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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체구에서 일구어낸 단단한 기적 페이스북 트위터 퍼가기 인쇄
작성일 2014-04-10 조회수 6757

보건의료사업 ‘한생명살리기’로 만난 승현이네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희 아이는 심장과 폐를 수술 받았는데 폐렴이 생겨 지난 한 달을 병원에 입원 해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희는 치료비를 후원 받아 무사히 퇴원했습니다. 형편이 좋지 않아 병원비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3월 말, 세이브더칠드런의 페이스북 계정으로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부산의 싱글맘 김혜진(가명) 씨. 태어난 지 6개월 된 혜진 씨의 아들 승현(가명)이는 심장에서 폐로 이어지는 혈관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고 회복하던 중 폐렴이 생겨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이미 두 차례 거친 수술로 더 이상 병원비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혜진 씨는 세이브더칠드런의 보건의료지원사업 ‘한생명 살리기’를 통해 중환자실 입원 치료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작고 순한 아기, 김승현

지난 4월 1일, 봄꽃이 흐드러진 부산에서 승현이네를 찾았습니다. 유통업체에서 일하는 혜진 씨를 대신해 혜진 씨의 어머니가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푸른 잎사귀를 뽐내는 앞뜰의 나무를 지나 승현이가 누워있는 방으로 향했습니다. 방으로 들어서자 조금 전까지 눈부셨던 봄 풍경은 희미해졌습니다. 승현이는 두툼한 겨울 털 옷에 누빈 조끼를 입고 있었습니다. 방바닥에는 보일러가 데운 온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폐렴으로 목숨을 잃을 뻔했던 터라 승현이는 감기조차 매우 조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진/ 수술 후 회복 중 폐렴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던 김승현(가명, 6개월). 봄이 완연한            
        바깥과 달리 승현이는 겨울 옷 차림이었습니다. 가벼운 감기조차 매우 조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방금 잠에서 깨어났다는 승현이는 다른 아기들처럼 잠투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건네자 방긋 웃어 보였습니다. 승현이는 순하고 좀처럼 칭얼대지 않아서 병원에서도 ‘어떻게 이런 아기가 다 있지?’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몸집도 작아서 또래보다 키가 10cm, 몸무게가 2kg 이상 작고 가벼웠습니다. 통통해야 할 다리에는 살이 붙지 않아 발을 움직일 때마다 남은 바지 폭이 펄럭였습니다.

승현이가 이 작은 몸으로 지금까지 겪은 일은 전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1.9kg의 조산아로 태어나 엄마 품에 안겨보지도 못한 채 인큐베이터로 향해야 했습니다. 몸만 작은 것이 아니라 심장에서 폐로 이어지는 혈관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생후 3개월 만에 수술을 두 차례 받았습니다. 퇴원 후 집으로 돌아왔지만 구토가 심해 다시 입원했다가 폐렴까지 겹쳐 중환자실에 입원했습니다.

외할머니는 그때 당시를 떠올리며 말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아기를 보는 데 ‘저 조그만 게 살아서 나올 수 있을까?’ 싶었어요. 산소가 부족해서 얼굴이 흙빛으로 변하기도 했거든요.”

작지만 단단한 기적, 용기가 되다

외할머니의 우려와 달리 승현이는 삶에 대한 의지를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적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의사들조차 마음을 졸이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승현이는 방긋 웃어 보였고 지난한 치료 과정도 무사히 넘겼기 때문입니다. 아직 젖 빠는 힘이 부족해서 또래 아이들이 한 번에 먹는 우유를 4시간 동안 몇 모금씩 나누어 먹어야 하지만, 승현이의 이런 기적은 다른 아이들에게도 큰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같은 병원에 있던 한 남자 아이가 수술을 앞두고 그러더라고요. 무섭긴 하지만 어린 승현이도 2번이나 견뎌냈지 않았냐고, 그러니 자신도 잘 받을 수 있을 거라고요.”


사진/ 아직 심장과 폐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손끝이 보랏빛을 띄는 승현이의 손가락. 승현이는           
두 차례 수술과 위급한 상황을 무사히 넘기며 ‘기적’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승현이가 즈그 엄마 사람 만든다니까요”

어둠이 내리고서야 엄마 혜진 씨가 일터에서 돌아왔습니다. 혜진 씨는 오자마자 낮 동안 못 본 아들의 얼굴을 보고 안아주지 못한 등을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승현이를 낳기 전까지만 해도 혜진 씨는 승현이를 입양 보낼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아프다고 하니 제가 키우기로 했어요, 아픈 아기는 입양도 쉽지 않다 하잖아요. 그걸 알면서도 입양을 맡기는 건 아이를 버리는 것 같아서요.”

싱글맘으로 사는 지금도 앞길이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직장 동료의 수근거림을 모르는 척 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어제도 혜진 씨는 집에 돌아와 한참을 울었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이날 아침에는 다시 의연하게 출근했습니다. 한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혜진 씨의 달라진 모습을 두고 혜진 씨의 어머니는 “승현이가 즈그 엄마 사람 만들어 놓는다니까”라며 웃어 보였습니다.
“힘든 일을 겪어보면서 딸 아이의 마음 그릇이 넓어지지 않겠어요? 승현이 저 녀석이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를 한다니까요. 승현이가 멋진 엄마를 둔 건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인생은 긴 여정이니까 속단할 수 없죠. 힘든 상황을 발판으로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낙담하지 않아요. 인생은 파도처럼 불행과 행복의 연속이에요. 어제는 그 파도에 아프게 맞아서 울었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자기 내면을 지켜나가는 걸 배울 테죠.”

혜진 씨는 페이스북으로 보낸 메시지에 대해 묻자 ‘같이 감사하다고 인사하자’며 승현이의 두 손을 모았습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늦지 않게 꼭 드리고 싶었어요. 저도 일하기 때문에 돈 벌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지금 제가 버는 돈으로 가족이 먹고 사는데 또 치료비를 구해야 했다면 정말 너무 힘들었을 거예요. 지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싱글맘을 향한 편견은 혜진 씨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생계비를 벌어야 한다는 무게로 혜진 씨의 어깨는 무겁습니다. 하지만 그런 혜진 씨에게 가장 큰 위로는 작은 체구에서 매 순간 일구어 내는 기적입니다.
“아픈데도 잘 웃는 승현이가 참 대견해요. 승현이가 웃을 때가 제일 좋아요.”

* 국내보건의료사업 ‘한생명살리기’는?
국내 저소득가정이나 건강보험을 이용할 수 없는 이주민 가정의 아이들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전국 45개 협력 병원을 통해 검사 및 치료비를 지원하거나 세이브더칠드런의 산하시설을 통해 전문적인 심리치료를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글 / 사진 : 고우현(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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