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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시리아 내전 3년, 요르단 자타리 난민캠프를 가다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3-10-28 조회수 8072

이튿날 오전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세이브더칠드런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식량보급 창고입니다. 이 곳에서는 아침 6시면 빵을 나눠주기 시작해 매일 11만 여 명에게 28t의 빵을 배급합니다. 한 달에 두 번씩은 쌀이나 비스킷, 대추야자와 같은 부식도 배급하는 이 곳은 구호 요원에 대한 공격이나 식량 창고 약탈 등 소요사태가 발생하기도 하는 난민촌 내 가장 위험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사진 / 난민촌 내 빵과 식량 배급 장면                                                                                       

매일 길게 줄을 서야 하는 난민들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햇빛을 가려줄 대형 천막을 치고 의자를 놓아 앉아서 기다릴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식량 바우처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이 곳도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일률적으로 주어지는 배급품과 달리 식량 바우처를 통해 난민촌 내 식료품 가게에서 통조림이나 향신료, 국수 등 필요한 음식을 골라 사먹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식료품 가게에서 만난 파라 씨는 “식량 바우처를 받은 이후부터는 그나마 먹고 싶었던 음식을 구할 수 있게 되었어요. 한창 잘 먹어야 하는 아이들에게 가끔 통조림 고기라도 먹일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지요.”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 난민촌 내 식료품점에 진열된 통조림과 식료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식량 바우처                       

자타리 난민촌이 들어선지도 2년째로 장기화되면서 이 곳도 어느덧 15만 명의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나가는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이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난민들도 시리아 땅에서의 참혹한 전쟁의 기억을 잊고 잃어버린 삶을 되찾기 위해 치열한 투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곧 닥칠 겨울의 혹한과 언제 끊길지 모르는 국제사회의 지원은 겨우 일상을 되찾고 있는 난민들의 삶을 다시 위협하고 있습니다. 오랜 난민 생활로 지쳐가는 사람들은 바닥의 냉기를 막을 얇은 매트리스 한 장, 차가운 컨테이너 박스와 얼마 없는 얇은 옷가지로 또 한 번의 겨울을 나야 합니다.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고 난민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시리아 난민 지원을 위해 필요한 43억 9,100만 달러 중 국제 사회에서 모인 후원금은 23억 5,600 달러로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입니다.

자타리 난민촌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의 데이비드 하셀 씨는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시리아 아이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며 “어른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아이들이 겪는 고통이 얼마나 가혹한지, 그리고 이 고통이 얼마나 계속될지 제발 잊지 말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가장 하고 싶지 않은 말은 창고에 더 이상 식량이 남지 않았다는 말”
- 세이브더칠드런 요르단 사업장 총괄 디렉터 사바 모바슬랏

자타리 난민캠프를 비롯해 세이브더칠드런 요르단 사업장을 총괄하고 있는 사바 모바슬랏 씨는 난민촌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마을에서 세를 얻어 생활하고 있는 난민들, 국경 근처를 떠돌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잔혹한 고통을 겪고 있는 시리아 국민들에 대한 한국 후원자들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습니다.

1)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에 대한 최근의 유엔 결의안 채택 이후로도 난민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나요?
네. 난민 수도 계속 늘고 있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화학무기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는데도 국제사회는 유엔 결의안 채택 외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어요. 시리아 내에서는 여전히 아이들을 포함해 수 많은 시민들이 죽고 있고 학교도 계속해서 파괴되고 있고요. 너무나 비윤리적이고 슬픈 일입니다. 그나마 한가지 다행인 것은 화학무기 공격으로 더 이상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긋고 그 이상은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것이에요.

2) 시리아 내 상황은 어떤가요?
시리아 내 접근이 워낙 통제돼 있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어요. 다만 아직 국경을 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국경지대에서 위태로운 생활을 하고 있죠. 인접국에 정착한 사람들은 구호단체 등을 통해 지원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국경지대를 떠돌고 있는 사람들은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거든요. 얼마 전 국경 지대를 방문했을 때 갓 태어난 아이를 안고 있는 한 여성을 만났어요. 불과 며칠 전에 나무 아래에서 남편의 도움으로 출산을 하고 그대로 방치돼 있었던 건데 인근의 병원으로 옮겨주는 거 말고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어요.

