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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속 아이들 ② - 침묵에 쌓인 전쟁 중 상처, 성폭력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4-06-23 조회수 12601

침묵에 쌓인 전쟁 중 상처, 성폭력

올해는 6∙25 전쟁이 일어난 지 64년이 되는 해입니다. 전쟁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친구를 잃고 집을 잃었던 역사.
세이브더칠드런은 [전쟁 속 아이들] 기획을 통해 6∙25 전쟁의 아픔을 기리며 전쟁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잔혹한지 되짚어 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으로, 전쟁이 남긴 상처로 고통 받는 아이들의 삶을 들여다 보려 합니다.


“군인들이 마을로 들어와 여자 아이들을 데려갔어요. 여성이 아니라 여자 아이들이요. 그 친구들은 14~17살이었어요. 음식을 만들라고 시킨다면서 차를 태워 숲 속에 데려갔어요. 그리고는 그 친구들을 강간한 뒤 숲 속에 버려둔 채 떠났어요. 모두 16명이 끌려갔어요. 그 중의 한 명이 제 친구 이네스라서 알아요. 저랑 동갑이고 같은 학교를 다녔거든요. 그 때 이네스는 14살이었어요.”

2013년 6월 세이브더칠드런이 발간한 보고서 <말할 수 없는 범죄: 분쟁 중 성폭력>(이하 <말할 수 없는 범죄>)에 실린 15살 소녀 아이사투의 증언입니다. 이 보고서는 전쟁의 피해 중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지만,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총구를 겨누는 성폭력에 대해 밝히고 있습니다.

* 이 글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은 신변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표기되었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끔직한 기억


사진/ 콩고민주공화국에 사는 매들린(16)은 내전 당시 군인 두 명에게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매들린은 전쟁 중에 여성과 여자 아이들이 크게 고통 받는다며 정부와 지도자가 이러한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5년간 계속되던 콩고민주공화국의 내전은 지난해 11월에서야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내전은 끝났지만 매들린과 가족에게는 큰 상처가 남았습니다. 내전 당시 매들린의 집을 쳐들어왔던 군인들이 매들린과 언니를 끌고가 성폭력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군인 두 명이 집에 들어왔어요. 총을 들고 우리가 가진 돈을 모두 챙겼어요. 그러더니 언니와 저에게 우리를 죽이겠다고 협박했어요. 부모님도 어쩔 수 없었어요. 군인들은 총을 들고 있었으니까요. 너무 겁이 났어요.”

군인들은 매들린과 언니를 데려가는 도중에도 빨리 걸으라며 총대로 때렸습니다. 매들린이 그렇게 4시간을 걸어 도착한 곳은 군인들의 활동 기지였습니다.

“그곳엔 다른 군인들도 있었어요. 그들이 언니와 저를 보면서 자기들끼리 무언가 이야기했는데 우리 말이 아니어서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군인 한 명이 언니를 데려가더니 다른 군인이 저를 끌고 가서 강간했어요. ‘집에 다시 돌아갈 수는 있을까? 임신하게 될지도 몰라. 그러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고는 언니와 저를 풀어주었어요. 너무 화가 나고 많이 아팠어요.”

전쟁 중에 성폭력이 일어나는 것은 비단 콩고민주공화국만이 아닙니다. 네팔의 아미타 역시 13살부터 3년 동안 군인들에게 성폭력을 당해야 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청소하고 빨래하고 땔감을 모으고, 몰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달해야 했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었는데 그건 정말 기억하기도 싫은 일이에요. 날마다 다른 군인에게 강간을 당했어요. 처음 당했던 날을 아직도 기억해요. 그 날 저는 그 동안 제가 들어왔던 자유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헛소리라고 느꼈어요.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실태조차 알기 힘든 피해


사진/ 라이베리아의 성폭력 생존 아동들을 위한 쉼터 바닥에서 발견된 버려진 인형                           

전쟁 중에 일어나는 성폭력은 그 피해 규모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보고서 <말할 수 없는 범죄>에서는 분쟁영향지역에서 성폭력 피해 아동의 수가 3,000만 명에 이른다고 추산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 매우 보수적인 추산입니다. 몇 개 국가들의 아동 대상 성폭력 비율(16%)을 분쟁영향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아동 수에 적용한 것인데, 이 조사의 주요 대상국은 분쟁을 겪지 않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실태조차 파악하기 힘든 까닭 중 하나는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드러낼 수 없도록 강요하는 환경 때문입니다. <말할 수 없는 범죄>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소말리아 출신 난민은 이러한 상황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우리는 절대 경찰에게 (성폭력 피해 사실을) 말하지 않아요. 그들이 우리를 절대 도와주지 않을 테니까요. 마을 어른들도 마찬가지예요.”

