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 산불로 전소한 안동의 한 주택
우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 가정 전소 피해를 입은 A군
고등학생인 A군은 산불 피해를 본 안동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가장의 역할을 하는 A군은 거동이 불편하신 노령의 할머니, 청각 장애를 가진 아버지, 삼촌 그리고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산불로 집이 모두 타버리자, 9살부터 가장 노릇을 해온 A군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걱정이 컸습니다. 올해 92세인 할머니는 시에서 마련한 대피소에 머물고 있습니다. 화마로 모든 게 다 타버렸다는 소식에도, 가족이 다 살아서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지난 3월 21일 발생한 산불은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에 여의도 156배 면적의 국토를 태웠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경상도의 경우 정부 수립 이래 발생한 단일 산불 중 가장 큰 규모로 피해를 보았습니다.
▲ 산불 피해 현장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 직원
이번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지역 주민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노인, 아동, 임산부, 장애인 등 재난 취약 계층은 그 피해가 더욱 심각했습니다. 노인 인구가 많은 지방의 특성상,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체계적으로 아동을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매우 저조했습니다. 피해를 입은 아동이 몇 명인지 확인조차 쉽지 않았죠.
■ 위기의 순간, 아동을 가장 먼저 찾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재난, 재해 등 긴급한 상황에서 아동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튀르키예의 대지진을 비롯해 다양한 국내외 재난 현장에서 아동 우선(Child-First) 정신으로, 재난으로부터 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사적 차원의 재난대응체계를 구축해 인도적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세이브더칠드런의 국내재난대응체계와 경북 산불 피해 지원 타임라인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번 산불 발생 직후, 누구보다 빠르게 긴급구호에 나섰습니다. 최초에 행정기관과 협업이 어려워 아동 피해 상황을 공유 받을 수 없자, 해당 피해 지역을 관할하는 지역본부는 직접 현장조사를 나갔습니다.
▲ 안동 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
세이브더칠드런은 산불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대피소를 직접 방문하며 아동 현황을 파악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단체로 생활하는 양육시설이 피해를 입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찾아다녔죠. 지역아동센터 협회를 통해 해당 지역의 아동 수를 파악하고, 전소 피해는 없는지, 피해가 있을 경우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매일 현장을 나가길 반복하며 긴급 구호물품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 이날도 지원 물품 전달을 위해 10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했다
▲ 대피소를 찾아 가정 안부를 묻고 아동 물품을 전달하는 세이브더칠드런 직원
행안부 보고서에 아동 피해 내용이 담겨있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대피소에 설치된 텐트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아동이 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 국내사업관리팀 홍용균 매니저
■ 아이들의 시선에서 가장 필요한 지원
이번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확산 속도가 매우 빨랐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피해 지역 주민들이 대피를 할 때 무언가를 챙겨 나올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고 하죠. 당시 산불 피해 지역 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생필품이었습니다. 현장 수요조사에 따라 대피한 아동들에게 생수, 간식, 생리대, 물티슈, 마스크, 양말 등 긴급 구호물품을 전달했습니다.
▲ 전소 피해 가정 보호자에게 당시 상황 설명을 듣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 직원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물품은 피해 현장 근방에서도 찾기는 힘들었습니다. 아동 물품 구매를 위해 인근 시장으로 부리나케 달려갔지만, 고령자가 많은 지역 특성상 아동을 위한 물품을 전혀 찾을 수 없었죠. 외곽에 있는 대형 마트를 찾아 아이들에게 필요한 옷, 신발 그리고 장난감, 학습 교구들을 사서 필요 가정에 전달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정부의 재난지원 매뉴얼 내 아동 관점이 반영되지 않은 문제를 파악하고, 아동에게 가장 필요한 맞춤형 구호물품을 지원했습니다.
▲ 산불 피해 가정의 임시 숙소를 방문해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과 학용품을 전달했다
▲ 발에 꼭 맞는 운동화를 선물 받은 아동
성인 대상의 구호물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대피소에 있는 아이들이 몸에 비해 큰 신발을 신고, 옷을 입고 있었죠. 아동용 칫솔, 마스크, 양말 이런 것이 정말 부족한 상황이었어요.
- 국내 인도적지원 사업 담당 정민경 대리
세이브더칠드런은 긴급 생계비도 지원했습니다. 물품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성장기 아동의 성별, 나이, 알레르기 유무, 의약품 등 각 가정의 상황에 따른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지금처럼 시급한 상황에 현금을 지원함으로써 아동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 아이들이 일상을 빠르게 되찾을 수 있도록
세이브더칠드런은 현재 파악되는 피해 아동들을 모두 끝까지 아동들이 안전하게 가정으로 복귀할 때까지 인도적지원 활동을 이어갑니다. 산불이 발생한 경북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과 울산 온양, 언양, 그리고 경남 산청과 하동 지역 전소 피해 아동 가정 88가구 129명을 대상으로 긴급 생계비를 지급하고, 집이 타버린 가정에 긴급주택복구비와 피해를 본 아동보호 및 양육시설에도 복구비 지원이 이뤄집니다.
▲ 온양의 한 마을 회관을 찾아 지역 주민의 안부를 묻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 직원들
또한, 아동을 대상으로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 JOH(Journey of Hope)를 운영해 아이들이 산불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JOH 프로그램은 세이브더칠드런이 국내 재난 상황에 맞게 재구성해 시범 운영하고 있는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으로, 재난을 겪은 아동이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오는 6월부터 2시간씩 총 2회기로 구성된 집단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이 자신의 감정을 나누고, 직접 표현하며 긍정적인 사고와 태도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산불로 집과 일상을 잃은 아동들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닙니다. 집을 잃은 가정의 아이들은 새 학기가 두 달이나 지났지만,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일부 아동은 조부모를 돌보는 보호자의 역할까지 떠안으며 이중의 부담을 겪고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평범한 일상이 무너진 아이들에게 희망을 다시 전할 수 있도록, 세이브더칠드런은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아이들의 곁을 지키겠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만난 가정(출처: JTBC 뉴스룸)
* 세이브더칠드런은 공식 홈페이지와 네이버 해피빈, 카카오 같이가치에서 긴급구호 모금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금된 후원금은 의성, 안동, 청송, 영덕, 산청, 하동, 영양, 언양, 온양 등 피해 지역의 아동 구호 물품, 긴급 생계 지원, 아동 복지시설 지원, 재난 피해 아동 심리 회복, 주택 개보수, 아동 물품지원 등에 사용됩니다.
글 허수임(커뮤니케이션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