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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울타리도 때로는 지지대가 필요하다 - 생계 지원 프로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3-08-09 조회수 7380

가족이란 울타리도 때로는 지지대가 필요하다
- 세이브더칠드런의 생계 지원 프로그램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름 그대로 아동을 위해 일하는 NGO인데요, 때로는 아동이 아닌 어른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바로 아동의 부모나 보호자 등 아동을 보호하는 가족이나 이웃을 지원하는 경우입니다. 아동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라려면 아동만큼 가족과 지역사회가 든든하게 뿌리를 내리는 것 역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심각한 아동 학대 등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아동은 친가정에서 자라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빈곤이나 고립 등 부모와 가족이 너무 큰 짐을 지고 있을 때는 아동이 필요한 관심이나 지지, 때로는 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것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아동권리협약에서도 “부모나 보호자가 아동을 제대로 양육할 수 있어야 하며 필요할 경우 이들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잘 자라지 않던 아이, 잘 먹으니 쑥쑥 크더라고요”
“저는 친부모에게 버림을 받았어요. 이 아이도 제가 그랬듯이 ‘부모가 나를 버렸다’라는 생각에 좌절할 거라 생각하니 아이를 보낼 수 없었어요. 비록 사는 것이 죽을 것 같이 힘들더라도 같이 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원치 않게 미혼 한부모가 된 주현(가명, 29) 씨는 기나긴 고민 끝에 아들 지욱이(가명, 5)를 입양 보내지 않고 혼자 키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현 씨가 이야기한 ‘죽을 것 같이 힘든’ 삶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냉장고도, 방도 텅텅 비어있기가 일쑤였고 지욱이는 아주 어릴 때 입던 옷이 꽉 끼어도 억지로 입어야 했습니다.

그러던 지욱이 가족의 숨통을 틔워준 것은 세이브더칠드런의 미혼 한부모 가정 지원 사업 ‘희망마루’였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산하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이 사업은 자립하고자 하는 미혼 한부모에게 양육비와 아동 발달을 위한 장난감과 도서, 가족 여행, 자조 모임 등을 지원합니다.

“무엇보다 먹고 입는 것이 해결되었어요. 덕분에 ‘아이가 많이 컸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요. 예전에는 누가 ‘지욱이 많이 컸니?’라고 물어도 시원스레 대답해 본 적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아이가 잘 먹다 보니 쑥쑥 크더라고요.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게 참 신기해요.”

훌쩍 자란 것은 지욱이만이 아니었습니다. 늘 쪼그려있던 엄마 주현 씨의 마음도 넓어졌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쏟아내던 스트레스가 없어졌어요. 예전에는 아이가 조금만 칭얼대도 짜증이 났어요. 해주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것도 짜증이 났고 아이에게 화도 많이 냈고요. 그런 제 자신을 보면 또 답답하고 화가 나고. 이런 일이 반복에 반복되니 하루 종일 화가 나 있었어요. 지금요? 전혀요. 그럴 일이 없어요!”

주현 씨는 가정을 꾸리기 위해 간호조무사 자격증도 취득했지만 ‘아이를 혼자 키우면 아이가 아플 때마다 자리를 비울 거냐’, ‘아이는 왜 혼자 키우냐?’ 등을 묻는 면접 때마다 사회의 높은 벽을 절감해야 했습니다. 수 차례 면접 끝에 다행히 최근 한 병원에서 일하게 된 주현 씨는 이제 한부모 가정이 함께 생활하는 모자공동생활 시설에서 독립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주말이면 아이와 함께 요리와 설거지를 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주현 씨의 꿈은 지욱이가 좀더 자랐을 때 함께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그림/ 주현 씨가 세이브더칠드런 앞으로 보내온 감사 편지.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에 열심히 일할 기운이 나요”


사진/ 막내 아들 베르하누(4)의 손을 잡고 집을 향하는 아얄(45) 씨. 아얄 씨는 세이브더칠드런의        
소득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자녀들을 먹이고 공부시킬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합니다.    

주현 씨를 만난 서울에서 지구 반바퀴를 돌아 에티오피아 암하라 주. 2007년부터 세이브더칠드런의 소득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온 여섯 아들의 아버지 아얄 씨가 살고 있습니다. 그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 건물이나 보건소 건물을 보수하고 마을의 담수 시설을 세우는 등 마을 공공 근로를 하고 일의 대가로 식량뿐 아니라 양봉 기구와 기술을 지원받았습니다. 가축을 구매할 수 있도록 소액 대출도 받았습니다. 덕분에 아얄 씨 가족의 모습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정말 가난해서 가족이 먹을 음식이 부족했어요. 아이들도 일을 해야 하니 학교를 빠지는 날도 많았고요. 그러니 아이들의 성적도 좋지 않았죠. 손으로만 일군 곡식으로는 일년을 버틸 수가 없었어요. 먹고 살려면 남들에게 손을 벌려야 했지요.”

이제 아얄 씨에게는 소 두 마리와 염소 네 마리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소와 염소가 주는 신선한 우유를 마시고 아얄 씨는 소를 몰아 더 많은 밭을 갑니다. 자급자족이 가능할 만큼 살림살이가 나아지면서 학교에 빠짐없이 나가게 된 아이들의 학교 성적도 좋아졌습니다. 세 아들은 이웃 도시의 중등학교로 진학도 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아얄 씨는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충분히 먹고 학교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쁩니다. 우리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받아 멋진 시민으로 자랄 거라 생각하니 열심히 일할 기운이 나요. 우리 가족의 삶을 바꾸어준 모든 후원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얄 씨네 아이들과 지욱이의 이야기에서 보듯 아동의 부모와 가족이 최소한의 안정을 찾을 때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랄 수 있고 부모로부터 따뜻한 지지를 받을 수도, 마음 놓고 공부할 수도 있습니다. 웃음꽃이 피는 식탁, 가끔은 가족과 손잡고 나서는 나들이,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한 번쯤 부모님이 사주는 선물. 어느 곳에서 태어났든 어떤 부모에게서 자랐든 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행복이 아닐까요?

_ 글: 고우현(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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