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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일지] ① 무지개의 끝에서 희망을 보다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2-03-22 조회수 16022


글쓴이: 모자전달 SNS특파원 송혜원

물리샤니! (안녕하세요!)

저는 세이브더칠드런 '8일간의 모자전달 캠페인'의 SNS 특파원으로 선발된 송혜원입니다. 지금 잠비아(Zambia)의 루프완야마(Lufwanyama) 지역에서 소식을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드디어 오늘! 신생아들에게 모자를 전달하고 왔답니다. '내가 뜬 모자가 아기들에게 잘 전달되었나?'하고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그간 인터넷 사정이 여의치 않아 미투데이와 트위터에서만 짤막하게 글을 남겼는데, 일정을 조금 더 자세하게 알려드릴게요.

저희는 현재 세이브더칠드런 직원 세 분과 한금선 사진작가님, 모자뜨기 후원사인 GS홈쇼핑의 손민정 차장님, 그리고 저까지 6명의 여성이 한 팀을 이뤄 다니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 입국하려면 황열병(yellow fever) 예방주사를 반드시 맞아야 하는데요. 황열병의 항체가 생기려면 2주 이상 걸리기 때문에 2월 29일, 국립의료원에서 예방주사를 맞으면서 서로 처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번 모자전달식을 위해 이름도 생소한 수막알균 예방주사도 맞고, 말라리아 약도 먹으면서 준비물들을 챙겼답니다. 그리고 3월 18일 23시 55분에 인천공항을 출발해 10시간의 비행을 거쳐 19일 오전에 두바이 공항 도착, 또다시 7시간의 비행 끝에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Lusaka)에 도착하게 되었지요. 숙소에 도착하니 인천을 출발한지 24시간 만이더군요.

그리고 20일 오전, 국내선을 타고 루사카에서 엔돌라 공항으로 이동, 다시 차를 타고 키트웨의 숙소에 짐을 내려놓은 뒤, 모자를 전달하기 위해 루프완야마로 향했습니다.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불라야 보건센터(Bulaya Health Centre)였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 아기와 엄마를 위한 보건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보건센터는 병원과는 다른 개념인데요. 엄마들의 출산을 돕는 조산사를 훈련하고, 조산사가 다시 다른 조산사를 교육시켜서, 결국 그 지역이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조산사는 출산을 돕는 것 외에도, 엄마들에게 위생과 영양에 대한 정보도 알려줘서 아기들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도록 한답니다.


사진/ 불라야 보건센터 조산사와 마을의 여성들이 나와 춤과 노래로 우리의 방문을 환영해 주었다.       

불라야 보건센터에 도착했더니 조산사분들과 불라야 마을의 여성들이 나와서 저희를 환영해주었습니다. 나란히 서서 완벽한 화음의 노래와 함께 춤을 췄고, 우리나라의 강강술래처럼 원으로 돌면서 춤과 노래를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원을 돌면서 부르는 노래는 모유수유에 관한 것이었는데, 실제로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하면서 춤을 추는 엄마도 있고, 모유수유를 하는 시늉을 하며 춤을 추는 조산사분들도 있었습니다. 아기에게 가장 좋은 것은 엄마의 모유이고, 모유를 먹이면서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보는 게 기쁘다는 내용이었어요. 춤을 추면서 모유가 잘 나오도록 가슴을 문지르는 동작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자 아동들이 초경을 하면 이렇게 조산사분들과 마을의 여성들이 모유수유에 대한 노래를 가르쳐준다고 하네요. 자연스럽게 노래와 춤을 통해 초경을 축하해주는 것과 동시에 모유수유에 대한 내용까지 알려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인 듯합니다.

