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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다시 쓰자” - 네팔 바그룽 주 교육사업 ①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4-04-03 조회수 9488

[2014 봄호 Vol.127 기획특집]
내전을 겪은 네팔 바그룽 주에서 펼쳐진 교육 사업


네팔 중부의 산골. 지프차로 가파른 비포장도로길을 올라가던 도중 딜 카말 초트리(29) 씨가 건너편 산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 학교에 정부군이 들어와 학생들 앞에서 마오주의자를 총으로 쏘았어요.” 초트리 씨의 중학생 시절은 학교에 거의 매일 중부군이나 마오주의자 저항세력이 들이닥치던 시절이었습니다.
내전으로 학교는 무서운 곳이 되었고 아이들은 배움의 공간을 잃어버렸습니다. 2006년부터 세이브더칠드런은 분쟁을 겪은 지역에서 “미래를 다시 쓰자”라는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도 2009년부터 5년간 네팔 바그룽 주에서 교육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사진/ 바그룽 주 아르갈 행정마을의 영유아 발달센터(유치원)에서 선생님과 함께 노래와 율동을 하는    
아이들(한겨레신문)                                                                                              

평화구역으로서의 학교

바그룽 주 아르갈 행정마을의 아마르 초등학교에 들어서니 “평화구역으로서의 학교(Schools as Zones of Peace) 선언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수업은 어떤 식으로도 방해 받거나 중단되어선 안 된다“, ”교내에 무기를 가지고 들어오면 안 된다“, ”교내에서 폭력이 사용되어선 안 된다“, ”학교에서는 어떤 종류의 차별도 존재해선 안 된다“는 내용과 15개 주요 정당 대표자의 서명이 담겨 있습니다.

네팔은 1996년부터 2006년까지 내전을 겪었습니다. 중부 산악지대인 바그룽 주는 마오주의자 저항 세력이 발흥한 지역이어서 분쟁의 피해가 특히나 컸습니다. 정치 집단이 학교를 점거, 폐쇄하거나 선전선동 거점으로 활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정부군이 저항세력을 잡기 위해 무기를 들고 학교에 들어오기도 다반사였습니다. 등하교 길과 학교가 위험해 부모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르 초등학교에서 27년째 가르치고 있는 프라마난다 가우탐 교장 선생님은 내전이 끝나고도 한동안 학생들의 등록률이 40%대였다고 회상합니다. 그러던 아마르 초등학교가 2011년부터 100% 등록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마르 초등학교만이 아닙니다. “미래를 다시 쓰자” 사업이 진행된 바그룽 주 10개 행정마을의 95개 학교 중 90개가 초등학생 학령 100% 등록률을 달성했습니다.


사진/ 첩첩산중에 촘촘히 일궈진 계단식 논. 바그룽 주의 주요 산업은 농업이지만 땅이 부족해 소출이    
충분치 않습니다.(한겨레신문)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던 데는 “평화구역으로서의 학교” 운동의 역할이 컸습니다. 이 운동은 학교란 무력을 포함한 모든 폭력, 정치 세력의 개입, 그리고 차별과 학대가 없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목표로 2001년 네팔에 처음 소개됐습니다. 지역 주민, 지역 정치집단, 지방 정부 등이 논의에 논의를 거쳐 취지에 동의하면, 이들이 함께 학교를 평화구역으로 선포하고 행동규칙을 스스로 마련합니다. “미래를 다시 쓰자” 프로그램이 진행된 95개 학교 중 65개가 평화구역을 선언했습니다. 보방 행정마을의 학부모 데비람 카야트 씨는 예전에는 정치 집단이 대대적인 파업을 주도하면 수업이 중단되기 일쑤였는데 학교를 평화구역으로 선언한 뒤에는 그런 일이 없다며 기뻐했습니다.

“평화구역으로서의 학교”는 분쟁 시기뿐 아니라 평화 시기에도 유의미한 개념입니다. 직접적인 분쟁의 위협이나 정치적 개입만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학교란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으면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화구역을 선포한 학교의 행동 규칙에는 남아와 여아의 화장실 분리, 체벌 금지, 학교 내 음주와 흡연 금지, 성별이나 카스트에 따른 차별 금지 등의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미래를 다시 쓰자”가 진행된 학교 중 47개 학교가 체벌 금지를 선언했고 149명의 교사가 아동친화적이고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교수법을 교육받았습니다.

