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이버를 말한다(하)
- 영세이버로 태어나서 영세이버로 자라는 길
세이브더칠드런의 대학생 아동권리 옹호 서포터즈 영세이버 5기의 면접이 끝난 지난 1월 23일, 면접관이자 영세이버, 권리옹호부 국내옹호팀의 구성원인 유희정 씨와 인턴 이수현 씨를 만났습니다. ‘영세이버를 말한다(상)’에서 영세이버의 의미와 매력, 인기 비결을 밝힌 두 사람은 얼마 전 있었던 면접의 뒷이야기에서부터 활약에 비해 알려지지 않았던 영세이버의 좌충우돌까지 영세이버의 민낯을 속속들이 밝혔습니다.
영세이버를 말한 영세이버
유희정(26) 이수현(23) 세이브더칠드런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 권리옹호부 국내옹호팀 국내옹호팀 인턴
3기 영세이버, 4기 영세이버, 前 국내옹호팀 인턴 글쓰기•미디어팀 기장 |
선발 기준? 영세이버로 함께 활동하고 싶은 사람!
사진/ 권리옹호부 국내옹호팀 유희정 씨의 업무 수첩. 영세이버 3기 출신이면서 영세이버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희정 씨 수첩에는 영세이버 활동과 관련된 메모가 빼곡합니다.
Q. 엊그제 영세이버 5기 선발 면접이 끝났잖아요. 소감이 어떤가요?
유: 선배로서는 기분이 참 좋았어요. 찾아와서 면접을 볼 충분한 가치가 있는 활동임을 아니까요. 동시에 실무자 입장으로서는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지원자가 많아서 힘들다는 소리가 아니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영세이버에 관심을 갖고 또 저마다 기대를 하고 온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그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거든요. 한편으로는 지원한 친구들의 그 반짝이는 열정을 보면서 저의 초심도 되돌아보았어요.
이: 저는 바로 한 기 앞선 선배이잖아요. 그래서 이 친구들이 저희 때보다 더 잘했으면 좋겠어요. 발대식 때 다시 만나면 우리가 했던 일, 저질렀던 실수 등을 많이 전해주고 싶어요. 저희도 처음에 3기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Q. 면접을 보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없었나요? 내년 지원자들이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점은요?
이: 아쉬웠던 건 지원자들이 지난해 4기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이야기하고 그 안에 우리가 담고자 했던 메시지에는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았어요.
유: 그건 4기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메시지에 관심을 기울인 사람만 4기로 뽑아서 수현 씨가 몰랐던 거지. 그렇지만 맞는 말이에요. 영세이버가 꼭 되고 싶다고 말하면서 영세이버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 왜 그런 활동을 했는지 잘 모르고 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지난 영세이버 활동 중에 어떤 것이 가장 인상 깊었는가?’는 거의 빠지지 않는 질문이니 면접에 오기 전에 영세이버의 지난 활동을 꼼꼼히 살펴보면 좋겠어요.
사진/ 지난 11월 아프리카 여아 교육 캠페인 스쿨미(School Me)를 진행할 영세이버 4기 박노헌, 김호정,
이수현 씨(왼쪽부터)
Q. 지금은 이렇게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면접을 볼 때는 눈빛이 꽤나 날카로웠어요. 지원자의 어떤 점을 주로 보았나요?
유: 제가 그랬나요? 그러고 보니 제가 지원자일 때도 당시 영세이버 담당 직원보다 영세이버 선배들을 보며 더 긴장했던 것 같아요. ‘나는 너를 꿰뚫어 본다’는 표정이었거든요.
이: 맞아요. 저희 때도 영세이버 3기에게 주눅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희가 영세이버 활동을 하고 나니까 알겠더라고요. 지원자들을 예리하게 살피지만 이 사람이 얼마나 잘난 사람이고 소위 말하는 ‘스펙’이 어떤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영세이버 활동을 잘 할만한 사람인지를 보는 거예요.
