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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에 대해 배울 권리’를 지키는 사람들-권리세이버 진중토크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2-11-12 조회수 11345

‘아동권리에 대해 배울 권리’를 지키는 사람들
- 아동권리교육 활동가 권리세이버들의 진중토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먼저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알아야겠지요? 이를 위해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시는 ‘찾아가는 아동권리 놀이학교’라는 아동권리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놀이학교는 서울 시내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사회복지시설 등을 찾아가 아동과 부모, 아동복지 종사자를 대상으로 아동이 가진 권리를 알리는 프로그램입니다. 특히 어렵게 다가오는 권리를 퀴즈와 빙고 놀이, 카드 짝 맞추기 놀이 등으로 실생활 속에서 쉽게 풀어내서 아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사진/ 지난 10월 24일 서울시 찾아가는 아동권리 놀이학교에 참여한 서울아현초등학교 학생들.                      
                 아동의 눈높이에 춰 놀이와 퀴즈를 결합한 아동권리 교육은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냈습니다. 이 교육은 사회복지와 
아동교육 등의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세이브더칠드런의
     아동권리교육 자원활동가 권리세이버가 진행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즐거운 아동권리 놀이학교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세이브더칠드런의 아동권리교육 자원활동가 권리세이버입니다.
자발적으로 지원한 사람 중에서도 꼼꼼한 면접과 아동권리 교육과정을 통과한 사람들만이 권리세이버가 될 수 있다보니 권리세이버에는 사회복지나 교육계에서 오래 일한 내공 있는 고수도 많습니다.

이러한 권리세이버의 활동 현장을 찾아 지난 10월 24일 서울 서대문구의 아현초등학교를 방문했습니다. 이날 총 11개 교실에서 있었던 수업 중 2학년 1반 교실에서는 아동권리가 무엇인지, 아동권리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유엔아동권리협약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살펴보는 아동권리 놀이학교의 첫 번째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찾아가는 아동권리 놀이학교는 이 외에도 자신과 다른 사람의 차이를 존중하는 비차별과 아동권리를 침해하는 위험 상황에서 대응하는 방법, 세계시민의식, 권리에 따르는 의무 등을 배울 수 있도록 총 5회 수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업을 알리는 종 소리와 함께 양 손 가득 각종 교구와 교재를 잔뜩 든 권리세이버 이영실(48) 씨가 교실로 들어섭니다.
“먹고 자고 공부하고 뛰노는 것이 모두 우리의 권리라는 데 그럼 권리란 무엇일까요?”
“우리에게 또 어떤 권리들이 있을까요?”

이영실 씨가 아이들의 눈을 맞추며 이어나가는 질문에 여기저기에서 아이들의 손이 올라갔습니다. 가장 앞 자리에 앉은 아이도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치켜든 손을 따라 엉덩이까지 의자에서 한 뼘 가까이 올라왔습니다. 수업 시작 때부터 열심히 손을 든 덕에 벌써 두어 번 발표한 친구였습니다.

“앞에 앉은 친구는 조금 전에 발표했으니까 다른 친구에게 발표 기회를 주어도 될까?”
아이는 겸연쩍은 듯 씨익 웃습니다. 다른 친구들의 손은 더욱 번쩍 치켜 올라갑니다. 이렇게 오전 내내 이어진 수업은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지루할 새 없이 지나갔습니다.

아동권리 놀이학교 첫 번째 시간이 모두 끝나고 이날 교육을 이끈 권리세이버 4명이 방과후학습 교실에 모여 ‘아동의 권리지킴이’로서 지금까지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0분만 이야기하자’로 시작했다가 1시간을 훌쩍 넘겨버린 권리세이버의 진중토크, 함께 들어보실까요? 

<권리세이버 진중토크 참여자>

이영실(48)

김태형(30)

이봉임(52)

최소영(39)

 · 독서, 역사교육 자원활동
 · 前 과외 전문 강사
 · 대학원생
 · 체육활동 교육 경험       

 · 前 학원강사
 · 前 사회복지사             

 · 前 사회복지사             

“우리 딸이 자기네 학교에도 와달래요”
Q. 아이들에게 자신의 권리와 친구, 나아가 세계 아이들의 권리를 알려주는 권리세이버로 일하고 계십니다.
    이런 권리세이버란 역할이 여러분께는 어떤 의미일지, 권리세이버로 일하면서 무엇을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이봉임  권리세이버의 역할이 아이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잖아요.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우리가 놓치고 지나갔던 아동의 권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고, 아동권리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 스스로 느끼게 되었어요. 아동권리 교육은 제 생활의 활력인 동시에 인생을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밑거름이기도 해요.

