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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는 다양해졌지만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은 제자리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4-03-20 조회수 12599

‘한국 미디어의 아프리카 재현 방식과 수용자 인식 조사’를 진행한 김춘식 교수 인터뷰

‘아프리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그 이미지는 지난 10여 년간 아프리카에서 국민총생산(GNP)이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중산층이 늘고 있으며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5억 명이 넘는다는 사실과도 관련있나요?
TV, 신문,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우리는 흔히 '아프리카'와 '아프리카 사람들'을 접하지만 그들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을까요?
얼마 전 문제가 된 포천의 ‘아프리카 박물관’ 관계자가 짐바브웨와 부르키나파소 출신 이주 노동자들에게 “아프리카 사람이니까 1달러면 하루 종일 살 수 있지 않느냐” 라고 말한 것은 현재 우리가 아프리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미디어가 아프리카를 어떤 모습으로 다루고 있으며 이것이 사람들의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국 미디어의 아프리카 재현 방식과 수용자 인식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조사의 책임 연구원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김춘식 교수를 만나 보았습니다.


사진/ 세이브더칠드런의 <한국 미디어의 아프리카 재현 방식과 수용자 인식 조사>를 실행한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김춘식 교수.                                            


Q. 우선 연구 과정과 결과를 간단히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A. 주요 신문과 방송에 2012년 9월부터 2013년 8월까지 게재, 방영된 아프리카 관련 뉴스 526건, 광고 17건, 비뉴스 TV프로그램 122건 등을 분석했습니다. 조사 결과 아프리카 관련 방송 뉴스의 절반 이상이 총기 노출과 같은 폭력적 장면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대부분의 뉴스가 내전이나 기근과 같이 갈등적이고 부정적인 '상황 전달'에 치우쳐 있고 문제의 원인이나 해결방안에 대한 분석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모금 광고와 다큐멘터리, 예능 프로그램들은 아프리카인을 대부분 나약하고 피동적인 존재로 묘사하고 개인이나 가족이 겪는 참혹한 불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Q. 초등, 중등, 고등, 대학생 및 일반인으로 구분해서 초점 집단 인터뷰도 진행하셨는데요, 각 집단별로 아프리카를 인식하는 데에 특징이 있나요?
A. 집단에 따라서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없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성인 모두 아프리카 지역이나 지역민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유사합니다. 차이가 없어요. 참 희한한 결과죠. 왜냐하면 연령은 20~30년 차이가 나지만 그 연령 차이만큼 다양성은 관찰되지 않았거든요. 그것은 현재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아프리카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아프리카 현지를 가봤거나 현지 사람들과의 교류가 있었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어요.


            그림 1/초점 집단 인터뷰에서 초등학생이 그린 아프리카의 이미지. 아프리카인을 구정물을 마시고 배가      
        고픈 사람으로 묘사했습니다.                 
                                                                 


Q. 초등학생들에게 아프리카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려보라고 했을 때 대부분 아프거나 힘들어 하는 사람 등을 굉장히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그린다는 내용을 보고 놀랐습니다.

A. 아프리카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접하게 되면 아마 개인마다 그린 그림이 달라져야 되겠죠. 뚜렷한 대상보다는 조금 추상적인 존재를 그려야 할 거고요. 그런데 그림이 매우 구체적이고 그린 사람에 관계없이 이미지가 유사하다는 것은 거의 획일화된 정보를 수용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Q. 초등학생 외에도 인터뷰를 진행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인상 깊었던 대답이 있었나요?
A. 성인 대상 인터뷰로 기억을 하는데요. '아프리카는 문명과 거리가 먼 것으로 알고 있다.’ ‘거기도 아파트가 있느냐, 차가 있느냐.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렇게 이야기를 해요. 결국 아프리카는 미개하다고만 생각하지 도시화나 문명과는 굉장히 거리가 먼 것으로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또 아프리카를 ‘흑인’, ‘굶주림’ 등의 이미지로만 생각하다보니 어떤 분은 지난 2010년 대지진을 겪은 중앙아메리카의 아이티 같은 곳을 아프리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Q. 저도 그렇지만 대부분 아프리카라는 큰 대륙을 하나의 나라처럼 인식하고 있잖아요? 
A. 아프리카는 50개 이상의 국가로 이뤄진 대륙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 안에 있는 국가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해요. 북아프리카 지역은 유럽이나 중동으로 이해를 하고 있고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은 개별 국가가 아닌 하나의 집단, ‘아프리카 대륙’이라는 단일 국가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런 경향이 모든 연령대에서 동일하게 발견되는 이유는 아프리카를 다루는 미디어는 굉장히 다양해졌지만 미디어에 유통되는 정보, 콘텐츠의 다양성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림 2/다른 초등학생이 그린 아프리카인 역시 아랫도리만 걸친 채 배가 고파                   
 울고 있습니다.                                                              


Q. 앞서 집단 간 아프리카 인식에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획일화된 미디어를 접한 초등학생들이 자라면서도 인식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왜곡된 이미지를 더 강하게 갖게 되는 것이군요?

