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 대거 유입 - 이라크 국경에서의 하루 |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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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3-08-21 조회수 8886 |
투 제이콥슨(Tue Jakobsen) 어디를 둘러보아도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울고 있는 아이들도 있고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자고 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자신의 키만한 짐을 지고 가는 아이도 있고 하루 종일 걷느라 지쳐 길가에 앉아 쉬고 있는 아이도 있습니다.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압도되어 공허한 눈빛을 한 채 주저앉아 있는 아이도 보입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시리아와 접하고 있는 이라크의 국경 지대 페쉬카보르(Peshkhabour) 입니다. 이달 15일, 시리아 북동부에서 고조된 폭력 사태를 피해 온 시리아 난민들을 위해 이곳 국경이 개방되었으며, 이후로 하루에도 수천 명의 난민들이 국경을 넘어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미 직통 버스를 이용해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아르빌 주(州)의 주도 에르빌(Erbil)의 긴급 수송 구역으로 이동하였지만, 아직도 수천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이곳에 대기 중입니다. 시리아에서는 수천 명에 달하는 유민이 자국을 탈출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난민 등록 구역은 혼돈에 빠져 있습니다. 국경인 티그리스 강을 가로질러 물밀 듯이 밀려드는 난민들을 태우기 위해 버스와 트럭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주위로는 빈 물병과 쓰레기가 널려 있고 폭염에 숨 쉬기도 쉽지 않습니다. 오후가 되면 목이 바짝바짝 마르고 갈증은 초 단위로 찾아옵니다. 여성과 어린이, 노인이 대부분인 난민들은 평범한 옷차림을 하고 있지만 어깨에는 짐이 한 가득 짊어지고 있습니다. 가져올 수 있는 짐은 모두 챙겨 온 것입니다. 이들 모두는 평범한 일상과 직업, 친구, 집을 등지고 살던 마을을 떠나왔습니다.
오늘 세이브더칠드런 직원들은 초만원인 난민 도착 구역이 대형 쓰레기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쓰레기통을 가지고 현장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지친 가족들이 난민 등록센터의 오랜 대기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플라스틱 의자도 나눠주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수일 내 수천 리터의 식수도 지원할 예정입니다.
지원품을 가득 실은 트럭을 몰고 난민 도착 구역까지 가면서 제 머릿속에는 수 많은 이미지들이 아로새겨졌습니다. 길 가에서 갓난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던 젊은 엄마. 짐 꾸러미 옆 방수포 위에서 울고 있던 두 아이. 얼마 안 되는 그늘을 찾아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가족들. 그리고 하루 종일 걷기에는 너무 어리지만 그렇다고 안고 가기에는 너무 무거운 아이들을 데리고 난민 등록센터로 향하는 부모들의 지친 얼굴.
트럭에서 지원 물품을 내려놓은 뒤 사람들 사이를 뚫고 난민 등록 구역을 떠나오면서 국경 지대를 마지막으로 바라 봤습니다. 벌써 일곱 시가 다 됐지만 도로는 여전히 국경을 넘어오는 가족들로 붐볐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내일 또 몇 천명의 난민이 국경을 넘어올 지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다만 국경을 넘어오더라도 그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합니다. 시리아와 같은 긴급구호 상황에서 고통받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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