최소영  요즘 보면 아이들이 자신을 스스로 별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기도 하고 어른들도 흔히 아이들을 미숙한 존재로만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아동권리를 가르치면서 아이들이 자기 삶의 주체로서 스스로 성장할 힘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권리세이버 활동을 하면서 저와 우리 아이의 관계를 돌아볼 수도 있었어요. 딸이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하던 일을 접고 전업 주부로 살았는데 권리세이버를 하면서 엄마나 아내 이외의 맡은 역할이 생기기도 했고, 10살 된 딸이 제 일을 흥미롭게 여기기도 하거든요. 곁에서 제 수업 자료를 한참 들여다보면서 중얼거려요. 자기네 학교에도 왔으면 좋겠대요. 엄마가 하는 일을 아이가 알아주니 고맙고, 같이 해보고 싶어하니 더욱 좋지요.

김태형 제게는 참 기분 좋은 자극이었어요. 저희가 하는 프로그램이 찾아가는 아동권리 ‘놀이’학교잖아요. 놀이 형식을 이용해서 아이들이 딱딱하게 여기지 않는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게 신선했거든요. 앞으로 다른 기회로 아이들을 만나 가르치더라도 이런 방식으로 다가가서 소통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 교육은 돌을 쌓아 다리를 만드는 일”


사진/ 권리세이버 이봉임 씨가 ‘찾아가는 아동권리 놀이학교’에 참여한 아현초등학교 아동들에게         
      카드 
짝맞추기 놀이를 이용해 자신의 권리를 침해 받고 있는 저개발국 아동의 상황과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봉임 씨는 “아동권리를 가르칠 때에도          
 아동권리를 토대로 아이들을 대하면 
수업을 진행하기 쉬워진다”고 말했습니다.                 

Q. 찾아가는 아동권리 놀이학교는 총 5회 수업으로 이루어져 있던데요, 1회 40분, 5번 수업에서 큰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조금 짧은 시간 같기도 합니다.
    혹시 아동권리 수업을 통해 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셨는지요?

최소영  제가 만난 아이는 언뜻 보기에 그 반 ‘짱’이었던 것 같아요. 언제나 뒷자리에 비스듬히 앉아서 다른 친구가 수업에 참여할 수 없게 만들었거든요. 그 때문에 저도 수업을 진행하기 참 힘들었어요. 그런데 마지막 수업 때 그 친구에게 아동권리 노래를 어떻게 만들면 좋겠냐고 물으니 대답도 곧잘 하고 이전 수업 내용을 다 기억하더라고요. 결국 그 조의 권리 노래를 만드는 데 그 친구가 매우 큰 역할을 했어요. 담임 선생님도 ‘관심 없는 것처럼 굴더니 다 듣고 있었네’라며 크게 놀라셨지요.

이봉임 오늘 수업 때 만난 지민(가명)이만 해도 그래요. 수업 시간에 모든 활동을 자기 맘대로 하고 싶어했어요. 그래서 ‘네가 중요하듯이 다른 사람도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다. 그러니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라고 말했어요. 사실 아동권리 교육이라는 것이 바로 이 이야기잖아요. 그러고 나니까 두 번째 수업 때부터 아이의 모습이 변하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아동권리를 가르칠 때도 아동권리를 토대로 아이들을 대하면 수업을 진행하기가 한결 쉬워져요. 아이들 스스로 ‘우리는 아동권리 교육을 받았으니 이런 식으로 말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할 때도 있고요. 아직은 어린 친구들이라 배운 모든 것을 기억하고 실천하기 힘들 테지만 살면서 오늘 배운 내용을 조금씩 기억해내지 않을까요?

