는 어린이날 캠페인 중에서 - 

*함께 읽기 :  [어린이가 쓰는 어린이날 캠페인] 어린이들은 어른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요? ☞ 캠페인 보기


캠페인에 참여한 초등학교와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 말씀이 "현재의 아이들은 과거 세대보다 아동권리 교육을 일찍 배우게 되어 인권 감수성이 확실히 높아요"라고 하시더군요. 아이들은 점점 변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와 어른들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기획된 '어린이가 쓰는 어린이날 선언문' 캠페인 포스터. 401명의 아이들이 참여한 어린이날 선언문 중 30개의 문장을 선별해 30인의 일러스트 작가와 함께 그림으로 탄생했습니다.


아이들이 쓴 어린이날 선언문은 어른들이 화답하는 그림으로 탄생했습니다. 도서 ‘어린이라는 세계’의 귀여운 일러스트로 주목받은 임진아 작가와 드라마 ‘며느라기’의 원작자인 수신지 작가,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해(해냄출판사)'를 펴낸 화가인 노석미 작가, 1998년부터 시사주간지에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는 이강훈 작가, ‘식물생활’ 웹툰으로 유명한 안난초 작가, 게임그래픽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인 최진영 작가 등 30인의 디자이너가 참여해주셨습니다.  




▲ '어린이가 쓰는 어린이날 선언문'에 참여한 상미초등학교.  전교생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학교 내 작은 전시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5월 초, 캠페인에 참여했던 부천의 상미초등학교에서도 중앙홀에 작은 전시가 마련됐습니다. 직접 어린이날 선언문을 작성한 아이들은 이번 캠페인으로 어린이날에 대하여, 또 아동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전 어린이를 혼자 두지 말라는 문장을 썼어요. 맞벌이 가정이 많잖아요. 저희 부모님도 맞벌이하시는데, 어린이 혼자 있으면 힘들어서요.”, “어떤 문장을 쓸까 고민하는데 뉴스에서 봤던 아동학대가 떠올랐어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들이 죽는 게 불쌍했어요. 아이를 학대하는 어른들에게 자신을 돌아보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학교에 가지 못하는 어린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학교에 간다거나 안 간다고 어떤 미래가 올지는 모르지만, 모든 어린이들이 학교에 가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기획된 '어린이가 쓰는 어린이날 선언문' 캠페인은 5월 4일부터 12일까지 엑스엑스프레스(XXPRESS)에서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캠페인에 참여한 아동과 작가, 관객들이 함께 작품을 통해 아동권리를 이야기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5월 4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소재한 엑스엑스프레스(XXPRESS)에서 선언문을 작성한 아이들과 그림을 그린 작가가 한자리에서 만났습니다. 아이와 어른이 한 팀이 되어 낭독한 어린이날 선언문이 비로소 어린이날의 의미를 가득 채워주는 것 같더군요. 전시는 12일까지 9일 동안 관람객들을 맞이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와 국제어린이마라톤의 오프라인 부스에서도 팝업 전시가 열렸습니다. 기나긴 코로나19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까 염려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전시를 찾아주셨습니다. 


여러분은 어린이가 쓴 어린이날 선언문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1년에 단 하루 뿐인 어린이날은 지나갔지만, 우리의 아이들과 아이들의 권리를 생각하는 날은 매일이길 바라며, 세이브더칠드런의 '어린이가 쓰는 어린이날 캠페인'은 온라인에서 계속 진행됩니다. 



▲ '어린이가 쓰는 어린이날 선언문' 홈페이지에서 어린이로서 어른에게 하고 싶은 말과 어른으로서 어린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겨주세요. ( 어린이날 선언문 함께 쓰기)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며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하지만 캠페인에 참여한 한 신지호(6학년) 어린이의 이야기는 어른 역시 아이들을 보며 세상을 배운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줍니다. “어린이날이 선물만 받는 날이 아닌 걸 알게 되었어요. 이제 매년 어린이날이 되면 아동학대를 받거나, 아동노동을 하는 어린이들을 떠올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해볼 거예요.” 



 나상민(커뮤니케이션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어린이가 쓰는 어린이날 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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