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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녕이의 니제르이야기 ⑦ - 거리에서 살아가는 아동들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1-11-07 조회수 6322


※ 포포(Fofo)는 제르마어로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라는 뜻을 가진 인사말입니다.                       


김원녕
세이브더칠드런 해외파견단원

안녕하세요. 니제르 파견단원 김원녕입니다. 이번 달에는 여러분께 니제르 '거리의 아동(이하 거리 아동)'과 그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처음 니제르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공항 밖까지 제 짐을 들어주겠다던 10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 아동이었습니다. 저는 현재에도 시내 도처에서 이런 아이들을 자주 만납니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구걸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자동차 주위로 몰려드는 아이들, 시장에 가면 장바구니를 들어준다며 따라오는 아이들, 고철이나 병 등을 주워 팔기 위해 아침이면 쓰레기 장에 몰려드는 아이들. 이미 이 아이들은 도시와 도시화가 진행되는 마을의 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혹시 6월 16일이 무슨 날인지 알고 계신가요? 아마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나 소식지를 유심히 보신 분이라면 바로 아실 것입니다. 바로 '아프리카 어린이의 날'입니다. 이날은 1976년 6월 1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흑인 구역이었던 소웨토(Soweto)에서 일어난 학생들의 거리행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당시 아프리칸스어(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공용어 중 하나로 남아프리카네덜란드어라고도 하는데, 1652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네덜란드의 식민지가 되었을 때 네덜란드어가 독자적으로 변형, 발전한 언어) 수업을 거부하던 학생 1만여 명의 평화행진을 정부가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많은 아동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날입니다. 그때 희생된 어린 생명을 기리는 뜻에서 1991년 6월 16일 처음으로 '아프리카 어린이의 날'이 지정되었으며 그 후 전 세계적으로 이날을 기념하며 아동보호 및 아동권리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사진/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아프리카 어린이의 날 관련 캠페인입니다.      
아프리카 대륙은 보건, 영양 증진 및 교육, 권리 보호 등 다양한 측면에 있어서                
아동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곳입니다.                                                         

그렇다면 2011년 6월 16일, 올해 '아프리카 어린이의 날' 슬로건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모두 함께 거리 아동을 위한 신속한 행동을≫이었습니다. 이것은 현재 아프리카에서 거리 아동이 차지하는 문제가 얼마나 크고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이날 개최된 회의에서 니제르 아동보호 및 여성부 장관인 마이키비 카디아디아투 단드비(Maikibi Kadiadiatou Dandbi)는 불행히도 니제르에서 거리 아동의 문제는 그대로임을 강조하며, 추후 그들의 아동 권리와 보건 증진에 더욱 힘쓸 것을 약속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거리의 아이들' 혹은 '거리에 살고 있는 아이들'로 불리는 이 아동들의 상황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기란 어렵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거리 아동의 특성에서 기인하고, 다른 하나는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정확한 통계수치를 수집할 수 있는 국가와 NGO 차원의 장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2005년의 조사로부터 막연하나마 거리 아동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니제르에는 2만 6,000여 명의 거리 아동이 있습니다. 2006년 니제르 정부는 아동 1만 1,042명이 니아메(Niamey), 진더(Zinder), 타우와(Tahoua), 마라디(Maradi)와 같은 도시의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아동이 거리로 내몰리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도 복합적입니다. 수많은 원인들을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그 근본 원인은 바로 가정의 빈곤입니다. 가뭄과 사막화로 인한 식량위기, 물가 상승 등은 가정 생계를 악화시키고, 이러한 환경에서 아동은 더 이상 보호받는 존재일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몇 달 전, 마가리아(Magaria) 지역에 가정 조사를 갔을 때, 아이샤(Aisha)라는 10명의 자녀를 둔 어머니와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샤는 10명의 자녀 중 4명을 이웃 나라 나이지리아(Nigeria)로 유학을 보냈다고 했습니다. 사실 그때, 저는 그 어머니가 말한 '유학'이라는 말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보통 우리의 고정관념에서 유학을 보낸다는 것은 그만큼 일차적인 생계가 충족되고 여분의 돈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두어 번 되물어도 공부를 시키러 외국에 보냈다고 답하기만 했습니다.

나중에 마을 이장님과 현장 직원에게 정황을 다시 설명해 달라 요청했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자녀를 타지로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말로는 공부를 시키러 보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식구(食口)'를 줄이는 의미라고 합니다. 자녀가 집에 없을수록 끼니를 해결하는 식구가 줄기 때문입니다. 보통 나이지리아를 오가는 상인에게 경비를 조금 쥐어주고 자녀를 그 편에 함께 보낸다고 합니다. 따라서 가족은 자녀가 현재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는 전혀 모릅니다.

이외에도 기본 가족 단위의 변화, 부모의 폭력, 이혼 또는 사망과 같은 가정 문제, 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된 상황(부모가 집안일 등의 노동을 위해 학교를 그만두게 하거나, 공부를 못하거나 행실이 올바르지 않다고 판단되는 아동을 학교에서 내쫓기도 합니다), 도시에서 일거리를 구하려는 절박함 등이 아동을 거리에 머물게 합니다. 가정을 부양하기 위해 스스로 돈을 벌러 거리로 나오는 아동이 있기도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거리 아동들은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필요한 안정적인 환경을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박탈당하고 혼자 내버려진 채로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니제르 사무소의 아동보호사업 총책임자인 압둘 아지즈 우스만 디옵(Abdoul Aziz Ousmane Diop)은 아동에게 안정적이고 일정한 거처가 없다는 사실은 그들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온전한 상태에 있지 못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즉 거리 아동은 배고픔과 질병, 약물 구입, 본드 흡입, 폭력, 성폭력에 노출되기 쉽습니다.라며 이런 아동이 겪고 있는 실제적, 잠재적인 문제점들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호소합니다. 또한 그는 거리 아동은 주로 구걸을 하거나 쓰레기장에서 고철 등을 주워 파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합니다. 이처럼 이 아동들은 특정한 기술이나 학습 없이 단순 노동을 되풀이하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 내에서 잉여적인 존재로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라고 지적합니다. 결국 '거리의 아동' 문제는 아동보호, 아동권리 증진과 관련하여 지금 당면한 문제인 동시에 우리의 미래가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한 것입니다.


해외아동보건/영양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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