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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이야기 - 두 개의 언어를 배우는 소수 민족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2-11-12 조회수 9079


서지원
방글라데시 사업장 Program Advisor

“께모나첸? (방글라데시어로 ‘잘 지내고 계세요?’ 라는 뜻 )

이번에는 미얀마와 국경을 마주한 지역에 살고 있는 방글라데시의 소수 민족 아동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방글라데시 남쪽에 정착한 여러 소수 부족들은 방글라데시 전체 인구의 1~2% 정도를 차지하며, 각기 자기 민족의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남동쪽에 위치한 치타공 힐트랙(Chittagong Hill tract), 산간 지방의 카그라초리(Khagrachari), 랑가마티(Rangamati), 반더반(Bandarban) 등 3개의 하위 구역과 그 아래 미얀마 국경지대이자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자랑거리인 세계에서 가장 긴 해변이 자리잡고 있는 콕스바자(Cox’Bazar) 지역 등지에 주로 거주하고 있습니다.

방글라데시의 대표적인 소수 민족은 차크마족(Chakma)과  말마족(Marma)이며 이외에도 다양한 소수 민족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이슬람교를 믿는 것과는 달리 이들은 불교나 힌두교, 기독교 등의 종교를 가지고 있으며 그들만의 설날과 명절 및 풍습 역시 지키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이 거주하는 가옥의 형태나 구조도 방글라데시의 일반적인 가옥 형태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사진/ 치타공 힐 트랙의 반더반 지역 아동들의 모습                                                                     

소수 민족들은 방글라데시 국민으로서의 법적인 등록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다 보니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정치, 경제 및 사회적인 혜택으로부터 배제된 것은 물론이고 국민으로서 올바른 권리를 행사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이들은 여느 방글라데시 소외계층보다 빈곤과 영양실조로 인해 더욱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없기 때문에 힘든 상황을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마저도 제한되고 고통의 악순환은 대물림 되고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방글라데시 소수 민족 아동들은 세이브더칠드런을 비롯한 다른 비정부단체 및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의 도움을 통해 기초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지원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교육 시스템이 전무하여 높은 문맹률과 낮은 초등학교 진학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설령 소수 민족 아동이 정규 방글라데시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할지라도 ‘방글라’어로 수업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언어적인 문제로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도중에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 ECD 센터 라카인 아이들이 소수민족 글자 쓰기 공부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은 이중 언어 교수법을 통한 ‘미취학아동 교육 프로그램(Early Childhood Education Program)’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수 민족 아이들에게 그들만의 고유 언어와 방글라데시 공식 언어인 ‘방글라’ 어를 동시에 가르칩니다. 이중 언어를 배운 아이들이 정규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방글라데시 아동들과 함께 공부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표입니다.  


사진/ 라카인 소수민족어로 만들어진 아동 교재                                                                         

특히 콕스바자 지역에는 라카인(Rakhine) 부족 주민들이 대다수인데, 이들은 정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드물어 전체 주민 가운데 글자를 읽고 쓸 수 있는 비율이 고작 30%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곳에서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2011년 3월부터 15개의 유치원을 운영하며, 242명의 라카인 부족 아동을 대상으로 이중 언어 아동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진/ 유치원을 방문한 외국인 손님에게 호기심이 많았던 5살 배기 아동                        

저는 얼마 전 현장 모니터링을 위해 이곳의 유치원들을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5살배기 아이는 처음 보는 외국인 손님이 유치원을 방문한 탓인지 들뜨고 산만한 모습이었습니다. 교실 앞에서 선생님은 열심히 ‘방글라’ 어를 설명하고 있는데, 아이는 계속 힐끗힐끗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아이는 매니큐어가 발린 제 발톱이 신기한지 한번 쓱 만져보기도 하고, 이름을 물어보자 제 귀에 뽀뽀를 해주는 등 돌발행동을 해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사진/ 두 개의 언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과 열심히 따라 하고 배우는 아이들                             

선생님들도 열정적으로 아이들에게 이중언어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앞서 전해 드린 것처럼 소수민족들의 교육 수준은 전반적으로 낮고, 특히 리카인 부족의 여성들은 수줍음이 많고 소극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이 지역에서 이중 언어 교육을 담당하는 직원은 세이브더칠드런이 미취학아동 교육 프로그램(ECEP)을 시작할 무렵에는 자격을 갖춘 교사를 구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후 세이브더칠드런은 유치원 교사들을 대상으로 6개월가량의 집중 훈련을 했고 이후로도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훈련을 받은 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고 그들이 학습내용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관심을 유도합니다. 또한 수업을 진행하는 내내 아이들의 언어에 대한 흥미를 최대한 끌어내려고 합니다. 이처럼 유치원에 있는 동안 아이들이 즐겁게 놀면서 다양한 것들을 배울 수 있도록 준비하고 배려하는 선생님들의 탁월한 교수법과 대단한 열정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분들이 예전에는 소극적이고 수줍음 많은 교사였다는 사실이 상상이 가지 않았습니다. 


사진/ 치타공 힐트랙 지역 ECD 센터에서 한 소녀가 율동을 선보였다.                                             

끝으로 저에게도 이번 방문은 아동을 잘 이해하는 교사와 제대로 된 기초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번 모니터링 방문은 후원자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꾸준한 관심과 후원이 이 지역 아동들의 미래를 멋지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해외아동교육지원

방글라데시 아동들에게
사랑을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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