저희도 반갑다는 인사를 나눈 뒤, 신생아들에게 모자를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총 50분의 엄마가 아기와 함께 와서 저희를 기다리고 계셨어요. 태어난 지 한 달, 두 달 된 아기부터 5~6개월인 아기들도 있었는데요. 저도 조심스러운 손길로 아기에게 모자를 씌워주었답니다. 저도 모자뜨기를 3년째 해오고 있는데, 제가 뜬 모자와 모자뜨기 후원자들께서 보내주신 모자가 이렇게 아기들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직접 볼 수 있게 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후원자분들이 한 코 한 코 뜬, 따뜻한 손길의 모자가 그 온기를 그대로 간직한 채, 잠비아의 아기들에게 전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모자 하나하나 모두 예쁘고, 아기들에게 잘 어울렸어요.


사진/ 모자를 받기위해 기다리고 있던 마을의 신생아들에게 직접 모자를 씌워주고 있다.   

지난 2007년에 처음 시작한 모자뜨기 캠페인은 매 시즌 참여자들이 부쩍부쩍 늘고 있는데요. 손재주가 좋고, 겨울이면 털실로 목도리를 뜨곤 하는 한국의 문화에 잘 어울렸기 때문인 것 같아요. 멀리 떨어진, 얼굴도 보지 못한 아기를 위해, 모자를 뜨고 그걸 깨끗이 세탁한 다음 잘 말려서 보내는 후원자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는 새삼 놀랐습니다. 모자마다 갖고 있는 사연도 정말 다양했고요.

저는 모자를 뜰 때, 이 모자가 아기에게 너무 작으면 어쩌나, 혹은 너무 크진 않을까 걱정했는데요. 아기들의 머리가 아주 작은 경우도 있고, 조금 자란 아기들도 있어서 다양한 크기의 모자가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그러니 모자를 뜰 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잠비아 엄마들은 모자에 턱 끈이 있어서 묶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저도 가까이서 보니, 아기들이 엄마 팔에 안겨서 고개를 살짝 젖히고 있을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 모자를 턱 끈으로 묶어 살짝 고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 모자를 전달받기 위해 보건센터에서 기다리고 있던 엄마와 아동                           

모자를 전달하고 나서 보건센터의 뒤편으로 갔더니, 조산사분들께서 저희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 놓으셨더라고요. 하나는 호박죽과 굉장히 비슷했는데, 호박을 삶은 뒤 간 땅콩과 섞어서 끓인 것이었어요. 짭짤하게 간이 되어 있어서 맛있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호박잎과 땅콩을 섞어서 끓인 것이었는데, 이것도 맛이 좋았습니다. 잘 먹고 나서 감사하다는 뜻의 잠비아어, '뚜아또 뗄레'라고 인사했더니 다 같이 기분 좋게 웃으셔서 저도 좋았어요.


사진/ 보건센터 조산사들이 방문을 환영하며 만들어 준 영양식                                      

루프완야마는 잠비아에서 두 번째로 큰 지역이지만, 보건 상태가 가장 낙후된 곳이라고 합니다. 지역 인구의 10%만이 의료서비스에 접근 가능하고요. 그러다보니 조산사분들이 출산을 돕는 것 외에도 산모의 영양상태에 대해서도 신경 쓰고, 교육을 해주셔야 하지요. 저희를 위해 만들어주신 음식도 산모들이 출산 후에 영양을 골고루 충분히 섭취하기 위해 먹는 것인데요. 우리나라도 출산 후에 산후 조리하고 부기를 빼기 위해 호박을 먹는다고 했더니 웃으며 공감하시더군요. 조산사 한 분은 이 음식에 비타민 A가 많이 들어서 눈에 좋다고 덧붙였어요. 그렇게 영양에 대한 정보를 서로 알려주고 공유해가면 이 지역의 엄마들이 아기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작은 변화의 씨앗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음식을 먹고 나서, 저희가 이동하려고 하자, 마을 여성분들은 환송의 의미로 다시 한번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셨어요. 그 뒤 저희에게 커뮤니티 센터에서 여성분들이 직접 만드신 인형 두 개를 선물로 주셨는데, 하나는 전통 복장의 엄마가 아기를 등에 업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다른 하나는 목단을 깎아 만든 조각 인형이었는데, 엄마와 아빠, 그리고 두 명의 자녀를 형상화한 모습이었습니다. 조산사분께서는 우리는 세이브더칠드런에게서 많은 것을 받았어요.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조금밖에 주지 못하죠. 하지만 당신들이 한국에 돌아가고 나면, 이 인형을 보면서 우리가 생각나고 그리워질 거예요. 세이브더칠드런이 우리에게 해준 보건센터 덕분에 이렇게 엄마와 아이에 대한 인형을 선물할 수 있게 됐죠.라고 말했습니다.

