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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 현장 속으로 ① - 해외파견직원과 단원이 전하는 사업장 소식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1-09-14 조회수 9625

  인터뷰 주인공

 

  이재광
  세이브더칠드런 사헬지대 국가사무소 Senior Program Manager
  (2008년~현재) 말리 사업장에 파견되어 근무 중.
  아내, 딸 효민 양과 함께 말리의 수도 바마코(Bamako)에 거주.

 

  문다운
  세이브더칠드런 해외봉사단원
  2010년 9월부터 세이브더칠드런 커뮤니케이션팀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중 봉사단원 지원.
  2011년 3월 말리에 파견되어 시카소(Sikasso)의 요로쏘(Yorosso)에 거주.
  매달 '다운이의 말리이야기'로 후원자에게 현장의 모습을 생생히 전달하고 있음.

아프리카 서부에 자리잡고 있는 말리(Mali)는 세이브더칠드런 한국 후원자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나라입니다. 지난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시즌3과 시즌4를 통해 모인 모자 20만 개가 이곳에 전달됐고 '지구촌 한가족되기(▷바로가기)'를 통해 결연을 맺고 있는 마을도 바로 말리의 요로쏘라는 지역입니다.

말리 사업장은 세이브더칠드런 사헬지대(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 가장자리 지역) 국가사무소에 속해 있는데요,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에서는 이재광 씨와 해외봉사단원 문다운 씨가 이곳에 파견되어 일하고 있죠. 이재광 씨는 지난 8월 2일 일시 귀국한 차에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사무실에 들러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문다운 씨는 말리에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꾹꾹 눌러담아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오늘은 이 두 명이 전하는 말리 사업장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합니다.

세계 10대 최빈국 말리, 그러나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평화로운 곳


사진/ 말리 시카소(Sikasso) 지방의 디아상드니(Diassandeni) 마을의 모습                                    

Q1. 사실 아프리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말리라는 나라가 익숙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말리라는 나라는 어떤 곳인가요?

이재광
(이하 '이')

말리는 사하라 이남 서부 아프리카에 자리잡고 있는 내륙국가예요. 국토면적은 한반도 면적보다 5.5배 크지만 경작이 가능한 땅은 국토의 3.8%에 지나지 않죠. 때문에 만성적으로 식량난에 허덕이는 곳입니다. 2010년 유엔개발계획(UNDP) 인간개발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말리는 조사대상국 169개 중 160위를 차지했고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도 1,000명 당 194명, 즉 아동 5명 중 1명이 5살도 되기 전에 죽는 곳이에요.

문다운
(이하 '문')

또한 말리는 국민의 절반 가까이(47.7%)가 빈곤선(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며 생활하기 위한 최저기준) 이하의 생활을 하는 곳이기도 해요. 그렇지만 다양한 민족과 언어를 가진 국민들이 '말리'라는 이름 아래 큰 종족분쟁 없이 사는 평화로운 곳이기도 하죠. 이는 민족분쟁이 잦은 다른 저개발 국가와 달리 말리가 갖고 있는 사회적 강점이에요.
다양한 민족이 어울려 사는 만큼 말리는 다채로운 문화유산을 갖고 있어요. 젠네(Djenné)의 진흙으로 만든 이슬람 사원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고, 도곤(Dogon) 민족의 가면, 세누포(Senoufo) 민족의 조각상 역시 말리의 높은 문화수준을 보여주는 단초이죠. 특히 말리의 음악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2006년 독일월드컵 공식주제가를 부른 맹인부부 듀엣 '아마두&마리암(Amadou&Mariam)' 역시 말리가 배출한 세계적인 뮤지션이고요.

요로쏘에도 미니앙카(Minianka), 보보(Bobo), 밤바라(Bambara), 세누포 종족이 평화롭게 어울려 살고 있어요. 말리는 이슬람 국가이긴 하지만 이웃국가인 부르키나파소(Burkina Faso)의 영향으로 요로쏘 인구의 절반 정도는 기독교인이라 돼지를 키우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어요.


Q2. 요로쏘 지역은 말리 내 다른 지역과도 구별되는 점이 있군요.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지역인만큼 더 관심이 가는데요, 요로쏘 지역은 어떤 곳인가요?

요로쏘는 사하라 사막에 걸쳐 있는 북부 지역과 달리 말리에서 유일하게 열대성 기후를 보이는 지역이에요. 덕분에 말리에서 가장 다양하고 풍부한 과일과 채소가 나죠. 하지만 바로 이러한 기후 때문에 모기가 쉽게 번식하여 요로쏘는 말리에서 말라리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2010년 한 해 요로쏘를 포함한 시카소 지방에서 보고된 말리리아 사례가 무려 45만 건이나 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로쏘 지역은 말리 내에서도 의료시설이 낙후된 곳으로 손꼽혀요. 이 지역 주민 중 44%만이 보건소 반경 5km 안에 살고 있죠. 시내에조차 마땅히 묵을 호텔도, 변변한 음식점도 없을 정도로 소외된 곳이에요.

