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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란 이름을 얻은 아기를 통해 바라본 방글라데시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1-05-04 조회수 6517

희망이란 이름을 얻은 아기를 통해 바라본 방글라데시

_글: 미디어&이벤트팀 최정윤

2011년 3월 26일부터 4월 1일까지 5세 미만 아동 및 임산부가 처해있는 열악한 현실과 변화에 동참하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 에브리원(EVERY ONE) 사업장인 방글라데시(Bangladesh) 실헤트(Sylhet) 지역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출장에는 SBS 희망TV 촬영 팀과 송선미씨가 함께하여 방글라데시 실헤트 지역에 사는 엄마와 아기의 삶을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인천공항을 떠난 지 12시간이 지나서 도착한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Dhaka)에서도 차로 5시간을 달려서 실헤트(Sylhet)에 도착하였습니다. 실헤트는 방글라데시 북동쪽 인도 접경지역에 위치합니다. 2009년 방글라데시에서는 5세 미만 아동 17만 1,000명이 사망하였는데 이는 전세계에서 10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UNICEF, Levels & Trends in Child Mortality, 2010). 1993년부터 2003년까지 방글라데시의 지역별 5세 미만 아동 사망률의 평균이 1,000명 당 88명인데 실헤트 지역의 사망률은 1,000명 당 126명으로 타 지역에 비해 높습니다(UNDP 2008).

병원에 도착해 우리가 가장 먼저 본 것은 아빠의 품에 안겨 나오는 한 아동의 시신이었습니다. 눈 앞에 펼쳐진 충격적인 광경에 아무 말도 잇지 못하던 송선미씨는 끝내 눈물을 보였습니다. 병원 내부도 한국에서 흔히 보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병원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입원실 한 켠에 눈에 띄는 아기가 있었습니다. 그 아기는 다른 신생아들보다도 유난히 작고, 기운도 없어 숨쉬는 것 조차 버거워 보였습니다.
의사의 소견을 들어보니 아기의 엄마가 임신 7개월에 하혈을 하였는데 그때 주술사에게 찾아가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한 것이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쳐 미숙아로 태어난데다 감염 증상까지 있는 위험한 상태라고 하였습니다.

이 아기는 생후 5일이 지났는데도 아직 이름이 없었습니다. 이는 아기가 태어나고 보통 일주일이 지나서 이름을 지어주는 방글라데시 실헤트 지역의 관습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태어난 아기들이 일주일을 지내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긴 관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기는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고 있었는데 이는 의사가 이 병원(2차 병원)에서는 치료가 어려워 대학병원으로 이송을 권고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여력이 없는 가족들은 침대 주변에 모여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기를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만은 없기에 아기를 대학병원으로 옮기는 것을 돕기로 했습니다. 몇 시간을 달려 밤이 되어서야 도착한 대학병원도 의료시설이 열악한 것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인큐베이터가 없어 전기난로와 같은 워머(warmer)위에 놓인 아기를 보며 안타까움과 걱정은 더욱 커졌습니다.


사진/ 병원에서 발견한 아쌰                                                                                  



사진/ 대학병원에서 치료 받고 있는 아쌰(왼쪽)                                                                          

 

세이브더칠드런 방글라데시 직원인 임티어즈 마난(Imteaz Mannan)이 영유아 사망률이 높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사람들의 낮은 인식입니다. 아기가 아프면 병원에 먼저 가기 보다는 마을의 주술사를 찾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오히려 아기의 상태를 악화시킨다고 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병원의 낮은 접근성입니다. 일단 병원엔 가기로 결정을 했더라도 병원에 가는 도로 상태 및 교통 수단이 여의치 않아 병원에 가려면 보통 3~4시간씩 걸리는데, 위독한 아기의 경우 병원에 가는 길에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세 번째 이유는 의료시설 및 의료진의 부족입니다. 힘들게 병원에 도착해도 정확한 진단을 위한 의료기기도 치료를 위한 약품도 모두 턱없이 부족합니다. 특히, 신생아 및 영유아를 위한 의료시설 및 의료진이 전무하여 아기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사진/ 병원으로 가는 유일한 도로                                                                                             


사진/ 병원 입원실                                                                                                                 


사진/ 병원 분만실 침대                                                                                        

하지만 우리가 방글라데시에서 본 것은 답답한 현실만은 아닙니다.

