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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2-08-22 조회수 10405

엄마 나라를 배우며 한 뼘 자란 여름
- 하나키즈오브아시아 캠프 “엄마나라 말을 배워요”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경기도 용인 하나은행 연수원에서는 다문화가정 아동을 위한 여름캠프 “엄마나라 말을 배워요”가 열렸습니다. 이 캠프에는 세이브더칠드런의 하나키즈오브아시아 토요베트남학교를 다니는 다문화가정 아동 7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가수 인순이 씨 “다름은 오히려 나를 돋보이게 하는 개성”
25일 오후, 캠프에 온 아동들이 연수원 강당에 모였습니다. 2박 3일 동안 이어지는 다양한 캠프 활동에 대한 기대, 집을 떠나 친구들과 함께 밤을 보낸다는 설렘으로 강당이 왁자지껄 시끄러워질 무렵, 한 사람이 강당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옮겨 가면서 커다란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와, 인순이다!”


 사진/ 다문화가정 아동을 위한 엄마나라 말을 배워요 캠프에 가수 인순이 씨가 강연자로 참여했습니다.
         인순이 씨는 캠프에 참여한 아동 70여 명과 어린 시절 경험담을 나누며 ‘다름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장점으로 키워나가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신짜오”(베트남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뜻)하고 인사를 건네며 강당에 선 인순이 씨. 순간 아이들의 관심은 인순이 씨의 독특한 머리 모양으로 쏠렸습니다.
“사자 머리 같아요!”

이 같은 반응에 인순이 씨는 오히려 웃으며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한껏 흐트러뜨렸습니다.
“어때요? 제 머리 특이하죠? 저는 이 머리 모양이 좋아요. 이렇게 하니까 여러분들이 나한테 더 큰 관심을 가져주잖아요. 이렇게 남과 다르다는 것은 나를 돋보이게 해주는 개성이에요.

아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인순이 씨는 말을 이어 갔습니다.
“저의 어머니는 한국인이고 아버지는 미국인이에요. 제가 여러분만할 때는 다문화 가정이란 말도 없을 만큼, 우리 같은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밖에 나가면 저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때는 그런 시선이 무서워서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려웠어요.”

“하지만 제 딸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서로 다른 나라 사람이란 것을 자랑스러워해요. 미국과 한국 두 나라를 모두 잘 알 수 있는 입장이기 때문이에요. 저 역시 이제는 다른 점이 창피한 것이 아니라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드는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도 베트남어를 열심히 익혀서 어머니와 마음 깊숙한 이야기를 나누고 외갓집에 놀러 가서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꼭 사랑한다는 말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이야기로 강연을 마무리한 인순이 씨. 마지막으로 자신의 노래 ‘딸에게’와 ‘거위의 꿈’을 열창하며 함께한 아동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었습니다.


사진/ 인순이 씨가 강연을 마친 후 임영호 하나금융그룹 부사장, 캠프에 참여한 아동들과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이날 인순이 씨는 강연 중간에도 아동들의 요청에 따라                 
‘거위의 꿈’을 부르고 사진 촬영 자세도 잡아주는 등 ‘왕 이모’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베트남어 배우기, 어렵지 않아요


사진/ 캠프에 참여한 아동들이 자원봉사자와 베트남어로 시간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습니다.    
          베트남어 수업에서는 토요베트남학교에서 활동하는 원어민 교사와 함께 숫자, 시간, 자기소개 등
회화 표현을 익혔습니다.                                                                                      

이날 저녁에는 베트남어 수업이 열려 ‘엄마나라 말을 열심히 익히기 바란다’는 인순이 씨의 당부를 바로 실천해볼 수 있었습니다. 몇몇 아이들의 얼굴에는 ‘여름 캠프까지 와서 공부라니?’하는 실망의 표정이 스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걱정도 잠시, 조별 게임과 미션 수행으로 진행된 수업은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의 승부욕과 진지함으로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퀴즈로 베트남어 시간 표현을 배우는 순서. 점수 스티커를 내건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은 베트남어로 답을 떠올리느라 발을 동동 굴렸습니다. 옆에서 응원하는 친구들도 조마조마한 마음에 입을 벙긋거리며 답을 외칩니다.
“……탐쩌오(10시)?”
“와!”
기다리던 정답에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약속한 점수 스티커를 받은 아이들은 의기양양하게 다음 수업 교실로 뛰어갑니다.

차별 받지 않을 권리, “할 말 많아요”
땅거미가 지고 어두워진 저녁, 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아동권리를 배우기 위해 교실로 모였습니다.

엄마나라 말을 배우러 온 아이들이 왜 아동권리를 배우는 걸까요?
아동권리를 정의하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이 피부색이나 부모의 출신국 등을 이유로 차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아동은 자신의 그러한 배경을 익히고 누릴 권리가 있다고도 밝힙니다. 때문에 세이브더칠드런은 캠프에 참여한 아동들 역시 베트남어와 베트남 문화를 익히는 것이 자신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임을 알고 자존감을 지킬 수 있도록 아동권리교육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아이들은 퀴즈와 빙고 게임 등으로 아동권리가 무엇인지,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이어 한 가운데 ‘차별’이라 크게 쓰여진 종이가 조별로 주어졌습니다.

아이들은 종이를 책상에 내려놓자마자 차별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을 써내려 갔습니다.
다문화, 피부색, 외국인, 이주노동자…….