유: 우리 수현 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외모도 봐요(웃음). 농담이고요. 이름난 학교를 다닌다고 특별히 우대하지도 않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마음의 눈으로 지원자들에게 우리 영세이버 단체 티셔츠를 입혀봐요. 옷이 어울리는지를 본다는 게 아니라 캠페인 현장에서 이 사람이 어떤 모습일지, 우리 정기 회의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 사람일지를 가늠해보는 것이죠. 그러면서 같이 영세이버로 활동하고 싶은 사람들을 선발해요.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이란 기준이 참 모호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영세이버끼리 모여서 이야기하다 보면 꽤 구체적인 상이 그려지거든요.
이: 맞아요. 저도 지원자를 보면서 ‘이 친구는 우리 4기의 누구랑 비슷하겠는걸?’하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다른 면접관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니 다들 그런 생각을 했더라고요.
토론과 실패로 커가는 영세이버
사진/ 지난 8월 영세이버의 상반기 활동을 평가하는 워크숍을 진행한 유희정 씨.
Q. 지원자들을 보니 아동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은 막연한 경우가 많아 보였어요. 지난 3, 4기 영세이버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은데 1년 동안 활동하면서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유: 영세이버 활동 이전에도 학교 폭력이나 아동학대 등 아동 관련 사건들이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저는 물론이고 영세이버 친구들도요. 이전에도 아동은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느끼고는 있었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막연했다고 하면 지금은 아동 역시 권리의 주체라는 것, 우리에게도 아동의 권리를 실현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러한 사건을 아동권리에 기반해서 보는 것 같아요.
이: 제가 영세이버 면접을 보았을 때 ‘왜 우리가 국내 아이들뿐 아니라 아프리카 아이들도 도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이 질문을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녔는데 다른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깊이 있게 이야기 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게? 왜 그럴까?’로 끝나버리죠.
그런데 집에 가는 지하철 안에서 영세이버들과 이 이야기를 시작했더니 한 시간 넘게 이어졌어요. 헤어질 때 ‘우린 영세이버이니까 이런 이야기로 한 시간씩 말할 수 있는 거야’하면서 서로 흐뭇해했죠. 그만큼 영세이버 활동을 통해 다들 아동권리에 관심을 갖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동권리에 비추어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Q. 영세이버 사이에 의견이 다를 때는 어떻게 하나요?
유: 회의가 안 끝나요!(웃음)
이: 매번 찬반으로 나뉘어져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유: 영세이버 중에 자기 주장이 흐린 친구들이 별로 없어요. 외향적이고 내향적인 것과 별개로 자기 의견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죠. 캠페인을 함께 기획하는데 캠페인으로 전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면 같이 활동할 수 없으니까요.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캠페인 아래 흐르는 철학을 같이 배워나가는 거죠. 초반에는 특히 이런 과정을 오래 거쳐요. 보통 회의 시간이 오후 7시부터 2시간인데 그런 토론이 벌어지는 날에는 11시가 되도록 집에 안 가고 계속 이야기를 해요. 그렇게 해서도 이해가 안 가면 분해서 집에 가는 길에도 계속 메신저로 이야기하고.
이: 저희가 서로 친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처음에서는 서로 조심스러워하면서 자기 의견을 밝히지 않기도 했어요. 그런데 캠페인을 한 번 하고 나니까 ‘내 생각을 말하지 않으면 캠페인에 반영되지 않는다’를 깨닫고 서로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꺼내놓고 말하게 되었어요.
유: 막차 시간 때문에 집에 가면서도 ‘그런데 그건 말이야’ 이러면서 가요.
이: ‘지금 내가 시간이 없어서 다 못 말하는데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 이러면서(웃음).
유: 실무자 입장에서 시간이 지났다고 그런 토론을 중간에 끊을 수는 없어요. 저도 집에 가고 싶은 날이 있고 너무 늦게까지 회의가 길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기도 하지만 그런 열띤 토론은 좋은 현상이니까 오히려 저도 ‘그럼 이런 생각은 어때?’하면서 토론을 일부터 붙여보기도 하죠.
