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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잃은 아픔을 나누는 노숙인의 따뜻한 후원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4-01-24 조회수 6814

필리핀 긴급구호에 참여한 노숙인 후원자들

“노숙인들이 필리핀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아이들을 위해 돈을 모았습니다”
지난 해 말 세이브더칠드런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전화를 한 곳은 서울 신공덕동의 산마루교회. 이곳 전도사 이동선 씨는 후원금을 직접 전달하고 싶다며 세이브더칠드런을 찾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후원금 13만 1,130원에 담긴 특별한 사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 지난 2013년 12월 26일, 세이브더칠드런은 약 80 명의 노숙인 후원자들이 모은 후원금을 전달받았습니다.
산마루 교회 전도사 이동선 씨(왼쪽)와 김병기 씨(오른쪽)와 후원관리팀 조인선 대리         

귀하디 귀한 13만 1,130원
산마루교회는 서울역과 가까워 노숙인들이 자연스럽게 찾는 곳입니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7년 전부터 일요일 아침이면 노숙인들과 함께 예배를 하고 식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던 지난 11월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하자 이곳의 이주연 목사는 노숙인들이 모인 가운데 ‘우리도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지만 갑작스럽게 재해를 입은 필리핀 사람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탰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에 노숙인 약 80 명이 주축이 되어 십시일반 모은 후원금이 13만 1,130원.

“저희도 많이 놀랐습니다. 별로 크지 않은 돈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 분들에게는 자기 호주머니를 나누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이동선 씨가 ‘소중한 돈’임을 재차 강조하며 말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노숙인이 자활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벌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40만 원이 조금 넘습니다. 여기에 참여하지 않고 길에서 돈을 얻는 경우에는 하루 5,000원 정도를 손에 쥘 수 있다고 합니다.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는 경우도 있지만 거주지나 연락처가 명확하지 않은 노숙인이 일자리를 얻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귀한 후원금이다 보니 모아놓고도 어디에 전달해야 할지 한 달 가까이 고민했다고 합니다. 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재해 현장에서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어린이’였고 그래서 이날 후원금을 들고 세이브더칠드런을 찾았던 것입니다.

몇 주 간에 걸친 조심스러운 연락 끝에 후원에 참여한 정목환(가명, 62) 씨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후원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자연 재해가 일어나면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은 어린이들입니다. 어려운 생활이지만 나만을 위해 살기보다 작은 것이라도 이웃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즐겁게 후원했습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품길”


     사진/ 태풍 하이옌으로 피해를 입은 몽포르트 씨가 아들 크리스티앙(2)을 안고 마을을 돌아보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태풍 하이옌이 덮치고 2주 뒤, 필리핀의 현지 직원 에드윈 호르카 씨는 타클로반을 ‘절망의 도시’라고 표현했습니다. 적당한 안식처나 음식, 마실 물이 부족해서 여기 저기에서 약탈이 일어났고 아이들은 얼마 남지 않은 세간을 지키기 위해 몸을 웅크렸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아이들에게 목환 씨는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힘들고 고통스러우며 앞길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절망 속에서도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희망을 품고 견디면 더 나은 내일이 틀림없이 올 것입니다.”

-글: 고우현(미디어팀)

관련 글 보기
▶ 절망의 도시, 필리핀 타클로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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