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일지] ②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작은 기적'의 세계 |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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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2-03-26 조회수 9754 |
둘째 날 아침도 촉촉한 비로 시작했습니다. 비가 계속 올까봐 우산을 챙겼는데, 금세 그치더군요. 첫 번째 일정으로 이번 '8일간의 모자전달' 캠페인을 함께 준비한 현지 세이브더칠드런 사무소를 방문했습니다. 루프완야마지역 옆 칼룰루시(Kalulushi)지역에 사무소가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잠비아에서 두 번째로 큰 지역인 루프완야마와 인근 지역까지 포함해 사업을 진행하는데요. 프로젝트 매니저인 스테판(Stephen)에 따르면, 아동 보호, 보건, 에이즈, 교육, 아동 권리 실천 및 홍보 등 다섯 개의 주요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잠비아의 인구는 약 1,300만 명인데 그 중 51%가 18세 미만의 아동이라고 합니다. 스테판은루프완야마는 잠비아에서도 인구 밀도가 가장 낮고 공공서비스나 보건이 가장 낙후된 지역입니다. 커뮤니티 스쿨 50개 중에 교사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한 명밖에 없고, 학생들의 중학교 진학률도 절반 정도밖에 안 되지요. 학교까지 너무 멀리 걸어서 다녀야 하거나, 아동노동, 조혼 등으로 학업을 포기하게 됩니다.라고 루프완야마의 보건과 교육 상황을 말했습니다. 그래서 아기를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는 모성보건센터와 신생아의 저체온증을 막아 사망률을 낮추는 모자뜨기, 그리고 학교 교육까지 세이브더칠드런의 사업이 큰 흐름을 갖고 쭉 이어지게 되는 것이더군요.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는 것이 아동의 권리니까요. 칼룰루시 사무소를 방문한 다음, 무쿠투마(Mukutuma)의 보건센터에 모성보건센터를 별도로 짓는 사업의 기공식에 참석했습니다. 무쿠투마 보건센터소장님은 무쿠투마에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은 70km 밖에 있는 키트웨(Kitwe)지역에 있습니다. 그래서 임신한 여성의 절반 정도는 집에서 출산하고, 나머지는 12~21km를 걸어서 보건센터까지 와서 출산합니다. 진통이 오면 20km를 걸어야 보건센터에 올 수 있고, 그러다 보니 오던 중에 아기를 낳는 경우도 있지요. 보건센터에 와도 침상이 세 개밖에 없고, 가림막도 없는데다, 남녀가 같이 쓰는 방입니다.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상태에서 아기를 낳아야 하죠. 산모와 아기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저로서도 괴로운 상황이 많습니다.라고 그간의 상황을 전했습니다. 아기를 낳고 난 뒤에도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아기와 함께 다시 20km를 걸어서 집에 돌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무쿠투마의 보건센터에 건강한 출산을 돕고, 엄마와 아기만의 공간이 보장되는 모성보건센터를 짓게 되었습니다. 모자뜨기 키트 판매 수익과 GS샵의 후원으로 이 센터가 지어지게 되었다고 해요. 모자뜨기 키트를 살 때는 가격이 조금 비싼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이렇게 아기와 엄마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데 쓰이는 것을 직접 보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모자뜨기 후원자 여러분의 마음이 이곳 무쿠투마의 아기들과 엄마들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무쿠투마 모성보건센터는 침상 6개와 별도의 분만실, 세탁실, 화장실, 우물시설까지 갖추게 됩니다.
모성보건센터의 기공식에는 현지 보건국 직원인 엘리자베스도 함께 했습니다. 그녀는 조혼한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에 대한 정보에 무지한 경우가 많아요. 이곳에서 조산사에 대한 성교육과 양육에 대한 교육도 같이 이뤄질 것입니다. 조산사들이 마을 여성들에게 정보를 알려주고,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또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겠죠. 루프완야마 지역이 너무도 넓어서 정부의 복지 서비스가 아직 곳곳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이렇게 지역 기반의 모성보건센터가 생겨서 구심점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라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팬이라는 그녀는 한국의 문화에도 큰 관심을 보였답니다.
모자를 뜰 때마다 늘 생각했거든요. '내가 만든 이 모자가 정말 그 작은 아이들을 살릴 수 있을까? 정말 도움이 될까?'
기공식과 모자전달식이 끝나고, 조산사 할머니와 마을 여성분들께서 우리에게 작은 선물을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GS샵의 손민정 차장님과 제가 대표로 선물을 받았는데요. 호박과 땅콩, 옥수수 그리고 살아있는 검은 닭이었답니다. 저는 살아있는 닭을 잡아본 건 처음이라서 긴장을 많이 했답니다. 먼 길을 온 사람들이 돌아갈 때 걱정되는 마음에 그렇게 챙겨주는 것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루만토(Lumanto) 베이직 스쿨에 들러서 아이들과 함께 풍선불기, 그림그리기, 종이접기, 만들기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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