특히 체벌은 찬반이 팽팽한 주제여서 집에 못 갈 뻔 했어요. 캠페인 주제를 정할 때부터 의견 차이를 좁혀나가는 과정이 길었지요. 그렇지만 그 과정을 돌이켜 보면 서로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었고 아동권리가 가리키는 방향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의견을 모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맞아요. 그리고 그런 과정이 가장 재미있어요. 처음 회의를 시작할 때는 의견이 너무 제각각이어서 ‘오늘 집에 갈 수 있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몇 시간씩 다른 의견을 주고 받다가도 어느 지점에서 뜻이 딱 통하면 10분 안에 정리가 끝나요. 그럴 때 희열을 느끼는 친구들도 많고요. 약간 변태 같나요?(웃음)
유: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드는 메시지가 세이브더칠드런 전체의 입장과 약간 결이 다를 때도 있어요. 아동권리를 바탕으로 나온 것이니까 전체적인 맥락은 같지만 조금 더 세부적인 부분에 무게를 둔다든지 표현이 조금 다르다든지. 그렇지만 영세이버가 논의를 통해 만들어낸 메시지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효과와 별개로 이 친구들의 변화를 위해서 존중해주고 있어요.
사진/ 지난 11월 폐렴의 날을 맞이하여 홍익대학교 앞 걷고싶은거리에서 플래시몹을 펼치며 폐렴으로
사망하는 아이들의 현실을 알린 영세이버.
Q. 그런 토론과 논의를 걸쳐서 만든 캠페인이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때도 있었나요?
유: 그럼요. 초반에는 캠페인을 짜본 경험이 없으니까 실제로 가능하지 않은 시나리오를 구성할 때도 있고, 자신들의 아이디어에 취해서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캠페인을 짜올 때도 있어요. 그런 공백을 짚어주는 게 제 역할인 것 같아요. 아이디어 자체를 비판한다기 보다 낯선 시각으로 바라보고 어떤 점이 우려스러운지 이야기해주는 일이요. 저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시민들도 설득할 수 없을 테니까요.
이: 그런 경험을 몇 번하고 난 이후부터는 저희도 쏟아낸 아이디어를 두고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보게 되었어요. 회의록을 프로젝트로 띄워놓고 우리의 의견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이었죠.
유: 때로는 정말 한 아이디어에 불타올라서 안 될 것 같은 시도를 해보겠다고 할 때도 있어요. 제가 영세이버였던 3기 때가 그랬어요. 진흙으로 아이 모형을 만들겠다고. 당시 담당자가 반대했는데도 해보겠다고 주장했죠.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말하기 부끄러운데 정말 난장판이었어요. 의미 전달도 안 되고 나중에 인형 머리 부분은 다 떨어지고, 아이들 손에 진흙이 묻으니까 어머니들도 싫어하시고, 장마철 동안 진흙이 뼈대에서 다 떨어지고. 그런 경험을 해보니까 캠페인 현장에서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하는지 배우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영세이버의 기획에 조언을 주면서도 무리가 없는 선에서는 영세이버들이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줘요.
사진/ 지난 해 2월 영세이버 4기 발대식 중 진행된 옹호 기획 교육 시간 중에 영세이버 김기범 씨가
조별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Q. 이제 영세이버 5기도 그런 과정을 거치게 되겠네요. 5기의 첫 공식 활동은 발대식이라고 들었어요. 어떤 자리로 준비하고 있나요?
유: 일단 발대식은 서울과 부산, 전북 지역에서 활동하는 영세이버가 한 자리에 모이는 흔치 않은 자리예요. 함께 모여서 영세이버 활동에 필요한 기초를 함께 쌓아가는 것이 발대식의 가장 큰 의미인 것 같아요. 그런 점에 걸맞게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도 이루어질 예정이고요.
이: 작년에 참여해보니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느꼈어요. 앞장서서 아동권리를 말하는 사람이 될 거니까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기도 했고요.
유: 인권 감수성 교육에서 저희가 중점을 두는 부분은 ‘우리의 편견을 깰 수 있게’ 그리고 ‘즐겁게’ 예요. 같이 모였을 때 이런 활동을 많이 하고 싶어서 올해는 일정도 2박 3일로 늘리고 강연뿐 아니라 친구들끼리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도 마련할 예정이에요.
지식을 전수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함께 배우는 친구들과 결론을 맺을 때까지 토론하고, 때로는 몸으로 부딪혀 실패해보면서 배우는 젊음. 영세이버를 향한 두 사람의 애정은 바로 그러한 젊음을 통해 세상이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을 바꾼다는 믿음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요?
오는 2월 20일 발대식을 기점으로 시작할 영세이버 5기의 빛나는 젊음과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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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고우현(미디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