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동이 만드는 큰 변화
오늘 4월 7일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세계 보건의 날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1948년 4월 7일 세계보건총회가 처음 열린 것을 기념하며 1950년부터 매년 이날을 세계 보건의 날로 지정하여 세계적인 보건 문제에 관심을 호소해왔습니다. 그러나 세계 보건의 날을 기념한지 64년 째인 올해에도 많은 아이들이 예방할 수 있는 원인, 치료할 수 있는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2012년 한 해 이렇게 사망한 5세 미만 아이들이 660만 명입니다.
물론 그 사이 노력과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990년만 해도 예방이나 치료가 가능한 원인으로 사망하는 5세 미만 아이들은 1260만 명에 달했지만 병원과 현대식 우물을 세우고 의료진을 양성하고 예방접종을 시행하는 등 국제사회의 다양한 노력으로 한 해 사망하는 아이들의 수를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사망률을 낮추고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이 반드시 큰 돈을 들여야만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세계은행이 밝힌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공중 보건 조치 역시 바로 손 씻기와 같이 위생 상태를 개선하는 활동이었습니다. 위생적인 생활을 통해 건강한 삶을 1년 늘이는 데 예상되는 비용은 한 사람 당 3달러로, 현대식 우물이나 상하수도를 만드는 보건 환경 개선 활동(1인 당 11달러)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 필요합니다.
사진/ 에티오피아 웨스트쇼와 지역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이 설치한 현대식 우물에서 깨끗한 물을 길어
손을 씻는 아이. 세계은행은 손 씻기와 같이 위생 상태를 개선하는 일이 가장 효과적인 공중 보건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깨끗한 물이 나오는 곳이어야 몸도 씻을 수 있으니 우물과 상하수도 같은 시설이 없이는 위생 상태를 개선하는 것이 제한적이지만, 그렇다고 시설이 갖추어진다고 절로 아이들의 건강 상태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데요. 이러한 시설을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오늘 이야기할 ‘손 씻기’입니다.
손 씻기의 효과: 폐렴과 설사 발병을 절반으로
사진/ 필리핀의 오레이콘 초등학교에서 손을 씻는 올바른 방법을 교육하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의 직원
깨끗한 물과 비누로 손을 씻으면 설사와 폐렴 등 아이들의 주요 사망 원인이 되는 질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질병을 예방하려면 손을 씻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유치원에서부터 배우는 상식이지만 다시 한 번 짚어볼까요? 2010년 세이브더칠드런이 펴낸 <공평한 생존의 기회(A Fair Chance at Life)>에서는 설사로 인한 아동 사망의 45%는 비누로 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설사와 더불어 5세 미만 아이들의 주요 사망 원인인 폐렴의 위험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결과는 다른 의학 논문에서도 발견됩니다. 연구 지역과 방법, 시점에 따라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세계적인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실린 논문들에 따르면 비누로 손을 씻으면 5세 미만 아이들의 폐렴 등 호흡기계 질병이 50% , 소화기계 질병은 31% 감소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내용으로 기아추방행동(Action contre la Faim)이라는 NGO는 지난 해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다음 중 가장 많은 사람을 살리는 것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데 주어진 보기는 소화기와 낙하산, 구명튜브, 비누입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정답은 비누입니다. 비누와 함께 손을 씻으면 물을 통해 오염되는 전염병을 막아서 일 년에 200만 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손 씻기 교육: 없던 습관을 만드는 건 쉽지 않아요
사진/ 소말리아 모가디슈의 난민캠프 화장실 앞에 만든 간이 세면대.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곳에서는 그림을 이용해 용변 후에는 손을 씻어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 있습니다.
손 씻기가 이렇게 효과적이라면, 물과 비누를 가져다 놓고 사람들에게 ‘이렇게 손 씻기가 좋아요’라고 이야기해주면 사람들이 손을 씻기 시작할까요? 논리적으로야 그럴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몸에 배지 않은 습관을 새로 익히는 일은 머리로 그 효과를 이해하는 것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직 걸리지도 않았고 실제 걸릴지도 알 수 없는) 질병의 예방처럼 효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그 습관으로 얻는 이익이 피부로 와 닿지 않으니 애써 그 습관을 만들 동기가 생기기 어렵습니다.
이것은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만도 아닙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세이브더칠드런의 지원을 받는 한 보건소 의 직원마저도 껄껄 웃으며 고백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도 사실은 밥 먹기 전에 손 씻는 것을 깜박할 때가 많습니다.”
변화의 주인공은 아이들
그렇다면 정말 이렇게 좋은 손 씻기를 보편화하는 일은 어렵기만 한 걸까요?
해외사업부 실행평가팀의 김원녕 대리가 말리 칸디암두구 마을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원하는 학교를 찾아갔던 때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우리가 지어준 학교 화장실을 보러 간 때였어요. 여자 아이들 셋이 손을 잡고 쪼르르 화장실로 들어가는 거예요. ‘여기도 여자 아이들은 화장실에 모여 가는 구나’하고 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몇 분 안 되어 다시 나오더니 서로 키득거리며 손을 씻더라고요. 그러고는 교실로 돌아간 줄 알았는데 잠깐 뒤에 다시 그 아이들이 화장실에 같이 들어갔다가 나와서 손을 씻는 거예요.”
알고 보니 이 아이들은 ‘부들부들한 비누 촉감이 좋아서’ 손을 씻기 위해, 화장실도 안 가면서 손 씻으면 물 낭비한다고 혼날까 봐, 한 명씩 번갈아 화장실 일을 보며 손을 함께 씻었던 것이었습니다.
사진/ 에티오피아 워그디 지역에 사는 요르다노스(Yordanos, 11). 요르다노스는 ‘보건위생 클럽’의
회원으로 친구들과 마을 주민들에게 이야기와 시, 연극을 통해 손 씻기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이런 자연스러운 전파에 덧붙여 세이브더칠드런은 학교 아이들이 직접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손을 씻는 습관을 권하는 ‘보건위생 클럽’을 만듭니다. 에티오피아에 사는 6학년 요르다노스도 이 클럽의 일원입니다. 요르다노스는 같은 클럽 회원들과 함께 손을 씻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와 시, 연극으로 엮어내어 친구들과 선생님, 부모님들 앞에서 선보이곤 합니다. 이렇게 친구들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손 씻기의 중요성을 접하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손 씻기를 체험해 본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손 씻는 습관을 기릅니다. 또 사랑하는 아들 딸이 들려준 이야기이자, 자신이 어려서는 다닐 기회가 부족했던 학교에서 나의 자랑스러운 아이들이 배워 온 이야기에 부모는 귀를 기울입니다.
사진/ 세이브더칠드런이 운영하는 이동 놀이 버스 앞에서 오마르(11)가 손을 바르게 씻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병원을 짓고 상하수도를 설치하는 것처럼 거창한 일은 아니지만 식사 전에, 화장실에 다녀온 후에 깨끗한 물과 비누로 손을 씻는 사소한 일은 아이들의 질병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으니 비용 대비 무척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 수 없는 데요. 그런데 이 작은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게 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니 별게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별 것을 결국 이루어 내는 이들은 바로 아이들이란 사실, 놀랍지 않나요?
글 :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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