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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u와 히말라야의 아이들② 바그룽, 땅보다 하늘에 가까운 곳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09-07-23 조회수 30070

 

포카라에서 12시간 차를 몰아 부티방 바자르에 도착했습니다. 거리 상으로는 그리 먼 곳이 아니었지만 650m~4300m 높이의 산들이 위치한 네팔의 중부(Middle Hills) 지역에서 이동하는 일은, 좁은 비포장 산길을 굽이굽이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아주 어렵답니다. 끊임 없이 덜컹거리는 차에서는 책을 보기는커녕 잠시 졸기도 힘들고요, 산 길 곳곳에 산사태가 일어나면 그게 치워질 때까지 몇 시간이고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캄보디아에서 근무할 때는 7시간 버스를 타고, 마을까지 다시 오토바이로 30분~1시간 들어가는 일이 너무나 힘들었는데, 이제는 캄보디아가 천국으로 느껴질 정도로 그립네요.

저녁 8시가 되어 도착한 숙소에는 모기장이 없어 뜬눈으로 모기에게 헌혈을 해주고 나니, 아침 6시부터 시작되는 일정이 부담스럽기도 했지요. 하지만 숙소에서 저희 사업장이 있는 바그룽 데비스탄(Devisthan) 지역까지는 최소 두 시간을 “걸어서” 산을 올라가야 했기 때문에 늦잠을 잘 수는 없었습니다.



작지만 깔끔했던 나의 숙소-78마리의 모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됨!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을 받아, 네팔에서도 그 동안 분쟁의 영향 때문에 아동의 학교 등록률이 가장 낮았던 바그룽과 카필바스투 지역에서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바그룽 지역의 59개 VDC(Village Development Committee의 약자로 쉽게 “큰 마을 덩어리”로 볼 수 있습니다) 중 저희 사업장으로 선정된 데비스탄과 다링이라는 두 VDC는 염소나 당나귀가 다닐 정도로 좁은 길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를 탈 수가 없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우리는 숙소 앞에 차를 세워놓고, “두 시간”이라고 하는 거리의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불평 없이 열심히 산을 탔습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요? 제가 희망 섞인 목소리로
“이제 한 시간 왔으니까 한 시간만 더 가면 학교가 나오는 거죠?”,
라고 묻자,
파트너 기관의 직원이
“…… 이제 두 시간 정도 더 가면 될 거 같아요” 하더군요.

제가 “처음엔 두 시간 걸으면 된다고 했잖아요?”,
라고 하자,
직원은
“보통은 두 시간이면 되는데, 당신 걸음이 느려서 조금 더 걸릴 것 같아요”
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그 “조금”은 전혀 조금이 아니었고 세시간 반을 걸어서야 저희가 일하는 12개의 학교 중 첫 번째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수학여행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어요. 속리산 문장대를 오르는데, 선생님께서는 “이제 다 왔다. 조금만 더 가면 돼~” 하셨지만, 그 “조금”은 전혀 조금이 아니었던 그 악몽 말이죠.



보통은 카메라를 의식하고 웃는 편인데, 이제는 그럴 여유가 없어요.

2500m 높이에 위치한 안나푸르나 초등학교에는 다섯 명의 선생님께서 300여명의 아동들을 가르치고 계셨습니다. 두 개의 건물에는 8개의 작은 교실들이 있었고, 지붕이 없는 두 칸의 작은 화장실이 학교 옆에 덩그러니 있었습니다. 저희는 앞으로 이 지역에 사는 아동들이 모두 학교에 입학하여 중도에 학업을 멈추지 않고 졸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안나푸르나 초등학교 외에도 31개의 학교와 마을을 대상으로 하는 저희의 교육지원 사업에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입학은 했지만 교복을 살 형편조차 되지 않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저희의 방문을 축하하기 위해 학교 앞에 모여든 어린이들과 학부모들.
산꼭대기 학교에서는 구름도 손에 잡힐 듯 합니다.


 
P.S. 참, 다음 대상 학교는 안나푸르나 학교에서 6시간을 더 걸어 가야 나온다고 하니,
        저는 곧 등산전문가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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