인형을 들고 있던 조산사분은 저희가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그 인형이 든 봉지를 손에 꼭 쥐고 있었습니다. 춤을 추면서도, 음식을 나눠주면서도 봉지를 계속 들고 있었죠. 저는 그 봉지가 무엇이길래 저렇게 소중히 들고 있나 싶었는데, 저희에게 줄 인형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한다는 건, 다 그런 마음인가 봅니다. 모자를 뜰 때도 한 코 한 코 설레는 마음을 안고 뜨는 것처럼요.


사진/ 커뮤니티 센터의 여성들이 모자와 보건센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전준 목각 인형과 헝겊 인형 

모자를 전달하고 나서, 리마(Lima) 커뮤니티 스쿨과 불라야 베이직 스쿨을 방문했습니다. 커뮤니티 스쿨은 정식으로 인가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가르치는 곳이고, 베이직 스쿨은 정부에 등록된 국립학교로 교사자격증을 가진 선생님이 정부로부터 파견된다고 합니다. 불라야 베이직 스쿨도 1998년 커뮤니티 스쿨로 시작했다가, 인구가 늘고 아이들의 통학이 많아지면서 성장하고, 학교 인가에 필요한 건물 건축까지 완공해 현재 전교생 700~750명인 학교가 되었습니다.


사진/ 루프완야마 아동들이 공부하고 있는 불라야 베이직 스쿨                                                       

학교에서도 아이들의 환영 노래와 춤이 이어졌는데요. '당신들이 이곳에 와서 기쁘고, 우리들의 기분도 좋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플라스틱 통을 두드려서 노래에 박자를 넣더군요. 그 소리가 정말 멋진 타악기 소리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겁니다. 아이들을 보면서 환영인사를 이렇게 자연스럽고 멋진 노래로 소화해낼 수 있구나 싶어서 부러웠어요. 'so good'이라는 뜻의 잠비아 말 '챠완마'를 후렴구로 반복한 노래에 맞춰 스텝을 경쾌하게 밟는 아이들을 보며 저도 어깨가 들썩거렸답니다.

저희는 아이들과 함께 저희가 준비해 간 풍선 불기, 그림 그리기를 했고, 아이들은 우리에게 공기놀이와 비슷한 치앙카, 체스와 룰이 비슷한 인솔로 등의 전통 놀이를 알려주었습니다. 자그마한 돌로 하는 재미난 놀이였어요.
아이들은 자신들이 찰흙으로 만든 인형을 보여주었는데요. 소나 닭, 절구 등의 일상을 표현한 것도 많았지만, 자신의 어머니를 만든 인형도 많았습니다.


사진/ 찰흙을 이용해 직접 만든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아동                                          

저희가 오늘 방문한 보건센터를 통해 아기들이 건강하게 태어나고, 이 아기들이 건강하게 자라 학교에서 교육을 받게 되면 이 아동들, 그리고 잠비아의 미래가 조금씩 바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무지개를 보았는데요. 무지개가 너무 커서 끝자락만 간신히 볼 수 있었습니다. 무지개의 원색이 모자의 무늬 같기도 했고, 아이들이 들고 있던 크레파스 같기도 했습니다. 이 무지개를 보며 어쩌면 아프리카도 너무 크기 때문에 희망의 끝자락만 보이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색이 섞인 검은 대륙의 내부에서 그 색색의 희망들을 싹 틔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커뮤니티 스쿨과 베이직 스쿨에서 공부하고 있는 잠비아 아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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