정말 요로쏘는 열악한 말리 내에서도 가장 소외된 지역이에요. 정부에서는 거의 손을 쓰지 못하고 있죠. 국제구호단체도 대부분 중 · 북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어 말리 최남단에 위치한 요로쏘는 세이브더칠드런이 활동하기 전까지 국제구호단체의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는 곳이었어요. 이곳은 말리 내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이지만 5세 미만 영유아 3명 중 1명(32%)이 영양실조를 겪고 있어요. 말리 내에서도 굉장히 높은 비율이죠.


Q3. 두 분은 각각 3년(이재광), 6개월(문다운)째 말리에 머물러 계시니 이곳에 익숙해지셨을 텐데요, 처음 말리로 부임했을 때 첫
인상은 어땠나요? 지금은 그 때와 다르게 보이는 점이 있나요?

아직도 말리에 도착한 첫날이 기억에 생생해요. 아프리카가 처음이었던 저는 가난, 내전, 기아, 무질서 등 아프리카에 대해 갖고 있던 단편적인 생각들로 잔뜩 겁을 먹고 있었어요. 게다가 제가 바마코 공항에 내린 때가 밤 9시였지요. 어둠 속에서 허름한 집, 사람들의 남루한 옷차림을 보며 '내가 여기서 1년을 지낼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죠. 그 이후로도 얼마간은 긴장하며 지냈어요. 현지인들이 외국인인 저를 보고 신기해서 인사라도 하면 대꾸도 못하고 걸음을 재촉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말리 사람들은 이방인에게도 친절할 만큼 정이 많고 긍정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지금은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제가 먼저 인사를 건넬 만큼 이곳 사람들의 열린 마음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말리에 살면서 이곳에 오기 전과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물론 말리가 내전국은 아니기 때문에 기근처럼 극적인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저 역시 말리가 피폐하고 사람들도 마음의 여유가 없는 곳일 거라 생각했어요.
말리가 가난한 국가인 것은 사실이에요. 통계상으로 보는 수치는 거의 모두 밑바닥이죠. 최빈국 10개 중에 빠지는 법이 없고 5세 미만 영유아 생존율도 낮아요. 그래서 굉장히 우울한 곳일 줄 알았는데 말리 주민들은 굉장히 밝아요. 농담이 매우 자연스럽죠. 직책이 낮은 사람이라도 말리 대통령에게 짖궂은 농담을 격없이 할 수 있어요.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죠.

우리나라도 한때 그랬지만 말리도 공동체 의식이 매우 좋아요. 제가 말리에 와 얼마 안 돼 몸이 아픈 적이 있었어요. 사무실에 못 나가니 직원 모두가 저희 집에 오더라고요. 감동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프니까 왔겠지' 생각했는데 이후에도 별일이 없어도 자주 들르더라고요. 이곳 사람들은 동료나 가족, 친구의 얼굴을 2, 3일 못 보면 직접 집에 가서 안부를 확인한대요. 그런 점이 많이 부러워요.


약속을 지키는 세이브더칠드런, 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요로쏘 주민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직원들의 방문을 환영하는 요로쏘 아동들이                                                
말리의 전통악기인 발라폰(Balofon) 연주에 맞춰 신나게 춤추고 있다                            

Q4. 요로쏘 지역은 세이브더칠드런이 활동하기 전까지 국제구호단체의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럼 어떻게 요로쏘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이 활동하게 되었나요? 세이브더칠드런 활동에 대해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지난 80년대와 90년대에 말리 북부 지방에 기근이 있었어요. 현재 말리에서 활동하는 국제구호단체들이 이때 활동을 시작했죠. 그러다 보니 남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소외되었어요. 많은 국제기구가 기근처럼 모금이 비교적 수월한 지역에 집중하는 데다 지방정부나 중앙정부도 주민을 지원할 역량이 되지 않아 요로쏘는 잊혀져 왔어요. 세이브더칠드런은 전략을 달리해서 요로쏘를 포함하는 남부 지역 시카소(Sikasso)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사실 요로쏘에 국제단체가 한 번도 오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한두 개 단체가 와서 활동을 약속했지만 사업을 실제로 진행하지 못했어요. 때문에 주민들의 원성이 심했고 국제단체에 대한 신뢰도 낮았어요. 하지만 주민들은 세이브더칠드런이 시카소 내 다른 지역에서 성실하게 잘 활동하고 있다는 평판을 익히 들었기 때문에 다른 국제단체와 달리 저희를 굉장히 반겨주었어요. 게다가 세이브더칠드런은 현지의 전통이나 관습을 존중하면서 사업을 진행하니 반응이 매우 좋죠.

지난 6월에 세이브더칠드런 미국에서 일하는 직원과 식수개발 및 공중위생(WASH)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마을을 찾았는데 그 곳에서 큰 환대를 받았어요. 온 마을 사람들이 나와 흥겨운 전통음악과 춤으로 우리를 뜨겁게 맞아주었죠. 촌장님은 환영인사를 통해 세이브더칠드런은 항상 약속을 지킨다며, 마을 사람 모두가 진심으로 고마워한다고 전해주었어요. 이 말은 아직도 제 가슴을 뿌듯하게 해요(▷관련글 보기).