사진/ 아동권리교육 시간 중 차별이라는 주제로 마인드맵을 그리는 활동을 했습니다. 캠프에 참여한   
아동들은 ‘다문화’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지은(사진 왼쪽, 여, 11세) 양은 “고학년이 되면서 놀림이 더 심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박한나(11세) 양은 “우리 반 친구들이 저보고 막 베트남 사람이래요. 엄마가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 무시해요”라고 말했습니다.
옆에서 이 말을 듣던 이엘리사(11세) 양도 거들었습니다.
“한국인이라고 말해도 사람들이 저보고 자꾸 베트남 사람 아니냐며 물어봐요. 그리고 어쩌다 숙제를 잘 못해오면 ‘엄마가 다른 나라 사람이라서 그래’라고 말해요”

그 사이 곁에 앉은 이지연(11세) 양은 종이의 빈 공간을 우는 모습을 나타내는 이모티콘(ㅠ^ㅠ)으로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습니다.

베트남어로 말해요, 베트남 체험 여행
캠프 둘째 날, 아이들이 물놀이를 다녀와 쉬는 사이 수련원 곳곳에는 하노이 입국심사대와 하롱베이 식당, 후에 놀이동산, 호이안 병원, 달랏 상점, 나짱 학교가 들어섰습니다. 베트남 가상 체험 여행으로 진행될 이번 순서를 위해 원어민 선생님들도 출입국 사무소 직원과 식당 점원, 의사, 삐에로, 학교 선생님으로 변신을 마쳤습니다.


사진/ (왼쪽) 캠프장 내 마련된 하노이 입국심사대에서 참여 아동들이 베트남어로 자신을 소개하며     
        입국 허가를 받고 있습니다. (오른쪽) 호이안 병원에서는 베트남어로 아픈 신체부위를 설명하고
약을 처방 받았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아이들의 손에는 푸른 여권이 하나씩 들렸습니다. 베트남을 가상으로나마 체험해보고 지금껏 쌓은 베트남어 실력도 맘껏 발휘해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달랏 상점에 도착한 아이들. 300동(베트남 화폐 단위)인 사탕을 200동으로 깎기 위해 서툰 베트남어와 몸짓으로 열심히 흥정합니다. 하롱베이 식당에 도착한 아이들은 베트남어로 쓰인 메뉴를 보며 가진 3,000동으로 어떤 음식을 시킬지 머리를 모읍니다. 메뉴에 있는 베트남 음식에 익숙한 몇몇 아이들은 친구에게 음식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맛이 어떤지 설명하기도 합니다.

식당 점원 역할을 맡아 음식 주문을 받았던 란프엉(26세) 선생님은 “아이들이 베트남에 직접 가더라도 어머니가 옆에서 도와주기 때문에 베트남어를 쓰는 일이 별로 없을 거예요. 이번 체험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직접 베트남어를 쓰고 베트남을 경험해 볼 수 있으니 대단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고 말했습니다.

베트남을 여행하는 사이 캠프도 저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여행을 마친 트란타오(11세) 양은 “캠프에 와서 2박 3일 동안 베트남 문화를 배우니 토요베트남학교에서 한나절 배우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습니다. 달랏 상점에서 사탕을 사던 게 가장 재미있었다는 한나 양은 “캠프에 온 친구들과 함께 진짜 베트남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문화적 배경을 익히면서 엄마나라를 더욱 가깝게 받아들이고, 자신이 겪는 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내 본 2박 3일.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 마음의 키는 한 뼘 더 성큼 자라 있었습니다.

<만나보았습니다 - 달랏 상점의 맘씨 좋은 점원, 떰(Tam) 선생님>

한국 유학 생활 중인 떰(Tam) 선생님은 지난 3월부터 안산 토요베트남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류에도 관심이 많아 드라마 ‘대장금’의 모든 회를 다 보았다는 떰 선생님과 하나키즈오브아시아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진/ 달랏 상점에서 점원으로 분한 떰(왼쪽, 24세) 선생님이 물건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베트남어로 가격을 흥정하고 물건을 구입했습니다.                          

Q. 토요베트남학교에 어떻게 참여하시게 되었나요?
아는 선배가 소개해주었어요. 예전에 일했던 곳에서 아이들과 봉사활동도 해보고, 베트남에 있을 때는 한국 아동에게 베트남어 과외를 한 적도 있어서 추천 받았지요.

Q. 토요베트남학교에서 일하면서 가장 뿌듯한 때는 언제인가요?
제가 가르친 내용을 아이들이 기억해줄 때요. 그리고 베트남 문화를 잘 모르던 친구들이 베트남 문화를 정확히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굉장히 좋아요.

Q. 베트남에 대해 배우는 것 외에도 아이들에게 달라지는 점이 있나요?
네. 토요일에도 부모님이 맞벌이로 일하시는 아이들이 많아요. 갈 곳이 없던 아이들이 토요베트남학교에 와서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선생님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해요. 같이 이야기할 어른을 만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토요베트남학교뿐 아니라 심리치료와 멘토링을 포함하고 있는 하나키즈오브아시아는 뜻 깊은 사업이에요.

Q. 하나키즈오브아시아 캠프에 온 아이들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올바르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그 다음은 부모님의 두 나라를 모두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한 번은 토요베트남학교에 다니는 한 아이가 다른 친구들로부터 ‘네 말투가 왜 그래? 이상해’라는 말을 듣고는 정색하며 “나는 베트남 사람 아니야, 한국인이야”라고 말했다고 해요. 다른 아이들도 일부러 캐묻지 않으면 베트남 출신 배경에 대해서 먼저 말하지 않아요. 반은 한국인, 반은 베트남 사람인데 베트남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저로서는 아쉬워요. 자신이 한국 사람이면서 베트남 사람이라는 점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_작성: 고우현(홍보팀)

다문화가정아동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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