최소영 맞아요. 저는 아이를 키우는 일이 돌을 쌓아 다리를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강바닥에 하나씩 하나씩 돌을 놓으면 지금 당장 그 돌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어느 순간에는 다리가 될 수 있잖아요. 다섯 번의 교육으로 당장 효과를 보기는 힘들겠지만, 이 교육이 만들어내는 아동친화적인 분위기가 계속 흘러가게 해준다면 눈에 보이는 변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 서울시와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하는 ‘찾아가는 아동권리 놀이학교’에 참여한 아동이 작성한                  수업 노트. 다른 사람을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아동권리 교육의                  
비차별 수업 내용을 적었습니다.                                 
                                            

밑줄 쫙! 존중, 배려, 관심
Q.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들이 아동권리 교육에서 배운 모든 것을 기억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아동권리 교육에서 ‘이것만은 꼭!’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이봉임 내가 굉장히 소중한 존재라는 것, 그리고 소중한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 역시 소중한 존재라는 점을 알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요. 그것만 가져가도 좋겠어요.

이영실  저는 배려하는 마음이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잖아요. 자신이 어떤 일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경쟁 사회니까 상대방을 제치는 일도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선이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권리를 누리겠다고 약한 사람을 짓밟는 것은 잘못이거든요.

수업 때 보면 또래 친구들보다 이해가 느린 아이들이 있어요. 그런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면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해요. 그리고 그런 친구를 도와주는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주면 친구를 도우려는 아이들이 늘어나요. 저는 이렇게 아이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몸에 익히게 해주고 싶어요.

최소영  저는 차별하지 않는 자세요. 아이들은 누군가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 받는 것을 매우 기분 나빠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다른 사람을 차별한다는 점은 모르고 있어요. 차이를 존중해주는 것은 아동권리의 기본이지요. 이 부분에 대해 아이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아이들이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기만 해도 크게 성장하리라 믿거든요.

김태형 아동권리 교육을 준비하면서 제 스스로도 많은 것을 얻었어요. 세 번째 수업이 저개발국 아동의 상황과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배우는 세계시민의식 수업이었거든요. 이런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나와 다른 처지에 놓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또 그럼으로써 자기만의 틀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사진/ ‘찾아가는 아동권리 놀이학교’에 참여한 아이들이 빙고 놀이를 통해 자신이 가진 권리를            
       배우고 있습니다. 조별 놀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지식뿐 아니라 친구들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활동하는 방법 역시 익힙니다.                                                                               

Q. 권리세이버로서 그 어느 누구보다도 아이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아동권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실 텐데요,
    그 만큼 답답한 부분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 중 가장 크게 침해 받는 부분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김태형 우리나라 교육이 주입식이다 보니 아이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 같아요. 어떤 일이 생기면 이에 대한 자기 의견을 내보이고 이를 바탕으로 결정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럴 기회가 없어요.

이영실 맞아요. 일단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할 권리를 침해 받고 있어요. 아이들이 활동에 참여하려면 자유롭게 이야기해야 하는 데 어떤 담임 선생님은 ‘떠들면 안 돼’라며 통제하세요. 그럴 때마다 마음이 상하지요. 선생님이 정한 규칙에서 벗어나면 아이가 아무리 올바른 이야기를 해도 묵살당하는 것을 현장에서 보기도 했어요.

최소영  저 역시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말도 못하게 침해 받는다고 생각해요. 반의 규칙도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정하고, 때로는 체벌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다고 신체적 체벌만이 문제는 아니에요. 권력으로 아이를 함부로 대하기도 하거든요. ‘너는 벌점 5점’, 이렇게. 이런 결정 과정에서 아이에게 항변이나 변론 기회를 주지도 않고요.

게다가 충분한 정보도, 설득도 없이 ‘학생이니까 이렇게 해’라고 하는 것들도 많아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그래요. 저희 동네 부모만 봐도 아이 의견이랑 상관없이 학원 일정을 다 짜서 보내요. ‘몇 학년 때는 무조건 이걸 해야 해!’라고. 그러니 아이들이 발표할 때가 와도 꿀 먹은 벙어리로 있는 것 같아 속상해요.

권리세이버가 서로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점심을 다 먹은 아이들이 방과후학습 교실을 찾아왔습니다. 아이들에게 교실을 내어주고 뒤늦게야 점심 장소로 이동하는 권리세이버의 발걸음에는 오늘도 아동의 권리를 지키는 최전선에서 활동한 이들의 뿌듯함이 가득 묻어났습니다.

- 정리·사진: 고우현(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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