A. 그렇죠. 요즘에는 어린이들도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아프리카 관련 정보를 접하게 될 텐데, 이런 데서 아프리카를 검색했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동영상들을 보면 아프리카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들이 거의 없어요. 미디어는 다양해도 콘텐츠는 굉장히 유사하고, 따라서 한번 가진 이미지가 계속 고착되죠.

Q. 반면, 아프리카 현지와 현지인들을 경험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에는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말씀이 인상적인데요,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A. 탄자니아에서 1년간 생활하고 온 직장인이 있었어요. 아프리카의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상당수가 아프리카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있느냐고 반문했어요. 그런데 이 분은 ‘아프리카에서는 민주주의, 사회주의 같은 개념보다는 나를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게 해주느냐 아니냐의 기준으로 사람을 뽑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실제로는 사회주의적인 성격을 띠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현지를 경험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이러한 차이는 맥락을 이해하느냐 아니냐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아프리카를 묘사의 객체, 대상체로서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 지역에 가게 되면 그들이 주체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되죠. 그리고 사회의 특정 부분이 아닌 전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하게 되죠. 우리도 다른 지역에 가거나 학년이 올라가서 반이 바뀌어도 친해지려면 최소한 몇 개월의 시간이 필요한데 단지 한두 번의 아프리카 관련 미디어를 보고 아프리카 전체를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은 문제가 있죠.

Q. 방송 광고 등을 통해 인도적지원을 홍보하는 단체들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아프리카 지역이 처한 어려움이나 열악함을 부각해야 하는 현실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A.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켜서 감성을 자극하는 접근이 모금에 효과적이라는 점은 분명하죠. 하지만 이런 접근의 한계는 아프리카에 대해 장기적 도움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어떤 아프리카 아이의 참혹한 모습을 보고 감정적으로 모금에 동참할 수는 있지만, 일회성 후원을 넘어 실제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왜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인지 등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구호단체들의 방송 광고를 보면 축 늘어진 채 얼굴에 파리가 붙은 아이들이 나오거나, 곧 죽을 아이니 기억하지 말라는 내레이션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를 접하는 사람들은 이런 불쌍한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을 버거워해요. 굉장히 불편합니다. 협박하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어쩌다 한두 번 봤을 때는 충분히 공감 되는데 매번 똑같은 접근이 이뤄지면 피하게 되죠. 장기적으로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진/ 김춘식 교수는 아프리카에 대한 왜곡되고 획일화된 인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동’과 같이     
아프리카와 우리의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Q. 세이브더칠드런은 후원을 받는 나라들이 단순한 ‘구호의 대상’이 아닌 함께 성장하고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믿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연구는 방송 광고 등을 활용하는 세이브더칠드런의 활동에도 혹시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A. 구호단체들의 경우, 모금액을 많이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철학을 갖고 아동의 문제에 접근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정의와 인권을 어떻게 더 많이 구현할 것인지, 장기적으로 한국과 아프리카의 관계 개선에도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세이브더칠드런은 다른 구호단체보다 훨씬 ‘아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이러한 목소리를 더 많이 내는 것도 필요하겠죠. 사실 세이브더칠드런이 먼저 이러한 프로젝트를 제안해준 것 자체에 놀랐어요. 여타 구호기관과는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Q. 아프리카에 대한 왜곡되고 획일화된 인식은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어떤 시각으로 접근하면 좋을까요?
A. 아프리카와 우리의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아동’에 대한 문제로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보고요. 우리 아이들의 인권과 행복이 중요하듯이 아프리카 아이들의 인권과 행복 역시 중요한 문제죠. 어른의 시각이 아니라 아이의 시각에서 세상을 보고 아이들을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관점이 사회 전반으로 파급돼야 할 것 같아요. 이러한 인식이 공유되어야지만 아프리카 문제에 대해서도 문을 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 신은정(커뮤니케이션부) | 사진: 김지연(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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