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소규모학교 통학환경 토론회 후기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향하던 학교. 등굣길은 책가방을 매고 올망졸망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 아이들로 북적이고 생기가 넘쳤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즐거워야 할 길이 너무나 멀고 위험하게 느껴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농어촌지역 작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국회의원 김춘진, 김윤덕 의원실과 함께 12월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농어촌 소규모학교 통학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사진/지난 12일 열린 토론회는 농어촌 소규모학교 통학환경과 관련된 당사자들이 한데 모인 최초의
자리였습니다.
이에 앞서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통학환경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이번 조사는 전국 6,066개 초등학교 전체의 통학버스 유무는 물론, 이에 따른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아이들의 통학 안전 및 교육 접근성, 교육 활동의 다양성 등 교육환경 실태를 파악한 국내 최초의 조사였습니다.
아동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교육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은 전국 304개 농어촌 소규모 학교(학생 수 60명 이하) 1만 511명.(2012년 기준) 이 아이들은 오늘도 부모님의 차를 타거나 한번 놓치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버스를 타고, 심지어 트럭이 쌩쌩 달리는 도로를 걸어서 학교에 가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이번 조사는 이런 아이들이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를 되찾도록 도와주기 위해 힘차게 뜬 첫 삽일 텐데요, 이날 토론회는 이 문제와 관련된 여러 당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 해결에 대한 뜻과 의지를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먼저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 김은정 팀장의 조사결과 발표 후 제주도의회 현우범 의원과 전라북도 교육청 이승일 행정과장의 지역 현황 발표가 있었습니다. 현재 제주도는 지난 9월부터 농어촌지역 고등학생들에게 지방비로 통학에 드는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지방 자체 예산으로 학생들에게 실제 교통비를 지원하는 최초의 사례라고 합니다.
전라북도는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통학 환경개선을 위해 꾸준한 노력과 다양한 시도를 펼쳐왔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전북 교육청 직영 차량과 전세차량을 합쳐 331대의 통학버스 및 37대의 택시를 합쳐 모두 368대의 차량으로 초등학생들의 통학을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등굣길이 편하고 안전해지니 2008년까지 학생수가 점점 감소하던 전북 지역이 현재는 2012년에만 142명이 새로 전학을 올 정도로 학생이 늘고 있다고 하네요. 통학환경이 달라진다는 것. 이만큼 커다란 의미를 담고 있는 변화인 것 같습니다.
사진/전라북도의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통학환경 관련 현황과 정책을 설명하는 전북 교육청 이승일 과장.
꾸준한 지원과 다양한 자원이 제공된 전북의 사례는 다른 지자체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이어 교육부 학생복지정책과 김홍오 사무관과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송환웅 부회장, 임실 기림초등학교 양성호 선생님, 전남 영광 묘량중앙초등학교 성향숙 교감선생님과 춘천 당림 초등학교 학부모 김애경 님의 토론이 있었습니다. 멀리서 발걸음 해 주신 양성호, 성향숙 선생님과 김애경 님은 현재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눈에 그려질 듯 실감나게 전달해주셨는데요, 특히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데만 40분이 걸려 아이를 매일 개인 차량으로 통학시키고 있다는 김애경 님의 이야기는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몇 년 전에는 버스에서 떠든다고 기사가 버스를 정차하고 3학년 남학생의 뺨을 때린 적도 있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중략) 얼마 전에는 교문 밖 학교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에게 술에 취한 아저씨가 다가와 말을 걸다가 건방지게 말한다고 4학년 남자아이를 무릎을 꿇게 한 뒤 뺨을 때리고 발로 차는 등 폭행도 있었다고 합니다.”
사진/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아이들이 매일 겪고 있는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해 준 학부모 김애경 님
(사진 좌측). 열악한 통학환경을 감내하고 있는 1만 511명 모든 초등학생 학부모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신 듯 했습니다.
기림초등학교 양성호 선생님 또한 열악한 통학환경으로 발생되는 안전상의 문제를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스쿨폴리스(학교전담경찰관) 제도를 아이들의 통학과 연계하는 아이디어를 내셨는데요, 아동의 교육권은 아동의 안전과도 직결된다는 것을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교육부 김홍오 사무관은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와 아이디어들을 바탕으로 시도 간 통학환경 차를 좁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김춘진 의원실에서도 법안 발의 등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기로 하셨는데요, 이제부터가 시작인 것 같습니다.
사진/(좌측부터) 김홍오 사무관, 송환웅 부회장, 양성호 선생님. 정부, 학부모, 교사 모두 정부와 지자체,
지역자원이 함께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통학환경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습니다.
서로 입장은 조금씩 다르지만 아이들이 가장 안전하고 빠르고 즐겁게 학교를 다녔으면 하는 마음은 같습니다. 처음 함께 머리를 맞댄 자리. 아직은 좀 어색하고 더딘 것 같지만 서로의 마음과 처지를 듣고 이해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농어촌 소규모 학교 아이들이 교육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꾸준한 노력과 관심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함께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세요!
글 : 신은정(미디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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