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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2-02-17 조회수 8338

세이브더칠드런 틴세이버(teen saver) 발표회, ‘F5=새로고침’

청소년이 진단하는 청소년의 권리
요즘 ‘왕따’ 문제를 포함한 학교 폭력이 비단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와 교육과학기술부의 학생인권조례 무효화에 이르기까지 청소년 문화의 일면을 드러내는 일도 부쩍 많아졌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청소년들은 자기 세대의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지난 2012년 2월 3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제1회 청소년기자단 틴세이버(TeenSaver) 발표회 ‘F5=새로고침’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 틴세이버 발표회 전시장(좌), 여학생 2명이 친구들의 기사를 다정하게 읽고 있다.(우)                 

틴세이버?
틴세이버는 망원, 홍은, 염리청소년독서실을 이용하는 30여 명의 청소년으로 구성된 기자단입니다. 젊음을 가득 품은 이 청소년들은 지난 여름부터 자신의 권리와 주변의 이야기를 함께 논해 보고 그 내용을 기사와 UCC로 만들어 왔습니다. 이날은 그간의 활동을 정리하고 성과물을 선보이는 발표회 날이었습니다.

찾아간 곳에서는 ‘F5=새로고침’이라는 이름 아래 전시회가 열려 기자단 개개인의 기사가 담긴 포트폴리오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전시장을 빼곡히 매운 포트폴리오를 통해서 청소년들이 보는 사회의 문제점과 그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 기사를 유심히 읽어보는 관람객(좌), 포트폴리오에는 활동과 기사가 요약되어있다.(우)             

청소년 흡연, 따돌림, 이른바 ‘노스페이스 계급’, 팬덤(fandom) 문화, 인터넷 중독, 택시의 학생 승차거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민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사소하고 평범하다고 여길 수 있는 자신의 이야기에서부터 청소년 성문제에 이르기까지 주제는 기자단의 구성처럼 무척 다양했습니다. 발표회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정신 없이 뛰어다니는 혈기왕성한 철부지 청소년이었지만, 발표회가 시작되자 자신이 조사하고 생각한 것을 조리있게 말하는 당당한 기자로 변모했습니다.

기사를 탐독하고 있다 보니 어느덧 전시장 안은 기자단이 초대한 친구와 가족들로 가득 찼습니다. 성적표가 아닌 자신의 주체적 사고와 노력으로 만든 결실을 자랑스레 보여주는 모습에서 틴세이버 활동이 아동들에게 얼마나 의미 있으며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청소년이 문제를 일으키는 주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박재서(17, 염리청소년독서실) 아동의 말처럼 이런 작은 시도가 주위 친구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다 주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청소년이 사라졌다
오후 5시가 되자 강당에서는 염리청소년독서실에서 활동하는 청소년 춤 동아리 유스테크의 축하 공연과 함께 발표회가 시작되었습니다. UCC팀은 직접 제작한 오프닝 영상을 통해 틴세이버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명확하게 짚어주었습니다. 이들은 ‘청소년이 사라졌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청소년 여가 실태를 보여주며 돈 없이 즐기고 놀 수 있는 곳이 사라진 삭막한 도시를 조명했습니다. PC방과 노래방, 술집으로 내몰린 청소년들을 보여주며 틴세이버는 이 문제가 단순한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소년에게 도움이 될만한 문화행사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사진/ 발표회장 전경(좌), 발표회의 시작을 알리는 청소년 춤 동아리의 축하공연(우)                         


사진/ 오늘은 내가 사회자(좌), 친구들에게 축제를 소개해주는 모습(우)                                           

발표회는 틴세이버의 얼굴처럼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였습니다. 초대받은 관객에게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전달하는 모습에서 청소년들만의 무한한 에너지를, 톡톡 튀는 진행에서는 개성을, UCC 동영상에서는 젊은 사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교와 집, 학원을 오가며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을 보냈던 그 나이 때 제 모습이 떠올라 틴세이버가 마냥 부럽기도 했습니다.

당당하고 즐거운 모습으로 발표회를 매끄럽게 진행하는 틴세이버를 보며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청소년이 주체적으로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발표회는 우수기자 선정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비록 독서실 별로 한 명만 수상했지만 참가한 모두가 우수기자였습니다. 틴세이버 모두가 관객에게 인사를 올리는 마지막 순간에는 모든 참석자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며 성공적인 활동을 축하해주었습니다.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김노보 이사장과 틴세이버가 함께한 기념 사진                                              

청소년의 감수성으로 바라보기
참으로 인상 깊은 오후였습니다. 틴세이버 발표회를 통해 청소년 문제를 어른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청소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청소년 문제를 철없는 아이의 잘못된 행동이라 비난하고 억압과 처벌 같은 미봉책으로 청소년의 차꼬를 채우는 일은 사라져야 합니다. ‘놀거리가 사라졌다는 아동의 목소리를, 그들의 당연한 놀 권리를 어느 누가 들어주었는가?’라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청소년의 눈높이와 감수성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는 청소년 문제를 제대로 논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세이브더칠드런의 틴세이버 활동은 단지 청소년뿐 아니라 청소년과 함께하고 있는 지역사회에 청소년의 권리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같은 관심이 청소년 문제를 접근하는 시각을 바꾸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이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문화, 이제 틴세이버가 앞장 설 것 입니다.

_글쓴이: 세이브더칠드런 커뮤니케이션팀 인턴 이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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