3) 요르단 내 난민 중 많은 수가 난민촌이 아닌 마을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요르단 내 전체 난민 52만 여 명 중 4분의 3 정도는 마을에서 짓다 만 건물이나 버려진 공장 등에서 세를 얻어서 생활하고 있어요.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마을 곳곳에 흩어져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일일이 찾아서 음식을 제공하거나 학교를 보내는 등 지원이 힘들다는 것이에요. 때문에 매달 내야 하는 집값이나 음식, 생필품 등 난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심각하죠.
최근에는 시리아 난민들과 요르단 사람들과의 마찰도 불거지고 있어요. 요르단도 실업률이 높은데 시리아 사람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일자리는 줄고 물가도 오르고 있거든요. 그래서 세이브더칠드런에서는 이들 난민들로 인한 짐을 마을 단위에서만 질 것이 아니라 요르단 정부,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같이 나눠져야 한다는 옹호 활동을 벌이고 있지요.

3) 자타리 캠프 내 상황은 어떤가요? 특히 치안 상황이 궁금합니다.
여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요. 그런데 오히려 범죄에 희생당한 아이가 죄책감을 느끼는 이 곳 문화의 영향으로 아무도 공개적으로 보고를 하지 않아요. 분명히 사건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저희가 파악할 방법은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에 대한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있어요.

4) 난민캠프 내 식량배급 프로그램이 매우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도 더 보완이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요?
지난 겨울 난민캠프로 향하던 중 식량배급소에서 일하던 저희 직원 전원이 난민들로부터 공격을 당했다는 보고를 받았어요.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이후로도 그런 소요사태가 몇 번 있었지요. 공격을 한 난민들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경험을 통해서 저희도 난민들로부터 많이 배우고요. 자타리 캠프에서 식량 배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고 일하고 있어요.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문제가 없지는 않지요. 난민들 중에는 당뇨가 있는 사람, 고혈압이 있는 사람도 있고 신생아도 있는데 개인의 특수한 상황이 고려되지 않고 일괄적으로 음식으로 배분되지요. 이런 문제들이 개선되어야만 해요. 원하는 음식을 직접 살 수 있는 식량 바우처 프로그램 등이 개선 방법의 일환으로 나온 것들이지요.
또 다른 문제는 지금은 저장고에 식량이 비축돼 있지만 당장 이번 주, 이번 달에 쓸 양이지 다음달에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거예요. 난민들에게 정말 하고 싶지 않은 말이 딱 한 가지 있다면 ‘더 이상 음식을 나눠드릴 수 없습니다. 창고에 더 이상 남은 음식이 없거든요’라는 말이에요. 당장은 별 문제 없이 굴러가고 있지만 그때그때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구호품을 마련하기 때문에 이런 불안감을 항상 안고 있지요.

5) 난민촌에서 운영하는 아동친화공간이나 학습센터 등은 식량배급보다 덜 시급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런 공간들을 운영하는 이유가 있나요?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이 배고프고 굶주린 모습은 차마 보지 못하지만 아이들이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괴로워하고 자기가 왜 사는지도 모른 채 힘겨워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어요. 당장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 아이들은 언젠가는 시리아로 돌아가야 해요. 이 아이들이 배운 것이 폭력뿐이라면 결국 시리아로 돌아가서도 다시 폭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결국 시리아의 미래도 없게 되겠지요. 그나마 아동친화공간 같은 곳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아픔을 나누는 것 만으로도 아이들의 미래를 찾아주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6) 마지막으로 한국 후원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시리아 전쟁과 같은 잔혹한 일이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한국과 시리아는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있지만 결국 같은 인간이고 모두 인류애를 가진 사람들이잖아요. 시리아 사태와 같은 비인간적인 일에 분노하고 이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글: 박영의(미디어팀)/사진: 김지연(미디어팀)/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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