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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극으로 배워요, 소중한 우리 몸을 지키는 방법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3-05-07 조회수 9769

인형극으로 배워요, 소중한 우리 몸을 지키는 방법
- 인천광역시아동보호전문기관 성학대 예방교육 인형극 참관기

“엄마, 저는 커서 미미랑 결혼할래요.”
“큭, 결혼한대!”
인형극 주인공 똘이의 대사에 아이들은 손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막느라 바빴습니다. 자신이 미미라도 된 양 옆에 앉은 친구의 옷에 얼굴을 가리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난기 가득했던 아이들의 웃음 소리는 이내 잠잠해졌습니다. 이어지는 인형극을 보느라 아이들의 표정이 다시 진지해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17일 인천 먼우금초등학교 강당. 초등학교 1, 2학년 아동들이 세이브더칠드런 산하 인천광역시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준비한 성학대 예방교육 인형극을 관람하고 있었습니다. 성학대 예방교육은 아동이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추고 위험한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게 준비한 교육입니다. 특히 인형극으로 하는 성학대 예방교육은 성을 인식하기 시작하는 6~8세 연령의 아동이 예방교육에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마련되었습니다.


사진/ 성학대 예방교육 인형극을 관람하는 인천 먼우금초등학교 1~2학년 아동들.                            
           인천광역시아동보호전문기관은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아동을 대상으로 성학대에 대처하는 방법을
인형극을 통해 아이들에게 전달합니다.                                                                   

인형극을 통해 배우는 안전한 놀이 약속
미미와 결혼하겠다던 주인공 똘이가 다시 미미를 만났습니다. 똘이가 싫다는 미미를 “내가 좋으니까 너도 좋잖아”라며 끌어안자 아이들 사이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습니다.

화가 난 미미가 집에 돌아가고 혼자 남은 똘이에게 동네 형이 다가옵니다. 함께 놀며 친해진 형이 ‘아직 어린애구나, 아니라면 벗어서 보여줘 봐’라며 똘이를 괴롭힙니다. 아이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가득했습니다. 이미 무릎을 딛고 일어나 앉은 아이도 여럿이었습니다.


사진/ 성학대 예방교육 인형극을 관람하는 인천 먼우금초등학교 1~2학년 아동들.                             
          인형극에 집중한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합니다.                                                                     

동네 형에게 성추행을 당한 똘이가 집에 돌아와 ‘이런 일을 당한 걸 알면 엄마가 나를 싫어할 거야’라고 고민하자 어린 관객들도 숨을 죽이고 똘이를 바라보았습니다. 다행히 똘이는 엄마의 다정한 다독임에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진 똘이와 엄마의 대화를 통해 아이들은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일어난 일을 말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도움을 구할 수 있는지 배웁니다. 또 사소하게 보이더라도 똘이처럼 미미의 뜻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 역시 동네 형의 행동처럼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일임을 깨닫습니다.

이야기가 계속 흘러 미미와 화해한 똘이가 잠시 가게에 간 사이, 혼자 남은 미미에게 한 아저씨가 다가섭니다. 병원 놀이를 구실로 미미의 몸을 만지려고 하자 아이들의 몸이 다시 들썩합니다. 여기저기에서 “안 돼!”하는 비명이 들려왔습니다. 조금 전 배운 아동보호전문기관 신고전화 “1577-1391”을 외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한 아이가 “내가 도와줄게”라고 벌떡 일어서는 바람에 깜짝 놀란 선생님이 달려가 아이를 앉히고 인형극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출동으로 인형극이 마무리된 뒤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회복지사 박효진 씨가 무대 앞에 섰습니다. 인형극을 통해 살펴 본 위험한 상황을 다시 짚어보며 이를 예방할 놀이 약속을 아이들과 되새겨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이들은 효진 씨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앞다투어 말했습니다.

“첫째, 말하고 놀기! 놀 때는 어른들께 어디에서 누구와 논다고 알려야 해요.”
“혼자 놀지 않기! 위험한 일이 생기면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혼자 놀지 않아요!”

무대 뒤, 이야기꾼 할머니의 땀과 미소


사진/ 아동 성학대 예방교육 인형극을 펼치고 있는 송을호(왼쪽), 고금순 할머니.                             
           함께 인형극을 진행한 김경해 할머니 외에도 총 6분의 할머니가 인천광역시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17년 째 아이들의 성학대 예방교육과 성교육 자원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박효진 씨가 아이들과 놀이 약속을 되새기는 동안 무대 뒤에서는 주름진 손으로 인형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날 인형들의 손과 발이 되어준 숨은 주인공 고금순, 김경해, 송을호 할머니. 1997년부터 무려 16년 동안 인형극을 진행해 온 베테랑 인형 연기자입니다. 할머니들은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성학대 예방교육을 시작한 2009년 이래 꾸준히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내 나이가 이제 여든 하나예요. 그렇게 안 보이지요? 하하. 아이들을 늘 만나며 기운을 얻어서 그런가 봐요.”
고금순 할머니의 말에 김경해 할머니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아이들이 인형극을 보며 소리를 지를 때면 저도 힘이 솟나요. 이 일을 안 했더라면 집에서 낮잠 자면서 무료하게 지내는 할머니가 되었을 텐데 말이에요.”

