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프리카의 변화, 우리가 만들 수 있습니다 – 지금 당장 그리고 영원히
마이클 클로손(Michael Klosson), 세이브더칠드런 미국 부회장
미국에서 일상 생활을 보낼 때, 비가 오는 날엔 성가신 일 투성이였습니다. 지하철 역까지 가는 동안 비에 젖지 않을까? 자전거를 타기로 한 주말 약속을 취소해야 할까?
그러나 동아프리카에서 3주를 보낸 후, 제가 겪었던 걱정이나 불편이 모두 사치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비가 내리느냐, 가뭄이 계속되느냐는 동아프리카 지역 아동과 그 가족의 생사가 걸린 문제입니다. 이곳 주민들은 60년 이래 최악의 가뭄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1,000만 명 이상이 이미 피해를 입었으며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에 걸맞은 대응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진/ 낮에는 45℃를 웃도는 에티오피아의 전경
한때 들판에서 열심히 일하던 가족들은 곡식과 가축을 모두 잃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녀를 먹여 살릴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굶고 있습니다.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영양실조 상태인 아동은 너무나 쉽게 죽을 수 있습니다. 이미 죽어가는 아동도 있고 남은 아동의 목숨도 언제 사그라질지 모릅니다. 난민캠프는 이미 수용 인원을 초과했으며 계속 늘어만 가는 수요에 대응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동아프리카는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당장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루 빨리 고통을 끝내고 수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구호 물자가 시급히 전달돼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앞을 내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아프리카가 향후 위기상황에 잘 대처하고 견뎌낼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데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앞으로 기후 변화에 따라 가뭄은 더욱 심하고 빈번해질 것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에티오피아(Ethiopia)의 난민캠프에서 만난 데로(Dero)와 같은 사람들의 탓이 아닙니다. 저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데로는 아기를 가슴에 둘러매고 있었고, 데로와 남편 사이에는 무기력하고 수척한 세 자녀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소말리아에서의 삶이 평화로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가뭄이 닥치자 염소가 하나씩 죽어나가기 시작했으며 마지막엔 어떠한 생계수단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가족은 결국 난민캠프를 찾아 살고 있던 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난민캠프에 오는 대부분 사람들은 몇 주를 걸어 오지만, 돈이 조금 남아 있었던 데로 가족은 트럭을 타고 캠프에 도착했습니다. 5일간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 에티오피아에 도착했을 때 그들을 반긴 건 난민캠프였습니다. 데로는 난민 캠프를 발견하고는 '우리의 구세주'라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난민의 유입으로 데로 가족은 정부의 등록 절차와 유엔난민위원회(UNHCR)의 심사를 거쳐야 했고 캠프에 들어서기까지 3주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데로의 가족은 먹을 것이 전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캠프에 음식이 부족하여 식량을 배급 받지 못하는 날이 많습니다. 가족들은 아예 굶거나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음식을 나눠주는 난민캠프 이웃의 온정에 기대야 했습니다.
많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세이브더칠드런은 간단하지만 영양가 높은 죽을 아동과 취약한 어머니에게 나눠주고 있습니다. 다른 단체 역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뛰어 들고 있습니다.
사진/ 영양실조에 걸린 에티오피아의 아동이 지역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에티오피아에 최근 건립된 코베(Kobe) 난민캠프에서 중증영양실조에 걸린 아동이 죽는 경우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아동 사망률은 평소보다 7배나 높은 상황입니다.
앞으로도 10월까지는 비가 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상황이 호전되기보다는 악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UN과 공여국은 동아프리카에 대한 지원을 빠른 시간 안에 확대해 주민에게 직접 필수 식량을 제공하고 동시에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지원 역시 확대해야 합니다.
시급한 것은 영양지원만이 아닙니다. 이곳 난민에게 주거지, 식수 및 위생, 보건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캠프 내 가장 취약한 계층인 여성과 아동은 폭력과 착취로부터 보호받아야 합니다. 집을 잃은 아동들의 문제도 심각해, 이들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저는 어둠침침하고 먼지가 날리는 어느 한 낡은 캠프에서 좀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는 희망의 불씨를 몇 차례 목격하였습니다. 에티오피아 정부와 세이브더칠드런이 후원하는 학교와 청소년 모임에서 아동들의 활기찬 웃음소리를 들었을 때는 마치 사막을 걷다가 더없이 소중한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아동들에게 희망찬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위기에 제대로 준비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지역 사회를 지원해야 합니다. 정부는 지역 사회와 협력하여 건조기후지역 개발을 위한 종합기후적응계획을 마련해 목축사회의 발전을 강구해야 합니다. 국제사회 역시 기후변화적응을 위한 기금 조성을 지원해야 합니다.
수십 년 전 발생한 가뭄과 기근 피해 이후, 국제사회는 조기경보시스템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으며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을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이와 같은 지식과 깨달음을 앞으로도 널리 알리고 활용해야 합니다.
유엔이 소말리아 지역에 기근을 선포했습니다. 이제 국제 사회가 구호활동에 지체 없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지금보다 더 극심한 기근이 발생하기 전에 조기 경보 시스템에 따라 신속한 대응에 나서 더 큰 재앙을 방지해야 합니다.
[관련 게시글] UN, 소말리아 기근 지역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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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프리카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동들을 위한
세이브더칠드런의 활동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후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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