니즈그램(Nizgram) 마을에서 몇 몇 여성이 마루에 둘러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이들은 마을 보건 담당자(CHW/Community Health Worker)에게 출산 및 육아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실시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사람들에게는 마을 보건 담당자라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이들은 각 가정을 방문하여 가임 기 여성 및 임산부를 대상으로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실시합니다. 낮은 접근성 및 경제적인 사정으로 인해 병원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찾아가 가족 단위 별로 교육 및 상담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산모 및 신생아의 생명을 위협하는 많은 풍습이 사라짐에 따라 영유아 사망률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사진/ 집에서 이루어지는 출산 및 육아 교육                                                                               


사진/ 시범을 보이는 마을 보건 담당자(CHW)                                                           

 

현장에서 만난 마을 보건 담당자들은 더운 날씨에 마을의 여러 가정을 방문하면서도 힘든 기색은커녕 그들이 하는 일을 통해 더 많은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고 자랄 수 있다는 자부심과 보람으로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15년 동안 마을 보건소를 묵묵히 지켜오신 의사 선생님은 방글라데시의 의료현실을 묻는 질문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눈물과 웃음을 통해 우리는 방글라데시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의료 시스템 및 보건 환경이 하루아침에 개선되지는 못하겠지만 방글라데시 영유아 사망률 감소를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방글라데시의 모든 아기들이 건강하게 5번째 생일을 맞을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런 의미 있는 여정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어 함께 할 수 있음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많은 아기들이 5살이 되기 전에 죽게 되는 다양한 원인과 복잡한 상황 그리고 그 속에서 힘들게 싸워야 하는 아기들과 엄마들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방글라데시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자녀 7명 중 2명을 잃고 2주 전에 생후 한달 된 막내 마저 잃은 가족의 이야기를 듣고, 저희 직원과 송선미씨는 슬픔에 빠져 기운을 잃은 가족들을 위해 닭죽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도 친숙한 닭고기에 이 곳의 주식인 쌀과 각종 야채를 넣어 오랫동안 끓였더니 제법 한국의 닭죽과 비슷한 모양새와 맛이 났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전해저서인지 마을 사람들은 처음 맛보는 음식임에도 닭죽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함께 닭죽을 만들며 송선미씨는 어느새 마을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사진/ 아이 잃은 엄마와 송선미씨                                                                                             


사진/ 마을 사람들과 함께 닭죽 만드는 모습                                                                               

며칠 후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받은 아기가 건강해져서 퇴원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기가 이름을 갖게 되는 것을 축하하는 의식인 명명식에 초대받았습니다. 마을에 도착하니 아기의 가족들뿐 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총 출동하여 우리를 환영해 주었습니다. 치킨볶음밥, 과일, 음료수 등등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대접하느라 애쓴 흔적이 여기저기 묻어났습니다. 숨쉬는 것도 위태로워 보였던 아기가 건강해져 이름을 갖게 된다는 사실이 매우 기뻤습니다.

아기의 가족들은 SBS 희망 TV와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받은 도움을 잊지 않기 위해서 아기의 이름을 희망이라는 뜻의 아쌰(Assya)라고 지었다면서 재차 감사의 인사를 전하였습니다.
아쌰의 할머니는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우리를 보며 아쌰가 자라면 다시 와서 꼭 만나자고 몇 번이나 말하였습니다. 곤히 잠들어 있는 아쌰를 바라보며 오늘 우리가 도운 아이가 내일 우리를 도울 것이다.라는 세이브더칠드런 창립자 에글렌타인 젭(Eglantyne Jebb)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아쌰가 건강하게 자라서 먼 훗날 도움이 필요한 또 다른 누군가를 돕게 될 것을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습니다.


사진/ 회복된 아쌰                                                                                                                 


사진/ 아쌰와 부모님                                                                                                              


사진/ 감사 인사를 전하는 마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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