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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엄마나 같은 마음이랍니다 - 난민아동 부모교육 참관기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2-10-26 조회수 11667

지난 10월 19일 동작구 세움교회. 난민지원단체 피난처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분주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피난처가 함께 운영하는 '난민 아동 부모 교육' 마지막 회가 열렸기 때문인데요. 이 자리는 언어·문화적 차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자녀를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난민 아동 부모에게 양육법이나 자녀의 의료, 교육 등에 관한 실질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장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작년에 이어 2회째 이어진 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초등학교 입학 전후 준비하기', '행복한 부모-자녀 대화법', '사랑의 양육 기술' 등 자녀를 키우는 데 꼭 필요한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사진/ 세이브더칠드런과 피난처가 함께 운영하는 난민아동 부모교육의 올해 마지막 수업이               
지난10월 19일 서울 동작구 세움교회에서 열렸습니다. ‘자녀 영양관리’를 주제로 진행된   
이 수업에서는 영양 이론 수업과 간식 만들기 실습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어머니들은 적극적으로 자녀의 식습관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아이 편식, 어떡하죠?
이날 수업은 자녀 영양관리를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수업을 진행할 한국아동요리지도자협회의 오진 선생님이 인사하자 엄마들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수업은 피난처 인턴 박새희 씨의 동시통역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첫 번째 시간은 이론 교육이었습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비타민과 철분 등 미세 영양소가 왜 중요한 지, 어떤 음식으로 이 같은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지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펜을 쥔 엄마들의 손은 바삐 움직였습니다. 언어적 제약으로 정보를 쉽게 접할 길이 없는 난민 엄마들에게 수업 내용은 한 마디도 놓칠 수 없을 만큼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연령별로 먹어야 할 이유식과 음식, 먹지 말아야 할 음식도 소개되었습니다. 이론 수업이 끝나자 엄마들은 서로의 서툰 한국어와 영어를 이어가며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제 친구네 딸은 8살인데 몸무게가 40kg이에요. 키가 134cm 정도인데 밥을 아빠가 먹는 양만큼 먹어요.”
“제 아이도 편식이 심해요. 어려서 제가 모유를 먹이지 않은 탓일까요?”
“저희 아이는 어려서는 다 잘 먹더니 지금은 채소를 먹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오진 선생님은 아이의 구체적인 상태에 대해 몇 가지 더 묻고 나서 말했습니다.
“편식하는 아이와 함께 채소를 이용한 요리를 만들면 식습관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요. 또한 아이의 밥 공기를 따로 마련해주면 적정한 식사량을 익히는 데 좋아요.”
그 동안 쌓여온 궁금증을 풀어주는 전문가의 조언에 엄마들은 서로 눈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건강한 간식 만들기, 어렵지 않아요!


사진/ 난민아동 부모교육 중 만든 고구마 삼색 경단과 연두부 요거트. 수업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아이를 위한 영양 간식을 만들면서 한국 식재료에 한걸음 더 가까워지기도 했습니다.      

쉬는 시간이 끝나자 탁자에는 빨강, 노랑, 초록의 예쁜 카스텔라 가루와 견과류, 연두부 등이 놓였습니다. 이날 만들어 볼 아이들 간식 재료였습니다. 한창 크는 아이들에게 세 끼 식사만으로는 영양이 부족할 수 있어 간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때 과자나 햄버거, 초콜릿 등 영양가는 별로 없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먹는다면 비만 문제뿐 아니라 아이들 입이 단 맛에 익숙해져 편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날 만든 간식은 그런 걱정을 덜어줄 건강한 영양 간식이었습니다. 엄마들은 고구마를 음식용 봉투에 담아 곱게 으깨고, 아이가 한 입에 먹을 수 있을 크기로 뭉쳤습니다. 그리고 준비해둔 카스텔라 가루를 입혀 경단을 완성했습니다.

“아저씨 잘 해!”
서툰 한국어 칭찬에 온 교실이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칭찬이 향한 곳은 칼리안 씨. 이날 수업의 청일점이었던 칼리안 씨는 투박한 아버지 손으로 가장 고운 경단을 만들어 엄마들의 부러움을 한껏 샀습니다.


  사진/ 삼색 고구마 경단을 빗는 칼리안 씨. 부모 교육 참가자들 중에 가장 곱게 경단을 만든 칼리안 씨에게
모든 이의 경탄이 쏟아졌습니다.                                                                                

간식 만들기 시간에도 질문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카스텔라 가루는 어떻게 만드나요? 카스텔라에 섞은 이 빨간 것(백연초)은 무엇인가요? 어디에서 살 수 있나요?”
“여기 들어간 견과류는 무엇인가요? 어떻게 손질하면 되나요?”

엄마들의 요청에 오진 선생님은 강판으로 카스텔라 가루를 내고, 키친타올을 이용해 아몬드를 손쉽게 다지는 방법을 시연했습니다. 올리고당을 처음 본 엄마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상표명을 찍기도 하고, 삐뚤빼뚤한 한글로 ‘올리고당’을 적어가기도 했습니다.

연두부 요거트도 만들었습니다. 올리고당과 섞어 곱게 갈은 연두부에 졸인 당근과 견과를 고명으로 올린 이 요거트는 이유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았습니다.

이 수업에 참여했던 레베카 씨는 “6살 난 아들이 편식이 심해서 고민이었는데 오늘 수업이 큰 도움이 되었다”다고 말했습니다. 이 수업뿐 아니라 난민아동 부모교육의 ‘행복한 부모-자녀 대화법’ 시간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부모도 자녀를 돕지만, 자녀 역시 우리를 돕잖아요. 그런데 그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우리 아들 딸 없이 저는 못 살았을 텐데 말이에요.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아이들이 속을 썩여도 ‘이 아이들이 나를 살게 한다’라는 생각이 떠올라 화를 가라앉힐 수 있게 되었어요.”

지난 3월에 한국에 왔다는 엘레자 씨는 부모 교육을 통해 한국 요리를 더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아프리카 출신이라서 한국 음식을 만드는 게 참 어려워요. 딸 아이는 학교를 다니니 한국 음식에 익숙하고요. 집에 와서도 한국 음식을 찾는 데 제가 만들어 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식당에서 음식을 사가지고 올 때도 있어요.”

딸을 위해 오늘 만든 간식을 챙기던 엘레자 씨가 잠시 손길을 멈추고 말했습니다.
“제가 딸에게 주고 싶은 것은 어느 엄마와도 같아요. 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이지요. 그 아이를 보면 매일 행복하거든요. 매일요.”

* 난민 참여자는 신상보호를 위해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_ 작성: 고우현(홍보팀)

다문화가정아동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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