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서 뛰어 놀며 배워요!
- 한별어린이집 숲 체험 동행기
성큼 다가온 가을. 세이브더칠드런 산하 한별어린이집 아동들이 서울시 강남구에 자리잡은 종여울산으로 향했습니다. 지난 해 3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해온 숲 체험 날이기 때문입니다. 숲 체험은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면서 감각 기관과 창의성을 발달시키고 정서적 안정도 돕는다고 하는데요. 오늘 이곳을 찾는 아이들 역시 빌딩 숲에서 벗어나 직접 곤충을 보고 도토리와 밤도 주울 생각에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기대와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곤충 친구는 무섭지 않아요
산 초입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숲 체험 교사 나비 선생님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아이들과 나비 선생님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산행에 앞서 율동으로 간단하게 몸을 풀었습니다. 길을 나서기 전, 곤충이 무섭다는 다민이(7)에게 선생님은 말했습니다.
“곤충은 낙엽 같은 쓰레기를 흙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해요. 그래서 곤충이 없으면 산은 쓰레기통이 될 거예요. 그래도 곤충이 싫어요?”
설명을 듣고 난 다민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곤충이 싫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다 함께 숲과 곤충들에게 인사하고 본격적인 산행으로 오른 우리 친구들. 발걸음에 흥이 묻어납니다.
숲 속 탐험대, 출발!
“선생님, 벌레예요!”
앞서가던 나연이(7)가 나무 둥치에서 벌레를 발견했습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오늘 관찰할 곤충과 이 벌레가 어떻게 다른지 물었습니다. 아이들은 앞다투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날개가 없어요.”
“다리가 너무 많아요.”
“몸통이 가슴 배로 나뉘지 않아요!”
재잘재잘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후 아이들은 다시 곤충을 찾아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 길에 도토리 꼭지를 줍기도 하고, 산 길에 핀 버섯 향기를 맡기도 합니다.
사진 / 숲에서 발견한 버섯의 향기를 차례대로 맡아보는 아이들.
숲 체험 시간 동안 아이들은 산 속 생명체를 직접 보고 만지고 냄새를 맡았습니다.
이번에 발견한 것은 밤송이. 아이들이 다시 우르르 몰려갑니다. 밤송이 안에 밤이 있을까 열어보지만 빈 껍데기뿐입니다. 밤송이 안에는 그곳에 머물렀던 밤 모양을 따라 홈이 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이 홈을 하나씩 세어보며 밤송이 하나에 밤이 세 개씩 열린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진 / 밤송이 안에 있는 홈을 하나씩 만져보며 밤의 수를 세어보는 나연이와 세현이(7).
자연 속 생명체를 직접 보고 만지고 향을 맡는 동안 아동들의 감각 기관도 자연스레 발달합니다.
그러던 중 아이들이 재빠르게 움직이는 청설모를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다람쥐다!”고 소리칩니다. 숲 속 청설모는 동물원에서 보는 동물과는 다르게 활기차고 자유로웠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본 것이 다람쥐가 아니라 청설모라고 알려주며 말했습니다.
“청설모에게 우리가 주워온 도토리와 나무 열매를 주는 게 어떨까?”
선생님의 제안에 아이들은 주머니에 담았던 열매를 기꺼이 꺼내 나무 덤불과 땅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곤충을 만들고, 곤충이 되어봐요
“우리 저번에 배운 노래 기억나요? 한번 따라 해볼까? 더듬이 두 개, 날개는 네 장, 다리는 여섯 개. 머리, 가슴, 배. 겹눈, 홑눈, 땅에도 물에도, 나는 곤충입니다.”
아이들은 직접 잡은 곤충을 관찰하기 앞서 선생님과 노래를 부르며 곤충의 생김새를 다시 떠올려봅니다. 이렇게 곤충의 특징을 되새겨 본 아이들은 잡아온 곤충과 벌레를 돋보기로 관찰합니다.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던 곤충 등껍질의 무늬도, 꼬물거리는 다리의 솜털도 돋보기를 통하니 선명하게 보입니다. 관찰을 마친 아이들은 곤충 모형을 만들어 보기도 합니다. 재료는 찰흙과 자연에서 빌려온 나뭇가지, 잎사귀 등입니다.
아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곤충을 만듭니다. 나뭇잎이 날개가 되고 나뭇가지와 풀 줄기가 더듬이나 말벌의 침이 되었습니다.
“이 곤충은 왜 버섯을 머리에 쓰고 있어?”
“햇빛을 가리려고요!”
은채(7)가 수줍게 웃으면서 대답합니다. 곤충을 위해 세심하게 쓴 고운 마음에 감탄이 나왔습니다.
사진 / 은채가 만든 곤충은 해를 피하기 위해 더듬이에 버섯을 달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연에서 가져온 재료로 각자 다른 모양의 곤충을 완성했습니다.
곤충 만들기를 마친 아이들은 숲 속 공터에 모입니다. 딱따구리 놀이를 할 시간입니다. 딱따구리 역할을 맡은 나비 선생님이 곤충 역인 규민이를 잡으면 끝나는 놀이입니다. 다른 아이들은 둥글게 서서 손을 잡고 나무가 되어 규민이가 잡히지 않게 감싸 지켜줍니다.
사진 / 신나게 딱따구리 놀이를 하는 아이들. 생태계를 본 따 만든 놀이를 하며 아이들은 자연을 배워갑니다.
“조금 밖에 안 했는데……. 한 번만 더 하면 안 돼요?”
이제 그만하고 산을 내려가자는 선생님의 말에 다민이는 무척이나 아쉬워합니다. 실내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마음껏 소리지르며 뛰어 놀 수 있는 이 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갑니다.
숲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규상 씨는 “숲 체험은 식물 이름과 같은 지식보다 놀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숲을 안전하고 즐거운 곳으로 받아들이는 데 중점을 둔다”면서 “그럼에도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만져본 것이기 때문에 선생님이 지나가며 말한 것까지 잘 기억한다. 또 2시간 가까이 여러 자연물을 찾아보면서 아이들의 집중력 역시 크게 향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왜 쪼는지, 청설모와 다람쥐는 어떻게 다르고 밤송이에는 밤이 몇 개씩 열리는지. 이날 숲에서 배운 지식은 숲 속 자연처럼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_ 글·사진: 고우현(홍보팀), 윤현웅(홍보팀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