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와 함께 배우는 ‘엄마 나라 아빠 나라’
- 하나키즈오브아시아 토요베트남학교 열린교실
지난 4월 13일 서울 성북구의 다문화센터 다린. 여느 토요일처럼 베트남 다문화가정 아동들이 베트남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토요베트남학교 교실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이날 토요베트남학교는 평소와 다른 들뜬 공기가 교실에 가득했습니다. 바로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열린교실’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이곳뿐 아니라 토요베트남학교가 열리는 인천과 안산, 부천에서도 열린교실이 진행되어 아동과 부모님, 원어민 교사 등 모두 202명이 참여했습니다.
열린교실은 토요베트남학교 아동들이 부모님과 함께 한국과 베트남을 알아가는 날입니다. 이는 아이들이 베트남어와 두 나라의 문화를 단순히 지식으로 배우는 것을 넘어 엄마 나라와 아빠 나라로, 곧 ‘우리 나라’로 받아들이고 진정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입니다.
엄마 아빠에게 듣는 베트남과 한국 이야기
열린교실의 첫 번째 시간은 두 나라의 지리와 함께 문화적 특성을 배우는 시간. 엄마, 아빠들은 자녀를 기특하게 바라보는 것도 잠시, 엄마 나라와 아빠 나라를 배우는 아이들처럼 남편과 아내의 나라를 배우려는 의지로 수업에 임했습니다.
이어진 퀴즈 시간. 베트남의 수도에서부터 발효생선을 이용한 국물냄비 요리 ‘로우 마암’까지 베트남의 다양한 얼굴을 묻는 문제가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토요베트남학교에서 배운 것을 엄마 아빠 앞에서 뽐낼 수 있어 답을 외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우렁찼습니다. 베트남에 대해서라면 누구 못지않게 해박한 엄마들의 손도 번쩍 올라갔습니다.
사진/ 자신이 살았던 베트남의 항구 도시 하이퐁을 소개하는 김강민 군의 어머니 딩티라미 씨
(오른쪽에서 두 번째). 하나키즈오브아시아 토요베트남학교에서는 1년에 두 차례 ‘열린 교실’을
열어 베트남 다문화가정 아동들이 부모님과 함께 한국과 베트남을 배우는 기회를 만듭니다.
앞선 수업과 퀴즈가 엄마 아빠와 함께 배우는 시간이었다면 열린교실 특강은 엄마, 아빠가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날 엄마 아빠는 각자의 고향 이야기를 준비해왔습니다.
김민지 양의 아버지 김태수 씨는 옛 시골 마을 이야기로 아이들의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내가 자란 곳은 충청북도 음성이라는 곳이야. 시골이어서 대부분 농사를 지으며 살았단다. 그래서 저수지도 3곳이나 있었고. 내가 어렸을 적에는 특히 담배를 많이 키웠어. 너희가 아는 반기문 총장도 음성에서 자랐단다.”
김강민 군의 어머니 딩티라미 씨도 고향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내가 태어난 곳은 베트남의 하이퐁이라는 도시야. 옛날부터 항구 도시로 유명한 곳이고 지금도 베트남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큰 도시지. 우리 친구들이 잘 아는 하노이에서 멀지 않아. 이곳 쌀국수는 정말 맛있고 바다도 아주 멋있어. 맛있는 해산물도 많이 먹을 수 있지. 한국의 부산과도 비슷하지 않니?”
아직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아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은 원은지 씨도 특강에 나섰습니다. 아들 이온수 군은 그런 어머니 곁을 지키며 밝은 미소로 응원했습니다. 아이들도 정성을 다해 설명하는 친구 어머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바다 건너 베트남을 머리 속에 떠올려보는 듯했습니다.
우리 손으로 만드는 국가 소개 지도
오후에 들어서서는 엄마 아빠와 아이들이 베트남 팀과 한국 팀으로 팀을 나누었습니다. 각 팀은 오늘 열린수업을 비롯해 그 동안 토요베트남학교에서 배운 베트남과 한국의 문화를 바탕으로 두 나라의 지도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사진/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지도를 꾸미고 있는 아동들. 한국과 베트남 팀으로 나뉜 아동들은
직접 두 나라의 상징을 만들고 소개하면서 엄마 나라와 아빠 나라에 한 걸음 다가섰습니다.
한국 팀은 재빠르게 역할을 나누고 해녀와 김연아, 첨성대, 비빔밥 등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베트남 팀도 뒤지지 않고 각종 과일과 쌀국수, 월남쌈, 베트남국기와 계단식 논, 하롱베이식 배, 비행기 등을 선보였습니다. 엄마와 함께 호치민에 다녀왔던 온수는 “호치민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라며 자신 있는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지도를 완성한 아이들은 서로의 작품을 살펴보았습니다. 다른 팀 친구들에게 자신이 만든 작품을 통해 베트남과 한국을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낯선 친구 어머니와 아버지 앞에서 설명하려니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왜, 문화 수업 때 배웠던 그것’이라며 옆에서 거들어주는 선생님과 친구들 덕에 모두 발표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열린 교실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올망졸망 만들었던 작품을 손에 들고 엄마 아빠와 집으로 향하는 아이들은 봄날 꽃처럼 밝았습니다.
사진/ 자신이 만든 베트남 지도와 상징을 이용해서 친구들에게 베트남을 소개하는 아동들.
세이브더칠드런은 하나키즈오브아시아 토요베트남학교를 통해 베트남 다문화가정 아동들이
자신의 배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 글: 하랑섬(다문화팀)
다문화가정 아동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