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의 몸으로 난민캠프를 찾아나선 여성 |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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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1-09-07 조회수 9387 |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로 돌아왔을 때 제 머리는 새집처럼 헝클어져 있었고 온몸에는 흙이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잘 차려입고 이곳 식당을 찾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차림새였지만 며칠 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뛰어나게 맛있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식사였습니다. 돌로아도(Dolo Ado) 난민캠프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라마단(Ramadan) 풍습에 따라 한 달여 동안 단식을 하기 때문에 식당을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문을 연 식당을 찾더라도 대부분 위생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발길을 되돌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결국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식당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동안 곡물로 만든 스낵바와 육포, 말린 망고로 견뎌왔지만 허기만 잠시 채울 뿐 긴급구호 활동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음식을 먹기 전에 늘 가지고 다니던 항생제를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난민캠프에도 식당이 있다는 말에 사람들은 놀라곤 합니다. 그럴 때면 저는 난민캠프 주민들이 음식을 찾아 먼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란 점을 짚어줍니다.
저는 난민캠프 내 세이브더칠드런의 영양보충센터에서 자녀 6명을 데려온 한 여성을 만났습니다. 그녀는 소말리아(Somalia)에서부터 8일을 걸어 이곳에 막 도착한 상태였습니다. 그녀는 난민캠프로 오는 길에 막내를 낳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그녀처럼 8일 동안 뜨거운 땡볕 아래 모래사막을 걷는 일이 얼마나 힘들지 머리 속에 그려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녀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참 많았지만 더위 속에서 먼 길을 걸으며 아이까지 출산해야 했던 이 여성을 감히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녀가 이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오게 되었는지, 여러 난민캠프 중에서도 왜 이곳으로 왔는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런 표지판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이곳을 어떻게 찾아왔느냐고 저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처럼 식량을 찾아 나선 사람들에게 이곳 난민캠프의 음식과 복지 서비스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답해주었습니다. 그녀와 자녀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앞으로 겪게 될 난민생활을 떠올리니 마음 한구석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곳 난민캠프가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반갑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긴급구호 현장에서 아동은 가장 취약한 존재입니다. 식량이 부족하고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면 영양실조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영양실조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아동의 육체적 · 정신적 지체를 불러오며 심할 경우 아동이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영양실조는 전 세계 5세 미만 아동의 가장 큰 사망 원인 중 하나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90년 동안 전 세계에 걸쳐 소말리아와 같은 인도주의적 긴급구호 상황에 대응해 왔습니다. 현재 세이브더칠드런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동아프리카 아동 20만 명 이상에게 영양보충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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