아동친화적인 환경에서 교육 효과도 쑥쑥

학교가 아동친화적 공간이 된 효과는 교육의 질로도 나타납니다. 타라 행정마을의 말라라니 중등학교 선생님들은 아동참여형 교수법을 교육 받았습니다.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강의와 훈육을 탈피해서 학생들의 참여와 그룹 활동을 최대한 유도하도록 하는 교수법으로 날씨 차트, 오늘의 소식 게시판과 같은 다양하고 재미있는 수업 방식이 시도되자 2011년 43%이던 이 학교 3학년 학업 성취도가 1년 뒤에는 52%로 올라갔습니다.

“미래를 다시 쓰자” 사업이 시작된 2009년만 해도 내전이 끝난 지 3년밖에 되지 않아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 많았고 아이들을 학교로 돌아오게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5년 사이 거의 100% 등록률이 달성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 활동이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저학년 학생들이 이후의 모든 학습에 기본이 될 읽기쓰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난해에는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이 시행되었습니다.

아르갈 행정마을에 사는 모니시 로카(3학년)와 베우 프라사드 로카(6학년) 형제는 매일 아침 “읽기 공간”에 나란히 앉아 책을 읽습니다. 읽기 공간은 아이들이 집에 직접접 꾸미는 공부 공간입니다. 로카 형제는 직접 만들고 그린 철자표, 숫자판, 그림 등을 읽기 공간 옆 벽에 한가득 붙여 놓았습니다. 읽기 공간에서는 학교 공부를 하기도 하지만 북뱅크에서 빌려온 책을 읽기도 합니다. 


사진/ 집에 직접 꾸민 “읽기 공간”에서 등교 전에 공부 중인 모니시(오른쪽)와 베우 프라사드 형제.         
 모니시는 도덕책, 베우 프라사드는 과학책을 읽는 중입니다.(한겨레신문)                            

산골 마을에서는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북뱅크를 통해 얼마든지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북뱅크는 학교에도 있지만 토요일마다 열리는 독서캠프에도 있습니다. 12월의 어느 날, 타라 행정마을의 한 가정집 마루에 마련된 팔림 독서캠프에서 20여 명의 아이들이 책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해 보고 낱말카드 게임도 하면서 왁자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입구 한쪽에는 까맣고 자그마한 상자 하나가 보였습니다. 독서캠프마다 갖추고 있는 ‘미니 도서관’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여기에서 책을 빌려갔다가 그 다음 주에 반납합니다.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에는 아이들이 읽기쓰기에 재미와 습관을 붙일 수 있는 독서캠프, 북뱅크, 책 친구, 읽기 공간 등의 활동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필요한 교재와 교구를 제공하고 선생님, 자원봉사자, 지역주민들에게 프로그램 진행 방법을 교육합니다. “문해력 향상”은 23개 초등학교에서 진행되었으며 이곳 학생들을 대상으로 90개의 독서캠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공부

사실 아이들이 독서캠프에 오는 이유는 “재미있어서”입니다. 재미있다고 소문이 나니 친구를 따라, 형, 누나를 따라 독서캠프를 찾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아디가리촐 행정마을 브다토크 독서캠프의 락스미 선생님은 등록된 수보다 항상 더 많은 아이들이 온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에게 독서캠프는 힘든 집안일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2학년과 3학년인 시타와 테지 자매는 날마다 장작을 모으고 염소를 먹일 꼴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도 토요일 아침이면 꼬박꼬박 독서캠프에 나와 책 읽는 시간을 만끽합니다. 


사진/ 바그룽 주 타라 행정마을의 팔림 독서캠프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의     
받아쓰기를 살펴보고 있습니다.(한겨레신문)                         

초등학교에 갈 나이가 안 된 어린 아이들에게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바로 “영유아 발달센터(유치원)”입니다. 아버지는 외지로 돈을 벌러 나가고 어머니는 집안일과 농사일로 하루종일 바쁜 상황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집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기가 힘듭니다. 혼자 흙장난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이 이제는 유치원에서 노래와 율동도 배우고, 씻는 법과 숫자 읽는 법도 익힙니다. 놀이기구도 갖추고 있어서 쉬는 시간이면 그네도 타고 장난감도 가지고 놀 수 있습니다. 2010년에는 1학년 아이 중 유치원에 다녔던 아이의 비중이 20.41%였는데 2013년에는 39%로 늘었습니다.

분쟁의 아픔을 딛고 다시 쓰는 미래

네팔에서 분쟁은 많은 것을 파괴했지만 사람들은 그 안에서 마냥 절망하고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전쟁과 가난으로 자신들은 갖지 못했던 교육의 기회를 아이들에게만은 누리게 해 주려는 노력이 세이브더칠드런의 지원과 만나 많은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바그룽 주가 새로운 미래를 써나갈 수 있도록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글 : 바그룽 주 김승진 (커뮤니케이션), 김미경 (해외사업부) / 사진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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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아동교육지원

네팔 아동들에게
사랑을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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