Q5. 주민의 반응이 뜨겁다니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렇다면 두 분께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세이브더칠드런이 요로쏘에서 2008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보건의료서비스 개선사업에 참여하고 있어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세이브더칠드런은 요로쏘 내에 지역보건센터(CSCom)와 그 안에 포함된 모성병원을 건설하고 운영을 지원하게 되죠. 뿐만 아니라 요로쏘의 96개 모든 마을에 전문훈련을 받은 지역보건요원(Community Health Worker)을 배치해서 마을 단위에서 초기진단과 응급처치가 가능하게 해요. 지역보건요원은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환자를 보건소로 후송하는 역할도 맡죠. 이외에도 전통우물 개선과 말라리아 퇴치, 신생아 예방접종 활동도 하고 있어요. 세이브더칠드런은 제가 속해 있는 보건의료서비스 개선사업뿐 아니라 가계생계지원, 교육, 학교 내 보건, 아동보호 활동 등 다방면에서 일하고 있어요.

저는 말리 사무소에서 빈곤퇴치기여금 사업의 총책임을 맡고 있어요. 한국기업의 후원으로 이루어지는 우물건축과 같은 단기사업과 개인 후원자 여러분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학교 및 보육시설 지원사업도 함께 하고 있고요. 여러분의 도움으로 요로쏘 지역에 보건소와 우물, 학교가 지어지면서 이곳 주민들이 깨끗한 식수를 마시고 보건 ·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제가 맡은 사업뿐 아니라 말리 내 모든 세이브더칠드런의 사업은 지역사회에 기반한 접근(Community-based Approach) 방식으로 이뤄져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사업을 진행하면서 마을의 관습과 전통을 존중하고 마을 주민과 확고한 관계를 형성하죠. 이러한 과정은 개발의 주체가 주민임을 강조하기 위함이에요.


사진/ 세이브더칠드런이 요로쏘 지역에서 주민과 함께 짓고 있는 보건의료 시설.                              
공사현장 주변에는 늘 주민이 모아온 자갈이나 모래, 나무가 모여 있다.                         

Q6. 지역사회에 기반한 접근이라는 말이 생소한데요, 지역사회에 기반한 접근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개발사업에서 가장 큰 문제는 '사업 이후, 우리가 떠난 이후 어떻게 될 것인가?'예요. 거창하게 지속가능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개발의 주체가 세이브더칠드런이 아니라 지역사회라는 점을 주민이 확실하게 인식하도록 하는 일이에요. 마을에 상주하는 직원은 현지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우리가 사업장을 떠난 이후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 지 늘 주민에게 강조하죠.

보건소 건축을 예로 들어볼게요. 보건소를 짓는데 주민의 반응이 '세이브더칠드런이 여기 와서 보건소를 짓네? 다 지어지면 이용할 수 있겠군'으로 그치면 안 돼요. 세이브더칠드런은 장소 선정과 같은 준비 과정에서부터 지역사회 지도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그가 보건소 건축에 일정한 몫을 맡도록 해요. 건축 과정에서도 매일 주민 10-15명이 팀을 짜서 일을 돕죠. 노동력 제공뿐 아니라 건축에 필요한 자갈이나 모래, 나무도 모아와요. 이로써 마을 주민은 사업의 결과만을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주체가 돼요. 요로쏘 지역에서 진행하는 5개년 보건사업이 끝나더라도 보건소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세이브더칠드런은 사업 과정 중에 보건소 운영위원회를 구성해요. 위원회는 마을 유지와 촌장, 부녀자협회장, 마을 지도자 등 주민들로 이뤄지죠. 세이브더칠드런이 보건소를 건축하고 최초에 장비와 약품, 행정절차를 제공하면 이 후에는 보건소운영위원회가 자치적으로 보건소를 관리하며 약품도 보충하고 직원 월급도 줘요.

제가 일하면서 기뻤던 점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이곳 사람들의 열의가 높다는 사실이에요. 말리에 오기 전까지 저는 국제NGO 활동에 편견을 갖고 있었어요. 대다수가 외국인인 국제NGO직원이 사업을 이끌어가고 현지인은 단순한 수혜자라는 이미지가 있었나 봐요. 하지만 이곳 직원 대부분은 유능한 말리 현지 직원이에요. 이들은 사명감을 갖고 고국의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어요. 마을 깊숙한 현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 역시 현지 직원이에요. 현지 언어와 방식으로 마을 주민과 깊이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죠. 마을 주민과 현지 관리의 믿음과 지지 없이는 세이브더칠드런의 활동은 불가능할 거예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하는 말리, 그 중에서 소외된 요로쏘 지역에서 아동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한국인 직원 이재광 씨와 문다운 씨가 전하는 말리 사업장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나요?

세이브더칠드런과 마을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 그럼에도 아직 변화가 필요한 안타까운 사연, 만 2세부터 말리 친구들과 뛰어 놀며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이재광 직원의 딸 효민 양의 이야기. 그리고 이재광 직원과 문다운 단원이 한국 후원자 여러분께 전하는 이야기는 말리 사업장 이야기 - ②에서 이어집니다.

해외아동보건/영양지원

말리 아동들에게
사랑을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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