할머니들의 역할은 인형 연기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날도 할머니들은 “시간을 조금 조정해서라도 놀이 약속 노래를 같이 부르면 아이들이 더욱 잘 기억하지 않겠어?”라며 의견을 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서로 한창 이야기를 나누는 데 한 아이가 쪼르륵 달려왔습니다. 교실로 돌아가려다 무대 뒤가 궁금해 선생님 몰래 줄을 빠져나온 것이었습니다. 할머니를 본 아이는 잠시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안녕하세요? 오늘 인형극 재미있었어요.”라며 꾸벅 인사를 하고 다시 친구들 사이로 뛰어갔습니다. 손주 뻘 되는 아이의 우렁찬 인사에 할머니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올랐습니다.

“아동의 눈높이에 맞춘 성학대 예방교육, 다시 찾을 만큼 인기가 좋아요”
-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 성학대 예방교육 담당자 박효진 씨

“우리 친구들, 엄마 친구라는 아저씨가 웃으면서 ‘000 로봇 장난감을 사줄 테니 같이 가자’라고 해요. 그때 친구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박효진 씨의 질문이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정답은 알지만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꽤 여럿입니다. 인기 캐릭터 장난감과 특별한 날에만 먹는 맛있는 간식 등 어른의 눈에서는 별것 아니지만 아이들은 꼭 갖고 싶어하는 것을 용케 집어내는 효진 씨 때문입니다. 아동 성학대 예방교육은 그 내용만큼 아이의 눈높이를 고려하는 교육 방법도 중요하다고 믿는 박효진 씨를 만나 보았습니다.

Q. 성학대 예방교육 인형극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고 계시는데요, 이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크게 두 가지예요. 하나는 아동이 성학대 상황과 대처 방법을 익혀서 성학대를 예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혹시 그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아동이 죄책감을 가지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데 두려워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지요.

Q. 예방교육 방법으로 인형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딱딱한 교육 방식은 아동들이 성학대 예방을 ‘자신과 거리가 먼 이야기’로 생각하게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아동이 관심을 갖고 집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인형극을 선택했지요. 아이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교육 방식은 진정으로 아동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인형극을 개발할 때도 아동이 마음을 쉽게 열 수 있도록 익숙한 동화나 상황을 각색해요. 대사도 쉬운 단어로 쓰고 극의 길이도 아동이 집중할 수 있는 20분 내외로 잡지요.

Q.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이루어지는 성학대 예방교육은 얼마나 자주 있나요? 또 교육을 받는 아동은 몇 명이나 되나요?
보통 일주일에 10회 정도 성학대 예방교육을 해요. 인천광역시아동보호전문기관 안에 있는 아동권리교육센터에서는 1회 30명씩, 하루에 2회까지 진행하고, 오늘처럼 초등학교를 방문하는 경우 많게는 200명까지 교육을 받아요.

Q. 성학대 예방교육을 받은 학교나 어린이집의 반응은 어떤가요?
성학대 예방교육에 참여하는 곳의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눈높이 맞아 좋다’라는 평을 많이 해주세요. 저희 교육센터를 방문하는 기관 중 절반 이상은 예전에 한 번 이상 왔던 곳일 만큼 다시 찾는 기관도 많고요. 교육 덕분인지 한 번은 아이가 스스로 학대 신고를 하면서 ‘유치원에서 아동학대 신고전화 1577-1391을 들어봤다’고 말하더라고요.

Q. 교육이 힘을 발휘한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 어떤 순간이 예방교육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던 가요?
얼마 전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이 아동권리교육센터를 찾아와 성학대 예방교육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때는 동화를 각색해서 주인공이 성학대 상황에 놓이는 이야기를 활용했어요. 그 동화를 함께 읽으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누구의 잘못일까?’라고 물었는데 어떤 아이가 ‘그 아이 잘못 아니에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성학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진 아이들이 아직 많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면서도 ‘우리가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학대가 일어나지 않게 막는 일뿐 아니라 아이들이 성에 대해 올바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끄는 것 또한 우리의 일이니까요.

- 글·사진: 고우현(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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