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4 유명인사 100명과 사진 찍고 수익 '스쿨미'에 기부한 조선희 사진작가

잘 사는 것, 답 없죠....그래도 내일 좀 더 '잘 살고' 싶어요.

유명인사 100명과 사진 찍고 수익 '스쿨미'에 기부한 조선희 사진작가. 조선희 사진작가, 한국 유명인 100명을 찍었습니다. 김혜수, 이병헌, 장근석, 강혜정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한 푼 안 받고, 마리오네트가 되고 한 밤에 사자 박제를 끌었습니다. 그들의 모델비는 모두 서아프리카 여자아이들 학교 보내기 ‘스쿨미’ 프로젝트에 보냈습니다. ‘대구만물상회’ 오남매 중 셋째 딸, 스스로 “왜관 촌년”이라 불렀던 그는 그 ‘큰 판’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이 됐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불안과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다고 하네요. 프리랜서의 숙명이랍니다. 이에 맞서는 그의 방식은 “새로운 일을 찾아 한다” 입니다. 그는 “잘 사는 게 뭔지 늘 고민한다”고 합니다. 답은 아직 모르지만, “오늘보다 내일 좀 더 ‘잘 살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합니다.


Q. 100명 섭외 자신 있었나요?

A. 장 샤를 드 까스텔바쟉 런칭 화보 의뢰가 왔는데, 가방(백)이니까 100명으로 하면 어떨까 했습니다. 며칠 후에 해보자는 전화를 받았어요. 그게 더 청천벽력이었어요.(하하). 입이 ‘웬수’죠. 예전엔 자기 혼자 기부 하면 되지 왜 떠드나 했는데, 유명인들이 알려야 사람들이 기부를 가깝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려면 100명 중 반 이상은 셀럽이어야했죠. 이 바닥 20년 일했지만 친한 사람은 한계가 있어요. 영화사 사람들, 기자들, 매니지먼트 대표들...많이 도와줬습니다. 티끌 모아 태산, 그렇게 100명이 됐죠. 

 김혜수 씨는 기부 이야기 하니 ‘그래 그럼 하지’ 흔쾌히 해줬어요. 이병헌 씨는 필리핀에서 영화 찍는 중이었는데 스케줄을 두 번이나 바꿔 찍었어요. 한국에 머문 이틀 중 하루, 그것도 밤에 자연사 박물관에서 찍었죠. 타이거 JK는 수술한 뒤였는데 몸에 기계를 달고 링거 맞고 왔어요. 그게 진심,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타이거jk,윤미래. 타이거가 몸이 안 좋아 링거 비슷한 기계를 달고 나타나야만 했던 상황...고맙고 또 고마웠다


이병헌. 바쁜 와중에도 좋은 프로젝트에 밤늦게 동참해준 이분을 진짜오빠라 여깁니다.


Q. 왜 ‘스쿨미’인가요?

A. 가방과 여자 아이들 학교 보내기랑 잘 맞는 거 같았습니다. 애를 낳아보면서 내 아이만을 위한 좋은 세상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 아이도 커서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 때문이죠. 제가 돕는 게 백사장에 모래 한 알 크기도 안 될지라도, 그런 게 모여서 백사장이 되는 거죠. 아이를 갖고 부터 조손가정 지원부터 시작해서 재능기부도 거절 안하고 했어요. 불가리에서 세이브더칠드런 반지를 런칭했을 때 사진 판매금을 기부한 적이 있으니 세이브더칠드런과 인연은 이번이 두 번째네요.


Q. ‘스쿨미’ 프로젝트 중에서도 특히 어머니들의 자립을 돕은 프로그램을 후원했는데..

A. 제 어머니가 42살에 혼자가 되셨어요. 막내가 7살, 큰애가 고3, 제가 중학교 1학년 때였어요. 아빠도 안 계시는데 제가 서울로 대학을 가 큰 세상을 보고 싶다고 하니 가라고 하셨어요. 남녀 차별 없이 똑같이 교육시켜줬어요. 아버지는 저한테 박순천 국회의원 같은 여장부가 되라고 하시고 엄마는 살고 싶은 대로 살다가 결혼은 늦게 하라고 하셨죠. 집에 책이 많았어요. 계몽문고 120권에 브리태니커도 있었죠. 엄마가 공부를 하라는 둥 그런 말 안했지만 책이 있으니 읽었어요. 부모님 영향이 지대했던 거 같아요.


Q. 이번 기부 프로젝트의 의미라면?

A. 광고주는 브랜드를 알릴 수 있고, 참여한 사람들에겐 기부라는 뿌듯함 또는 위로가 됐을 거 같고요, 저한테는 한 가지 프로젝트로 백 명을, 그것도 모두 다른 콘셉트로 공들여 찍었다는 게 남았죠.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어요. 행복했어요.


Q. 사진들을 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동화가 떠오릅니다.

A. 아이의 시선으로, 초현실적으로 찍고 싶었어요. 내가 아이일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되돌아봤습니다. 찍을 사람이 정해지면 잠이 안 와요. 새벽 4~5시에 일어나서 책도 보고 인터넷도 뒤지죠. 그때 사자 사진을 봤어요. 이병헌 씨를 보면 진정한 배우인데 외로운 느낌이 있거든요. 사자랑 오버랩됐어요. 김혜수 씨의 경우는, 제가 어릴 때 인형이 없어서 종이를 오려 만들곤 했는데 김혜수 씨를 인형처럼 만들어 보자에서 출발했죠.