50년 가까이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콜롬비아에서 만난 한 현장 활동가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성폭력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바꾸기 힘든 것이 삶의 양식이에요. 성폭력이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어떻게 사회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슬퍼요. 어떻게 이게 삶의 양식이 될 수 있죠?”

가장 약한 사람을 향한 폭력, 그것을 가능하게 한 전쟁
물론 성폭력이 전쟁 중에만 일어나는 범죄는 아닙니다. 그러나 전쟁은 무기를 앞세워 가족을 해체하고 주민들이 세워놓은 공동체 질서를 무너뜨립니다. 전쟁 이전부터 남성과 여성, 성인과 아동 사이에 힘의 균형이 기울어져 있던 곳에서는 그 차이가 더욱 심화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성폭력의 주요 피해자인 여자 아이들은 성별과 나이 때문에 가해자와의 역학 관계에서 더욱 취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국제구호위원회(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가 시에라리온에서 목격한 성폭력 피해자 중 70%가 18세 미만의 여자 아이들이었고 그 중의 20%는 11세도 채 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었습니다. 2011년과 12년 사이 발생했던 라이베리아 내전에서도 성폭력 생존자의 83%가 17세 미만 여자 아이들이었습니다.

게다가 전쟁은 성폭력을 무기로 삼는 잔혹한 일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시리아에 살았던 로하(23)는 같은 방에 있던 남자를 밖으로 내보낸 뒤에야 자신이 시리아를 떠나온 진짜 이유를 말했습니다.

“전투가 벌어져서 살던 곳을 떠나왔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니에요. 물론 전투가 격렬하긴 했어요.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저희는 어떻게든 살 수 있었어요. 살아 남을 수 있었죠. 저희가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언제든지 성폭력을 당할 수 있다는 위협이었어요.”

로하는 숨을 고르더니 “내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창문 너머로 그녀가 본 것은 이웃집 12살 여자 아이가 아버지 앞에서 무장 군인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군인은 자신이 속한 편의 반대편에서 싸운 아이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 일을 저질렀던 것입니다. 군인은 집을 떠나면서 아버지마저 살해했습니다. 너무나 겁에 질려 군인이 떠나고서야 아이에게 갈 수 있었다던 로하는 괴로워하며 말했습니다.

“아이는 살아있었어요. 하지만 그날 아이나 아버지나 모두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어요. 전 그 모습을 제 두 눈으로 보았어요. 그 모습이 잊혀지질 않아요.”

우리 시대의 노예무역
군인에게 끌려가 성폭력을 당했던 매들린은 말했습니다.
“이런 일은 다른 여자아이들에게도 일어나요. 전쟁이 나면 여성들과 여자 아이들이 굉장히 고통받죠. 정부와 지도자들이 이런 사실을 알아야 하고 우리가 알려야 해요. 그래야 군인들이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죠.”

로하 역시 앉아 있던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말했습니다.
“너무나 큰 문제인데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아요, 왜죠? 우리가 부끄러워해서? 그런 짓을 저지른 사람이 부끄러워하도록 해야죠!”

지난 6월 13일 영국 런던에서는 ‘분쟁 중 성폭력 종결을 위한 국제 총회’가 열렸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말할 수 없는 범죄>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곳에서 전시하고 이를 통해 성폭력 범죄자를 단죄하는 국제적인 사법 체계와 성폭력 범죄 감시 및 신고 체계 구축, 아동 보호를 위한 기금 설립, 생존 아동의 회복을 위한 지원 등을 촉구했습니다.

영국 외무장관 윌리엄 헤이그는 분쟁 중 성폭력을 두고 ‘우리 시대의 노예 무역’이라고 칭했습니다. 노예 무역이 그랬듯 분쟁 중 일어나는 성폭력도 언뜻 어디에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를 정도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끔찍한 형태로 일어납니다. 하지만 노예 무역이 그랬듯 분쟁 중 성폭력도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또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임을 세이브더칠드런은 믿습니다.

글: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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