김혜수. 어릴 적에 바비인형 같은 인형은 내게 없었다.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나도 그런 예쁜 인형을 갖고 싶었다


Q. <왜관 촌년 조선희, 카메라와 질기게 사랑하기> 책에 20대엔 사진이 마음 속 얼룩을 드러내는 일이었다고 썼습니다. 40대인 지금 사진 찍기는 무엇인가요?

A. 고민 중이에요. 20대에는 사진을 찍고 싶다는 열망이 엄청나게 컸어요. 내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당장 돈을 벌지 않으면 먹고 살기 힘들었죠. 사진을 찍으면서 돈 벌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어요. 일을 하면서도 제 작업에 대한 허기짐이 있었어요. 그때까지 제 사진을 보면 어두워요. 죽음에 대한 고민이 30대까지 쭉 따라왔어요. 30대 중반 아이를 낳고, 디지털 시대가 오고, 제 사진이 가지고 있는 눅눅함, 어두워 보이는 느낌을 벗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때 색깔이 조금 바뀌었죠. 10년 주기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게 사진은 ‘끄집어 내기’입니다. 사진기는 펜과 같은 거예요.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죠. 그림은 백지에 뭔가를 더해가는 거고, 사진은 존재하는 것에서 자기가 보고자 하는 걸 빼는 작업이에요.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떻게 성장했느냐에 따라 보이는 게 다 달라요. 사진 하는 사람들은 자기 상처와 기억을 힘들고 괴롭지만 끄집어 내 봐야 해요. 자기 게 필요해요. 저는 제 마음이 본 걸 찍어요.


강혜정, 하루. 아련했던 어릴 적 머리에 짐을 이고 가던 할머니와 엄마의 뒷모습이 생각나서 잡은 콘셉트


타블로. 와이프와 따님 촬영에 따라왔다가 급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걸로 결정


Q. 어린 시절의 기억이 조선희 작가 사진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A. 어린 시절이 제 작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거 같아요. 오남매인데 부모님이 바빠 저랑 오빠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웠어요. 제가 14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만약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제가 사진가가 됐을까, 정말 물음표예요. 그때부터 죽음이 뭔지, 왜 죽고 사는 건지 오랫동안 그런 명제가 마음에 자리 잡았어요. 그렇게 글도 쓰고 사진도 찍게 된 거 같아요. 원래 꿈은 과학자였어요. 

 이 세상 어느 누구 상처 없는 사람이 있겠어요. 그게 이 세상 사는 묘미이기도 하고요. 저는 금수저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결핍이 있어야 욕구가 생기죠. 그냥 다 주워지면 뭘 하겠어요. 


Q. <왜관 촌년...>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건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A. 찍히는 사람이 내게 호감이 있느냐, 내가 그 사람에게 호감이 있느냐에 따라 빈 껍데기 사진도, 정말 느낌이 들어있는 사진 될 수도 있죠. 사진은 피사체와 저 사이, 감정의 교류예요. 


Q. ‘왜관 촌년’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사진작가가 됐습니다. 그 힘은 뭔가요?

A.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어요. 엄마의 근성을 그대로 받은 거 같아요. 저는 시장에서 자랐어요. 지금도 시장에 가면 그렇게 마음이 편해요. 5일장 가면 고향에 온 거 같아요. 그래서 사람 찍는 걸 좋아해요. 


Q. 책 <조선희의 영감>을 보면 ‘잘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이 깊습니다. 

A. 무엇이 잘 사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지금 사춘기를 겪고 있는 느낌이에요. 평생이 사춘기인가 봐요(하하). 요즘엔 빨리 나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50대가 되면 마음에 이글거림이 줄어들고 평온해질까. 지금은 혼자 여행을 가고 싶어요. 옛날엔 혼자 무서워서 잠 도 못 잤는데 지금은 모든 소음에서 벗어나 혼자 있고 싶어요. 그런데 책임 질 게 너무 많아서 잘 안돼요. 잘 사는 것, 답 없어요. 그래도 늘 지금보다는 잘 살고 싶어요. 고민은 늘 계속 하죠. 다 놔버리는 게 맞는 건지, 더 붙잡고 있는 게 맞는 건지.  


Q. 혼자는 잠도 못 잤다고 했는데... 

A. 예전에 혼자 유럽 여행 갔다 밥을 하루에 한 끼 밖에 안 먹었어요. 혼자 먹기 싫어서. 그때 매일 울었어요. 지금은 옛날보다 혼자 자고 먹을 수 있게 됐어요. 자존감이 생기면 ‘내가 외롭구나’ 할 때 그걸 받아들이게 돼요. 혼자 밥 먹게 되면 예전에는 혼자 먹는 사실에 집착했는데 이젠 맛을 즐기게 되더라고요.


Q. 나이 든다고 절로 자존감이 생기지는 않을 텐데요. 

A. 예전엔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했죠. 지금은 남들이 어떻게 보건 나는 괜찮으니까. 날 싫어할 수도 있는 거지 인정하면 돼요. 사람이 다 다르다는 걸 알면 편해져요.



 책 <조선희의 영감>을 보면 영감을 얻는 첫 번째 방법으로 ‘행동’을 꼽습니다. 그는 움직입니다. "100인의 포트레이트를 구상하고 있어요. 이번과는 또 다른 100인이죠."



100백 프로젝트에 참여한 100명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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